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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W리뷰] "도발·과감·우아"… YCH의 방식으로 풀어낸 코리아니즘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7-10-24 15:31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YCH의 방식으로 포착한 '코리아니즘(Koreanism)'

헤라서울패션위크가 한창인 19일 오후, DDP에서는 윤춘호 디자이너의 YCH(와이씨에이치)의 2018 S/S 컬렉션이 전개됐다. 윤 디자이너의 복귀 후 서울컬렉션 네 시즌 째를 맞이한 YCH, 그 화제의 중심에서 디자이너는 더욱 강렬하고 뜨거워진 아름다움을 런웨이에 맛깔나게 펼쳐보이며 쏟아진 기대감을 기어코, 충족시키고 말았다.

대놓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주제 'SENSATION(센세이션)'. 꾸미지 않은 흰 백 월과 깨끗한 런웨이 위에서 디자이너는 복색의 한국적인 요소를 YCH만의 유려한 시각으로 풀어냈다. '오리엔탈리즘'보다 한발짝 더 깊이 들어간 '코리아니즘'은 국내 디자이너 누구든 한 번쯤 스쳐봤을 모티브. 대부분이 그렇듯 홍과 청 그리고 흑백 색채와 두루마기, 저고리가 어우러진 모습을 떠올릴 것이고 YCH의 런웨이는 그 틀을 월등히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개의 머릿속 추상적으로 뒤엉킨 색채와 실루엣의 코리아니즘을 트렌디하고 현대적인 요소들과 전혀 거슬리지 않는 방식으로 웨어러블하게 풀어냈다는 부분이 월등함을 뛰어넘는 특별한 지점이 됐다.


붉은 조명이 쇼장을 가득 채운 인상적인 오프닝. 인력거에 올라탄 모델 장윤주가 도발적인 포즈를 지으며 기생들의 전모 사이로 관중들의 모습을 관음한다. 이어 등장한 모델 이현이는 저고리 소매만큼이나 긴 오버사이즈 재킷에 속치마와 같은 샤스커트를 입고 몸을 비튼 채 등장했다. 이어 모델들은 같은 전모를 쓴 채 다리를 꼬거나 벌리거나. 제각각의 오묘한 모습으로 관중의 시선을 끌어모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어 등장한 착장들에는 한국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트렌드가 녹여졌다. 아니 어울려 녹았다기보다는 각각의 상태 그대로를 유지한 채 '결연'되어 있는 듯하다. 익숙한 트렌치코트의 바랜 색감과 와이드한 실루엣은 비단 허리띠와 함께 두루마기 인듯 보이게 한다. 허리선 위로 넘어가는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속곳 바지를 떠올리게 하며 적색의 테일러링 더블 재킷과 멋스럽게 동화됐다. 레터링 볼캡, 카라 셔츠 등 스트리트 감성의 아이템은 전통 문양의 홍&청 싸이하이 부츠와 과감한 듯 자연스럽게 믹스매치됐다.


셔츠와 카라 코트는 쓰개치마처럼 연출됐다. 치마를 묶는 매듭이 휘날리는 한국 전통 복색의 감성은 블라우스의 보 리본이 대신한다.


짧은 길이의 저고리는 크롭티와 원래 일맥상통한 듯하고 스트라이프 블라우스의 하얀 리본은 마치 고름처럼 휘날린다. 현재의 코리아 스트리트의 반항적인 무드를 담아 끈을 길게 늘여 맨 백팩 스타일은 봇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섬세하게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한국적인 것, 그리고 현대적인 것 따로 봐도 무방하다.


여러 시즌 째 돋보이는 액세서리 활용은 재기발랄하다. 샤 소재 개더 장식은 두번째 시즌의 팝한 사랑의 모습으로, 이전 시즌의 80년대 글래머러스 룩에서는 우아함이 되었고 특유의 유려한 곡선은 이번 시즌 갓으로, 은은하게 몸을 감싸는 저고리로 재탄생했다. 싸이하이 부츠도 한국적인 패턴과 컬러로 채워졌다. 또한 남성의 이미지를 지닌 갓은 현대 여성들이 즐기는 우아한 곡선을 지닌 모자로 표현됐다.



서양 복식의 클래식하고 글래머러스한 무드를 지니고 있던 YCH가 이번 시즌 한국적 요소를 차용하게 된 이유는 뭘까. 윤춘호 디자이너는 "사실 디자이너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인데, 그렇다고 꼭 하고 싶은 주제는 아니었다. 한국적인 걸 풀어낸 디자이너는 많았고 이미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보여졌고 또 한국이라는 의복이 새롭게 올 수 있을까.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인 건가. 그런 생각으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아직은 젊은 디자이너일 때 지금의 감성으로 제가 생각하는 걸 풀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적인 미감들과 YCH가 가진 테일러링의 무드는 잘 어우러졌다. 한국적인 것만을 드러내 보여주는 건 이미 또 하나의 '옛것'이 됐고 지금의 '코리아니즘'은 그 방법론의 차이가 결정한다. 변형된 것을 입고 현대적인 정서들과 과감하게 믹스매치 해도 특유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것. 코리아니즘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 세련됨'이 돋보였다.


화제 속 런웨이를 펼쳤음에도 디자이너는 겸손하다. "예전보다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사실 한국적인 것이라는 주제가 생각보다 많이 부담됐고, 준비할 때는 너무 재밌었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부담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잘 표현한 걸까요?" 디자이너의 한마디에서도 요란하지 않게 시도해 가는, YCH 특유의 '자연스러운 과감함'이 느껴진다.


사진제공=헤라서울패션위크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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