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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아…". 제 71회 칸 영화제 폐막식이 끝나고 한국 기자단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폐막과 함께 진행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기대했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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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진출할 때마다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독 올해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칸이 아끼는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만든 신작인데다, 시사가 끝난 뒤 나온 현지 전문지들의 평점이 경쟁작 중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칸영화제 공식 매체인 '스크린'은 역대 영화제 최고 평점에 해당하는 4점 만점에 3.9점을 매겼습니다. 그러니 한국 영화 중심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단단히 착시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평점이 칸 심사위원단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일례로 2016년 제69회 칸 영화제에서도 각 영화 전문지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은 '토니 에드만'(마렌 아데 감독)도 그 어떤 상을 받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 전문지에서 매긴 높은 평점이 오히려 독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영화 전문지에서 선정한 평점과는 색깔이 다른 선택하는 것을 지향하며 평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는 각종 영화 전문지와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버닝'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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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해외 영화제에 진출한 한국 영화를 제3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보긴 쉽지 않습니다. 올림픽으로 치자면,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한 선수인 셈이니까요. '실력은 좋은데, 메달 가능성은 경기가 끝나봐야 안다' 사실 전달을 넘어 의미(예측)를 담아야 하는 기자로서는 쉽지 않은 형식의 보도입니다.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았으면'하는 기자의 마음이 12일 영화제 기간에 드러난 현지 분위기, 객관적으로 증명된 평단의 평가와 어우러지다 보니, 지금 다시 읽으며 민망한 보도들이 줄을 이은 듯합니다.
영화는 기록을 재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죠.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은 순전히 그 해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반영된 결과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예측은 더욱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해외 영화제에 진출한 한국 영화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꺾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에 대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외신의 극찬을 이끄는 훌륭하고 좋은 한국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다만 기대 뒤에 앞서 말한 예측의 한계 등 객관적 사실을 더욱 강조할 필요는 있다고 여겨집니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