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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언니는' 손여은, 신애리-연민정 잇는 김순옥표 '국민악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10-14 15:1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막장 대모' 김순옥이 또 하나의 국민 악녀를 탄생시켰다.

김순옥 작가는 앞서 두 명의 '국민 악녀'를 탄생시킨 바 있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도 정신 못 차리는 신애리(김서형) 캐릭터가 있었고, '왔다! 장보리'에서는 성공을 위해 자식도 부모도 버리고 온갖 패악을 부리다 자멸한 연민정(이유리)이 있었다. 두 악녀의 공통점은 분명한 악녀인데 그들의 몰락이 그리 속 시원하지 않을 만큼 짠한 구석이 있었다는 것.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는 가족에 대한 집착이 비뚤어진 탓에 제 무덤을 팠고, 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자 '행복할 때 죽겠다'며 자살을 택했다.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또한 성공을 향한 집념으로 달렸지만 결국 사랑도 성공도 모두 놓치고 손까지 잃었다. 보는 이들의 얼을 빼놓을 정도로 나쁜 여자였지만, 시청자는 그들의 짠한 속내에 이상한 연민을 느끼며 그들의 갱생을 응원했었다. 이에 이들의 악녀 패션과 메이크업이 유행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 계보를 잇는 캐릭터가 나타났다. 바로 SBS 토요극 '언니는 살아있다'의 손여은이다. '언니는 살아있다'에는 3명의 악녀가 등장했다. 호시탐탐 구필모 회장(손창민)의 옆자리를 노리는 이계화(양정아), 신분 상승을 위해 인간성을 버린 양달희(다솜), 그리고 공룡그룹의 장녀로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버린 구세경(손여은)이었다. 그중에서도 시청자에게 가장 깊은 임팩트를 남긴 악녀를 꼽자면 단연 구세경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구세경도 행적만 놓고 비교하자면 이계화나 양달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설기찬(이지훈)의 캐모마일을 훔치려 했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그를 제거하려 했다. 김은향(오윤아)의 남편 추태수(박광현)와 불륜을 저질러 그의 딸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뻔뻔하게 자기 합리화를 시도했고, 성공에 눈이 멀어 정신 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들까지 외면했다. 친동생인 구세후가 설기찬이라는 걸 알고도 후계자 경쟁에서 밀릴까봐 입을 닫았고, 할머니 사군자(김수미)의 사망에 이계화가 연관됐다는 걸 알았지만 제 욕심을 채우는데 바빠 눈을 감았다.

이렇게 보면 구세경 또한 처단되어야 마땅한 악녀다. 그러나 손여은은 우아한 가면 뒤로 악마의 본성을 숨겼던 구세경이 인간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욕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구세경은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합리화를 할 정도로 악랄하고 고집이 셌던 캐릭터다. 하지만 김은향의 지략 플레이에 당해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자신이 만든 화장품 때문에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점점 개과천선하기 시작한다. 버려뒀던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자 김은향에게 부모되는 법을 배우고, 피해자 가족에게 고개 숙였으며 양달희와 이계화를 응징하고 모든 비극을 바로잡고자 고군분투한다. 악했던 캐릭터가 죽음 앞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만 해도 보기 짠한데, 사실은 밝고 쾌활했던 구세경이 아버지의 학대와 방임으로 비뚤어졌다는 과거까지 드러나며 시청자의 마음을 쥐어짜고야 말았다.


특히 손여은은 죽음 앞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악녀 연합과 맞서는 구세경의 절박함부터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애증, 아들에 대한 죄책감, 김은향과의 워맨스 등 복합적인 감정선을 폭발적으로 풀어내며 몰입을 높였다. 이와 함께 손여은의 청순 미모가 눈에 띄며 '손여은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구세경은 '착쁜년'이라는 기괴한 애칭까지 얻었다. 이제 시청자들은 구세경이 죽지 않고 인생 리부트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응원하기까지 한다. 아예 손여은을 '언니는 살아있다'의 진정한 주인공, 혹은 최대 수혜자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이쯤되면 새로운 '국민 악녀'의 탄생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한 분위기다.

힘있는 연기로 캐릭터의 존재감마저 바꿔버린 손여은이 다음엔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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