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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김명민이 KBS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일 첫 방송된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는 송현철A와 송현철B(고창석)의 운명이 뒤바뀌는 모습이 그려졌다. 송현철A는 최연소 은행지점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인성은 실력과 반비레했다. 직장에서는 냉철한 카리스마와 권의의식으로 똘똘 뭉쳐 독설을 뱉어댔고, 가정에서는 파렴치한 독재자였다. 반면 중화요리 전문점 만호장의 사장인 송현철B는 화목한 가정을 일군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빠였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다른 두 사람은 한날 한시 교통사고를 당했다. 송현철B는 바로 깨어났지만 송현철A는 숨졌다. 그러나 아토(엑소 카이) 신의 실수로 송현철B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영혼이 된 송현철B는 장례 도중 송현철A의 몸에 빙의돼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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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건 김명민의 존재감이었다. 김명민은 '하얀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뛰어 넘는 독설 연기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중국집을 인수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던 송현철B에게 "당신 같은 자영업자가 문제다. 능력만큼만 대출을 받아야지"라고 모욕감을 주고, 경제 회생안을 묻는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은행은 죽은 기업을 살리는 곳기 아니다"라고 일갈하고, "그런 것들은 목구멍에 똥을 쳐넣어야돼"라고 외치는 등 독하디 독한 연기에 시청자도 깜짝 놀랐다. 김명민 특유의 얄밉살스러운 표정 연기와 힘 준 독설은 묘한 시너지를 내며 안 그래도 비호감인 송현철A 캐릭터의 비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이런 안하무인 독종 송현철A의 몸에 송현철B의 영혼이 들어가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모아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김명민은 시작부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보여주며 새로운 인생작 탄생을 예고했다. 덕분에 '우리가 만난 기적' 첫 방송은 8.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키스 먼저 할까요'(8.3%, 9.9%)에 비해 살짝 부족한 기록으로 시청률 2위에 그쳤긴 하지만, 큰 차이도 나지 않는데다 워낙 반응이 좋아 역전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MBC '위대한 유혹자'는 2.3%의 시청률에 그쳤다.
무엇보다 8.2%라는 시청률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방영된 KBS2 월화극 중 가장 높은 첫 방송 기록이다. 14년 만에 KBS로 돌아온 김명민이 자신의 무명기를 끝내준 KBS에 묵직한 박씨를 전해준 것이다. 지난해부터 KBS 월화극은 작품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쌈 마이웨이'와 '마녀의 법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청률면에서 참패했던 만큼, '우리가 만난 기적'이 흑역사를 끊고 KBS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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