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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채영 "'주상미 나가 죽어' 악플에 희열..이왕이면 악역 TOP 찍고파"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1-01 09:01


배우 이채영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4/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채영(33)이 '악역'에서 최상위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채영은 2007년 SBS '아들 찾아 삼만리'로 데뷔한 이후 SBS '마녀유희'(2007), KBS2 '천추태후'(2009), SBS '아내가 돌아왔다'(2009), KBS1 '전우'(2010), MBC '로열패밀리'(2011), SBS '가족의 탄생'(2012), KBS2 '뻐꾸기 둥지'(2014), JTBC '하녀들'(2014), MBC '군주-가면의 주인'(2017),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이르기까지 브라운관을 통해 꾸준히 활약했다. 스크린과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는 2017년 방송됐던 MBN '비행소녀'와 KBS2 '볼 빨간 당신' 등에서 사생활을 공개했고, 2016년 방송됐던 MBC '일밤-진짜사나이2'에도 출연하며 호감을 쌓았다.

최근 종영한 KBS1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구지원 극본, 성준해 연출)은 이채영이 오랜만에 만난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는 미워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린 가족드라마다. 이채영은 극중 병원장 용진과 경애의 딸로 음대를 졸업한 후 재벌 2세와 정략결혼했으나 시댁의 간섭을 견딜 수도 견딜 필요도 없다는 생각으로 1년 남짓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화려한 싱글로 복귀한 주상미 역을 맡았다. 이후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왕금희(이영은)의 남편인 한준호(김사권)을 만났고 그를 가지기 위한 계략을 세우고 결국 쟁취하며 '악녀'로 극에서 활약했다. 이채영이 연기한 주상미는 최종회에서 유학을 떠난 뒤 자아를 찾은 인물로 유종의 미를 맞았다.

이채영은 최근 서울 양천구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여름아 부탁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채영은 드라마를 마치며 "촬영 내내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잘 마쳤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호흡도 정말 좋았고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정말 편하고 유쾌하게 잘 해줬다"며 "선배들도 모두 청춘을 사셨고 저희도 젊은 느낌으로 청춘을 연기했다. 모두가 좋은 작품이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여름아 부탁해' 최종회는 주상미의 성장기로 그려졌다. 유학을 떠났던 주상미가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준호를 만났고, 그를 완전히 단념하고 보내주며 완전한 성장기를 그려낸 것. 특히 악행만을 저질렀던 그가 죄책감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용서를 받았다. 이채영은 주상미를 설정하며 안하무인인 사람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감정을 겪었던 인물로 그려내며 그의 행동에 이유를 만들어준 것.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 인물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이 이채영의 연기 비법이다.


배우 이채영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4/
이채영은 "개개인의 스토리가 있었는데, 상미는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사람이고, 너무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더 욕심을 부리며 잘못된 길을 걷게 된 인물이다. 결혼도 이혼도 쉽게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외박하고 다니고 그러며 '아빠 나 이혼녀'라고 당당히 말한데다가 '엄마 나 뭐 좀 구해줘'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인간관계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제대로 자란 금희나 준호를 보고, 금희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니 죄책감이 한번에 밀려 온거다. 양보하고 물러나야 하는 때를 그때 깨닫게 된 것"이라며 "그런 것을 깨달으면서 어른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준호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악수를 하며 완전히 그를 보낸 것도 상미가 조금 더 자랐음을 보여준 예시다"고 밝혔다.

최종회에서 이채영은 주상미의 외면을 완전히 바꿨다. 그동안 화려한 스타일링에 주목했다면, 최종회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벗어던진 채 수수한 외면과 안경을 착용하고 등장한 것. 이채영은 "초반 스타일링을 과하게 하기는 했었다. 상미는 스타일적으로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항상 자신이 최고로 화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성장해서 안경을 쓰고 등장하게 된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저 나름대로 디테일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를 단순히 연속극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저에게 장르는 그닥 중요하지 않고, 제가 맡는 역할을 얼마나 더 디테일하고 세심하게 그려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더라. 그러 과도기에 들어가는 나이가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채영이 자신이 변화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나이가 들고 쌓이는 것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에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했다. '저를 너무 섹시하게만 보지 마세요' 이렇게 말했는데, 지금은 '감사합니다!'가 된다. 지금은 제가 너무 재미있고, 배우라는 직업이 신나서 하다 보니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내가 더 중요해졌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제 자체의 리얼리티를 보여주자고 생각하게 됐다. 어릴 때 데뷔를 했기 때문에 엔터에서 같이 일해주시던 분들이 제가 실수라도 할까봐 '조심하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 좀 갇혀 살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나이가 들수록 자유로워졌다. '이렇게도 해볼까'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고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야도 달라지게 된 거다. 20대 때는 다 무서웠는데, 지금은 다 재미있고 설레는 시점이다"고 밝혔다.


30대를 맞이한 이채영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며 우리의 군살이나 주름도 늘지만, 그만큼 마음이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가 치고는 괜찮지 않나. 생각해보면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찾을 수 있는 것은 20대보다는 30대가 아닌가 싶다. 자신감도 생긴다. '누가 뭐라해도 난 그게 좋지 않아'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누구를 만나는 것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4~5년 연애를 하다가 나중에 좋으면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있다 보니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게 될 것 같더라. 그래서 더 신중해지는 시기다. 이 시기만 지나면, 각자의 라이프를 존중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 같다. 지금은 일이 재미있어질 나이다"고 밝혔다.


배우 이채영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4/

배우 이채영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4/
마인드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이채영은 자신을 향하던 악플들도 이제는 칭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 '톱'을 찍을 이채영의 활약에도 기대가 쏠린다. "이번에는 정말 희열을 느꼈다. '주상미 너무 싫어. 나가 죽어'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아무도 이채영이 못되고 나빴다는 얘기를 안 하더라. 저를 주상미 그 자체로 봐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잘 하고 있군, 계획대로 되고 있군'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제가 예고했던대로 드라마의 먹구름이 됐다. 이 드라마가 너무 따뜻한 드라마인데 저는 먹구름이었다. 내 분량을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악역'이라고 부르는 것에 욕심이 생기게 됐다. 얼마 전 영화 '조커'가 개봉했을 때도 만ㅅ를 불렀다. 그 사람의 전사가 그려지다 보니 관객들이 그를 응원하지 않나. 저도 관객들이 원하는 악역을 보여주기 위해 더 연구하고 공부할 예정이다. 이왕이면 'TOP'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누구나 가진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이 있지 않나. 배우는 광대지 우러러볼 대상은 아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 보는 사람들이 있어야 연기를 하지 않겠나."

'여름아 부탁해'를 마친 이채영은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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