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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독기 아닌 독기로 버틴 무명"…'신의한수2' 마침내 빛나는 허성태의 뚝심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1-01 12:3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안정이 보장된 대기업과 연봉을 포기하고 꿈을 찾아 배우의 길을 들어선 배우 허성태.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 분)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 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신의 한 수: 귀수 편'(리건 감독, ㈜메이스엔터테인먼트·㈜아지트필름 제작). 극중 내기에 목숨을 거는 판돈 바둑을 주는 자 부산잡초 역의 허성태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 '터널', '명불허전', '마녀의 법정', '친애하는 판사님께', '왓쳐', '이몽' 등 드라마와 '남한산성' '범죄도시' ,'창궐' '말모이' 등 영화까지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보여주며 연기파로 등극한 배우 허성태.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입체적인 인물인 부산 잡초 역을 생생히 스크린에 그려냈다.

극중 부산잡초는 자신이 이길 때까지 판돈을 높여 끈질기게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그야말로 '잡초 같은 근성'을 지닌 인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바둑으로 악명 높은 그 앞에 오랜 악연으로 엮인 귀수가 나타나고 귀수와 휘말리게 된다.

이날 허성태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소감에 대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니가더라. '시간 순삭'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에 참여를 한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잘 봤다는 생각이 든다기 보다는 너무 초조하게 봤던 것 같다. 세 네 번은 봐야 전체가 보이는 것 같다. 시사회에는 내가 똑바로 했는지 안했는지 위주로 본 것 같다. 영화의 특성이 '도장 깨기'다 보니까 아무래도 연기 위주로 보게 되더라.. 각 단계보다 연기 위주로 보다보니까 러닝 타임이 너무 빨리 가더라. 배우들의 연기를 정말 감탄하면서 보게 되더라"고 입을 뗐다.
영화 스틸
이날 허성태는 '신의 한 수2'의 출연의 가장 큰 이유를 리건 감독과의 인연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감독님과의 인연이 있었다. 6~7년 쯤 감독님이 다른 영화를 준비하실 때 인사를 드린 적이 있다. 그때 제가 엄청 힘든 시기였다. 제가 단역만 두 세 개만 하던 시기였다. 그냥 인사만 드리자는 마음으로 간 거였는데 감독님이 제게 날카롭게 충고를 해주셨다"며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사람이 힘든 시기라서 그런지 제가 너무 어둡고 부정적인 분위기만 풍길 때였다. 그때 감독님께서 '성태씨 지금은 그런 모습으로는 배우는 못한다'고 하셨다. 그때는 충격이었다. 혼자 막 울기 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기라든가 독기라든가 그런게 막 올라왔다. 그때 이후로 운동도 열심히하고 나름의 관리도 하고 정말 열심히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 어떤 감독님이 '신의 한수2'를 찍고 저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을 뵈러 갔다. '범죄도시' '남한산성' 이후 드라마를 한창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때 감독님을 보고 '아 그때 그 감독님이구나' 싶었다. 그때 저녁 자리를 하면서 과거 이야기를 감독님께 했다"며 "사실 지금은 과거에 감독님께서 해주시 그 독설이 너무 고맙다. 그 독설을 듣지 못했다면 저는 그냥 찌들어있었을 거다. 정말 큰 자극을 받았고 말씀을 드렸다. 이후 감독님이 함께 하고 싶었다고 '부산 잡초'라는 역할은 그런 오기가 필요한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과거에 상처 받은 말을 들었을 때는 미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때 감독님의 그 말이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계기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성태는 무명 시절 '신의 한 수' 1편의 오디션에 떨어졌었기 때문에 이번 캐스팅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신의 한 수'라는 인기 시리즈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 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 좋았다. 특히 1편 오디션에서는 떨어졌기 때문에 더 그렇다"며 웃었다.
'신의 한 수: 귀수 편'에 이어 내년에 개봉할 '히트맨'까지 권상우와 연이어 두 작품을 하게 된 허성태는 권상우와 호흡에 대한 질문에 '처음에는 권상우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작품으로 만나기 전까지 저는 권상우 배우를 매체나 작품 속에서만 봐왔다. 저에게는 그냥 스타였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게 됐을 때도 오히려 무서웠다. 권상우 배우는 영화의 주연이자 스타 배우고 저는 그냥 조연 배우일 뿐이니까 나와 다른 사람, 나와 함께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으레 짐작하고 먼저 선을 그었다"며 "그런데 저의 착각일 뿐이었다. 전혀 허물 없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먼저 전화를 해서 '같이 회 먹으러 가자!'라고 말해주더라. 상상하지도 못했다. 정말 서글서글하고 털털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성태는 "권상우 배우가 저보다 1살 많다. 사실 저는 작품을 통해 만난 선배님들은 모두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권상우 배우는 먼저 다가와주고 친근하게 대해줘서 '형'이라고 부른다. 제가 형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선배다"며 웃었다.


알아주는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을 하다가 배우의 꿈을 위해 과감히 포기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허성태는 이날 "아직도 직장 생활 할 때 동료들도 연락을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그때 시간들도 생각을 하면서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영업직이라서 외향적이여 했는데, 저는 사실 굉장히 낯도 많이 가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영업직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 시간도 지금의 나의 연기와 성장에 큰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스틸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후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낸 허성태. 그때르 떠올리며 "일이 없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프로필 들고 다니고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싶었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게 힘들다. 야간 방법, 완구 포장 알바 같은 것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린 적이 없다는 그는 "물론 후회한 순간 순간은 있었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돌아서려고 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너무 힘든 순간이 올 때 마다 독기 아닌 독기로 버텼다"고 힘 줘 말했다. 이어 "그리고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어머니가 계신 부산으로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가 없겠더라. 처음에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그렇게 뜯어말리셨는데, 내가 하고 싶다고 선택한 길이니까. 사실 원래 시작했을 때는 하다가 '안 되면 과일장사라도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했었다.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까 연기라는 걸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겠더라"고 말했다.

강한 악역 이미지로 얼굴을 알린 후 연이은 악역 연기로 인해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냐는 질문에는 "전혀 아쉽지 않다. 그런 캐릭터를 만난 건 저에겐 큰 행운이었다. 그 캐릭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데 주변에서 걱정이 많더라. 이미지가 굳혀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의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그런데 저는 걱정이 전혀 없다. 언젠가 다른 게 오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 저는 재미있는 유쾌한 작품을 할 때가 저의 성향과 더 잘 맞는다. 그래서 그런 작품이 와도 잘 해낼 자신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가 굳혀진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느끼지 않는다. 다행히도 내년에 개봉할 영화나 곧 방송될 드라마에서도 악역이 아닌 재미있고 새로운 캐릭터다"고 설명했다.
긴 무명 시간을 지나 화양연화를 맞이하고 있는 허성태. 최근 몇 년간의 눈부신 성과를 언급하자 "아까도 밖에서 일반 여성분 세 분이 팬이라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게 가장 행복하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데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하니까 그게 가장 뿌듯하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가장 좋다"며 "'밀정' 이후로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좀 달라질 수 있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이 고민을 했던 신이 있었는데 제가 그때 송강호 선배님께 제 뺨을 때리는게 좋을 것 독님이 의견을 드렸고 그걸 강호 선배님이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이후로 제가 큰 각인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의 한 수: 귀수 편'은 2017년 10회 서울 세계 단편 영화제 금상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리건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권상우, 김희원, 김성균, 허성태, 우도환 등이 출연한다. 11월 7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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