스포츠조선

[이승미의 스펙트럼]'VIP' 논란을 향한 두 가지 시선 "표현의 자유vs명백한 혐오"

기사입력 2017-08-28 16:1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는 단연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 영화사 금월·페퍼민트앤컴퍼니)다. '브이아이피'는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드캡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브이아이피'가 이슈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흥행 스코어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 속 싸이코패스 살인마의 살인 방법에 대한 잔혹한 묘사, 특히 여성 피해자에 대한 처참하고 노골적인 묘사에 대해 관객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는 것. '여혐 영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또 다른 이들은 '영화적 표현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영화를 위한 묘사, 그리고 표현의 자유

극중 여성 피해자에 대한 묘사에 대해 연출자 박훈정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광일이라는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하는 행동이 악마적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경찰과 국정원 요원까지 어찌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살인마 김광일(이종석)의 캐릭터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 수 있었다는 것.

박 감독의 연출에 동의하는 관객 역시 많다. 영화를 관람한 한 관객(34. 남)은 스포츠조선에 "소년 같은 얼굴을 하고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로 인해 영화적 재미가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관객은 영화의 '여혐 논란'에 대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피해자 묘사는 영화를 위한 것이었으며 그로 인해 '여혐' 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지나친 망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조선과 이야기를 나눈 제작사 관계자 역시 '브이아이피'의 '여혐 논란'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예술인들의 창작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은 '불쾌공화국'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속 표현에 대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쾌하다'는 이유로 작품에 대한 모든 성취와 노력을 싸잡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무조건적인 비난은 예술 작품에 대한 창작의 가능성을 모두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영화적 묘사'를 표방한 명백한 여성 비하


'브이아이피'를 비판하는 관객들은 '브이아이피'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그저 남성 캐릭터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성적 폭력 대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앞서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여성이 등장하면서도 노골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도, 여성 관객들로 하여금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도 담기지 않았던 영화들을 언급하고 있다.

'브이아이피'를 관람한 한 여성 관객(29)은 "단순히 여성들이 희생당했다는 것만으로 관객들이 분노하는 게 아니다. 노골적이고 처첨한 묘사 외에도 남성 캐릭터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살인의 추억' 같은 작품은 여성의 신체 훼손장면이 노골적으로 담기지 안았음에도 가해자의 악마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냐"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익모 역시 스포츠조선을 통해 '브이아이피'를 '완전한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그려진 영화이며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표현을 막힘없고 억압 없이 하는 것이지 여성에게 린치를 강하고 여성 변사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한 자유가 아니다"라며 "여성 캐릭터가 강간 혹은 폭력을 당하는 장면에 대해 여성 관객이 수치심을 느끼거나 혹은 남성 관객이 우월감을 느낀 다면 그건 '표현의 자유'를 오독한 것"이라고 강하게 설명했다.

smlee0326@sportshc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