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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⑤] 윤시윤 "'하이킥'은 출발점, '김탁구'는 전환점"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5-08 14:0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윤시윤이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대군'은 동생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던 사랑, 이 세상 아무도 다가올 수 없게 만들고 싶었던 그 여자를 둘러싼 그들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의 기록을 담은 드라마다. 윤시윤은 극중 이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휘는 왕위 계승 서열 3위의 고귀한 신분에 절대 미모를 자랑하는 초절정 인기남이다. 그러나 자신이 왕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윤시윤은 고귀한 왕자에서 죽음의 위기에 놓이는 이휘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섬세하게 그리며 주상욱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또 진세연과의 애절한 로맨스로 여심을 설레게 만들기도 했다.

윤시윤은 2009년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정준혁 역을 맡아 데뷔, '제빵왕 김탁구' '총리와 나' 등에 출연하며 주연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러다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2014년 4월 28일 해병대 병 1184기로 입대, 2016년 1월 27일 전역했다. 과감한 입대 결정에 대중은 놀랐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군 제대 후 윤시윤에게 달라진 건 뭘까.

"달라진 건 나이 뿐이다.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자연인인 나를 배워온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부족해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중이 내가 잘해서 나를 좋아해주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운명이고, 나를 좋아해주기로 해주셨기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성격적으로 이상하고 사랑받는데 하자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정말 감사해지더라. 액션도 달라진 게 없다. 수월해지지 않았냐는 인식이 나를 힘들게 한다. '마녀보감' 할 때도 하네스를 채우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신을 직접 하라고 하더라. 해병대라 대역 없다고 하셔서 그냥 떨어졌다. 한번에 해야겠다고 정말 집중했는데 NG가 났다. 너무 화가 나서 왜 NG냐고 했더니 내가 떨어지면서 욕을 했다더라. 나도 모르게 너무 무서우니까 그렇게 나왔나보다."


아무래도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해병대를 전역한 만큼, 액션 러브콜도 많아졌을 법 하다.

"기민하고 날렵한 역을 많이 했다. 내가 액션을 잘 못한다. 미리 연습도 많이 해야된다. 나는 내 주제를 알기 때문에 느와르 같은 장르는 내가 불편할 것 같다. 나는 워너비 같은 작품이 일본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 오다유지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 정제되지 않은, 알에서 막 깨어난 듯한 새끼새 같다. 그가 만들어가는 고군분투가 좋다. 그게 어떻게 보면 아직 미완성된 내 모습이다. 그게 투영된 작품을 하고 싶다. 앞으로 절대 무리해서 남자가 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거다. 아무래도 동안 얼굴이 아쉬웠을 때는 있다. 톱 아이돌붙들과 캐스팅 라인업에 오를 때가 있었는데, 많이 안됐다. 그런데 결국에는 '대체불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최고가 되기보다는 내 색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처럼 막 세상에 나온 것 같은 미완성의 느낌들을 잘 녹이고 싶다. 그렇다면 윤시윤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열정을 잃으면 내 모든 색을 다 잃는 것 같다. '1박2일'에서도 안 웃기는 것 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건 의욕없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윤시윤은 자기 자신에게 무척이나 냉정한 편이었다.

"주변에서 너무 자신에게 냉정하다고 한다. 배우로서 자기애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내 자신을 굉장히 절제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더 나를 채찍질 하게 되는 것 같다.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겸손하게, 혹은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업그레이드 하는 때인 것 같다."


그렇다면 배우 윤시윤의 전환점은 언제일까.

"아무래도 '하이킥'일 거다. '하이킥'이 시작점을 줬고 '김탁구'가 배우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줬다. 나라는 배우의 색을 정의내려 줬다. 나에게는 전환점이 됐다. 오히려 중국 드라마를 한 적 있는데, 다 더빙이라 대사가 발성이 안 좋아도 오케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그 전까지는 대사 하나하나 신경써서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돌아와서는 편해졌다. 쥐고 있는 게 연기에 독이 된다는 걸 알았다. 중국에서 했던 게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윤시윤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물색할 계획이다.

"내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처지는 사실 아니다. 그런데 고르는 척 한다. 진짜 일 안 가린다. 그래도 한 이틀은 고민해도 되지 않나. 바람이 있다면 퐁당퐁당했으면 좋겠다. 가벼운 거 하면 감성적인 거 하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걸 했으면 어른 세대가 좋아하시는 걸 해보고 싶고 그렇다. '대군'은 감정신이 많아서 다음 작품은 좀더 밝고 에너제틱한 걸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그전에 모든 걸 소모했기 때문에 아직 소모되지 않은 밝은 건 다 채워져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모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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