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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연기는 숙제, 이제 결혼 두렵지 않아"..강경헌, 24년차 배우의 고민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1-05 15:54


사진=강경헌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강경헌(44)이 연기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강경헌은 1996년 KBS 18기 탤런트(슈퍼탤런트 2기)로 데뷔한 이후 KBS2 '신고합니다'(1996), KBS2 '첫사랑'(1996), KBS1 '용의 눈물'(1996) 등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또한 KBS2 '순수'(1998), KBS1 '내사랑 내곁에'(1998), SBS '야인시대'(2002), SBS '태양의 남쪽'(2003), KBS1 '산 너머 남촌에는'(2007), KBS2 '대왕 세종'(2008), SBS '대풍수'(2012), SBS '상속자들'(2013), SBS '미녀의 탄생'(2014), OCN '구해줘'(2017), SBS '키스 먼저 할까요'(2018), OCN '프리스트'(2018) 등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했다. 또한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지난해부터 출연하며 구본승과 러브라인을 그리는 등 예능에서의 활약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배가본드'(장영철 정경순 극본, 유인식 연출)에서는 비행기 테러에 얽힌 김우기(장혁진)의 아내인 오상미(강경헌)로 출연, 붙임성있는 성격으로 유가족들의 신뢰를 받아 대책위원장을 맡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나 오상미의 온화한 미소 뒤에는 돈에 대한 집착과 속물적인 근성이 숨어있는 바. 김우기와는 사실상의 공범으로 드러나며 반전의 악역으로 열연 중이다. 지난 방송에서는 교도소에 수감된 제시카(문정희)와 한방에서 맞닥트리며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했다.

강경헌이 출연 중인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최근 방송분이 12.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 기록을 썼다.

강경헌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가본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경헌은 '배가본드'에서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악녀 오상미 역을 맡아 제시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극 중반 반전을 줘야 했던 악역인 오상미에 대해 "반전을 들키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고민도 많이 했다. 오롯이 유가족으로 보여야 했고, 가짜를 연기해야 하다 보니 어렵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유가족 팀들이 워낙 좋은 배우들이고 잘해주니 오상미도 실제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 제 계산을 통해 조금씩 반전을 보여주게 됐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실제 선한 성격인 강경헌은 극중 악역을 연기하며 괴리감을 많이 느꼈단다. 그는 "괴리감은 선한 역도 악한 역도 느끼는데 그걸 받아들여야 연기가 쉽게 된다"며 "'이 사람은 왜 그럴까'하는 부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번에도 오상미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가장 힘든 부분은 50억원이라는 큰 돈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다 팔아넘길 수 있는 이 사람의 사연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처음 출발은 '이 사람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으로 시작했다. 궁지에 몰렸더라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인간애가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가정환경도 나름대로 만들었는데 오상미는 아마 아주 매마르고 건조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라고 자신이 만든 오상미의 사연을 설명했다.

특히 제시카와의 악녀 대결은 시청자들이 보는 재미 포인트였다. 서로 봐주지 않는 악녀들의 대결은 안방에 분노와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안기기도 했다. 강경헌은 '배가본드' 촬영 전에도 이미 친분을 유지했던 문정희와의 촬영이 재미있었다고. 그는 "서로가 때리는 신이 너무 많아서 아플까봐 '컷'하고 나면 '괜찮아?'라고 묻고는 했다. 기싸움이나 몸싸움도 낯선 배우와 했다면 어려웠을 수 있지만, 서로 이미 안정화된 상태에서 믿음을 가지고 연기를 하니 편했다"며 "연기하며 경쟁처럼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상대방이 잘해주면 행복하고 신이 난다. 감방에서 만났을 때도 정희가 '오상미 여기서 만나네'라고 약을 올렸는데 실제로 화가 났다. 약을 너무 잘 올려주니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감정도 잘 잡혔다"고 밝혔다.


사진=강경헌 제공
그러나 제시카와 오상미의 악녀대결 중 우위는 오상미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강경헌의 생각. 그는 "13회에서 제시카가 유가족 사진을 들고 일어났을 때의 표정이 좋았다. 그때 본인이 '들켰구나'하면서 당황하는 모습도 있지만, 그들의 아픔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 나왔다. 제시카는 반성을 하는 것 같았는데, 오상미는 끝까지 반성을 안 하는 것 같았다"며 "누가 더 나쁘다고 해야 하나"라고 말해 그의 대답을 짐작케했다.


'배가본드'로 꽃이 핀 그는 연기인생 24년차의 관록의 배우. 그는 연기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중간에 힘들 때도 있었고 '내가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생길 때도 있었다. 또 내가 배우로서 자질이 맞는지, 의심하고 두려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욕심을 버리게 됐다. 그들이 나를 불렀다면, 나를 원했으니 부른 거라고 생각했다. 철저히 준비를 다 하고 최선을 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었다. 나를 더 믿고 싶었고,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나가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조급하고 싶지 않다. 제 소원은 팔십, 구십을 먹어서도 대사를 외울 수 있는 것이다. 또 능력이 되면 끝까지 배우로 사는 것이 제 소원이다. 지금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사진=강경헌 제공
이어 강경헌은 "나 자신을 믿으려고 했고, 결국에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여전히 대본을 보면 심장이 떨리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어떻게 하지' 마각하고 고민도 하고 연습도 수없이 한다. 나이가 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먹으니 '대본을 받을 때마다 그렇구나'를 깨달았다. 대본을 볼 때마다 떨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려 한다. 연기는 평생의 숙제다. 그래서 잘 될때 너무 행복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때도 있는데, 그러 순간이 매일 잇으면 재미가 없지 않나. 가끔 그런 순간들이 꿀처럼 다가오니 그걸 맛보고 싶어서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앞서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던 강경헌이기에 '불타는 청춘'을 통해 그의 생각이 바뀌었을지 궁금해졌다. 강경헌은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사랑하고 결혼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만났었는데 당시에는 막상 결혼이라는 것이 닥쳤을 때 두려워서 도망쳤던 것 같다.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하고 싶은 만큼 못했었고, 그래서 도망쳤다. 결혼을 하면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서 잘 해야 하는데 두려움도 컸다. 일에 소흘해지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에 결혼이라는 것이 눈앞에 닥쳤을 때 도망쳤다"며 "그런데 요즘에는 주변에서 완벽하려는 강바관념을 갖지 말라고 하더라. 누구나 실수는 있다고. 제 부담감이 덜하고, 제가 일하는 것을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도망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강경헌이 출연하는 '배가본드'는 오는 16일 종영하며 강경헌은 종영 이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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