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터미네이터6'도 꺾은 '82년생 김지영', 진정성으로 이룬 놀라운 성취(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1-01 14:4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별점 테러, 악플 폭탄이 있었다는 것 자체도 무색한 일이 되어버렸다. '82년생 김지영'이 초대형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6'마저 꺾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이 지난 달 31일 15만8315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92년생 김지영'은 23일 개봉해 줄곧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30일 국내 뿐 아니라 저 세계가 주목하는 할리우드 초대형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이하 '터미네이터6', 팀 밀러 감독)가 개봉하며 그 기세가 꺾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은 '터미네이터6' 개봉 첫날 2위로 물러났지만 이튿 날 곧바로 1위에 복귀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 하반기 가장 기대를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 중 하나였던 '터미네이터6'까지 누르면서 '82년생 김지영'의 흥행이 특별한 기대작이 없는 비성수기 극장가를 노린 빈집털이라고 비아냥댔던 이들도 할 말 없게 만들었다.
조남주 작가가 쓴 '82년생 김지영'의 원작 소설은 일상적인 차별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 여성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대한민국 페미니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웠운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성별에 대한 성 혐오가 심해짐에 따라 젠더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은 논란의 소설이기도 했다. 이에 소설의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덩달아 영화마저 개봉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작 단계부터 여성 단체 및 여성 중심 커뮤니티 위주로 일찌감치 '필수 N차 관람'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반해 반(反) 페미니즘 단체 및 일부 남성 커뮤니티 위주로 별점테러, 불매 운동 움직임이 일었다. 주연배우인 정유미 개인 SNS에 악플 쏟아내는 시대착오적 악플러들까지 대거 등장했다.
그럼에도 감독과 배우, 그리고 모든 제작진은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매진했고, 개봉전 진행된 시사회에서 평단으로부터 수작이라는 호평이 쏟아졌고 개봉 이후에도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의 평점 테러가 이어졌지만 영화를 관람한 실관람객의 평가는 폭발적이다.

'82년생 김지영'이 갖은 논란에도 개봉 이후 호평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페미니즘의 극단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영화의 극적인 메시지를 위해 여성이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확대하지도, 반대로 축소하지도 않는다는데 있다.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진솔한 접근법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당연한 듯 여겨져 있는 일들의 문제점을 발견해 내고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는 과정을 큰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여성과 대척점에 있는 남자를 '빌런'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공유가 연기하는 김지영의 남편 대현은 아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자 하는 좋은 남편이다. 다만 그가 남성이기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무심함과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포착해 내는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대현이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사회에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김지영의 아버지(이얼)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긴 하지만 영화는 그를 못된 사람이나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 다만 따뜻하고 좋은 아빠이지만 싶었지만 무심했던 시대와 세대를 살아온 사람의 표상으로 그려질 뿐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oc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