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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냉부해' 김풍 "내가 덕후·폐인 원조…차기작은 미스터리 스릴러"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9-11-26 08:50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웹툰작가 겸 방송인 김풍이 13일 서울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상수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1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요리방송인 김풍이 '폐인'의 원조라는 걸 아는 네티즌은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대표 쿡방(음식 방송) JTBC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는 25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종영을 앞두고 서울 상수동 ?냐テ岳【 김풍을 만났다.

"폐인, ?자, 디씨 초창기에 김풍이 있었죠. 태생이 인터넷이니까 네티즌 생리를 정말 잘 알았죠. 요즘 '김풍도 디씨를 하네?'라는 글 보고 참 뭐라 해야될지…마음이 복잡하더라구요."

'냉부해' 이후로는 요리인이자 방송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김풍의 본업은 웹툰 작가다. 그는 '아Œ'과 '?자'로 대표되던 2000년대 초 웹툰 1세대 작가다. 특히 2002~2003년 연재했던 '폐인가족' 이후 '폐인'이란 말은 영어의 마니아, 일본어의 오타쿠에 대응할만한 한국어 신조어로 주목받기도 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집돌이(집순이) 성향, 좁은 취향과 강한 집착 등 마이너 감성이 가득 담긴 용어다. 다만 '덕후' 기질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바로 요리인으로서의 김풍이다.

"뭔가에 꽂히면 막 파고들어가요.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왔더니 로마 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동로마제국의 멸망', '로마제국 쇠망사' 이런 책도 보고 유튜브도 찾아보게 됐죠. 요리는 문화 그 자체예요.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맛의 느낌을 살릴 수 없거든요."

김풍은 이 같은 덕후 캐릭터를 살려 2013년 '더지니어스 시즌1-게임의법칙'에 출연,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했다. 김풍은 "사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쉽지 않았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선도 잘 넘는데, 방송인들과 있으면 기가 확 죽는다"면서 "방송을 많이 하다보니 맷집은 강해진 것 같은데, 굉장히 섬세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절친인 주호민, 이말년 작가 등과의 라이브 방송에서의 활달한 모습과 최근 작인 '찌질의 역사'에서 드러난 김풍의 속내가 대조적인 이유다.

그런가하면 김구라, 홍진호, 이경규 등 '센 캐릭터'들과는 또 의외로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능력이 있다. 그는 "난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눈치를 안 봐서 그런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스튜디오 아닌 야외 예능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웹툰작가 겸 방송인 김풍이 13일 서울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상수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13/
"작품은 준비를 완벽하게 하기 전에는 들어가지 않는 편이에요. '찌질의역사' 시즌2 연재할때 너무 고생했거든요. 큰 줄기만 잡아놓고 디테일은 천천히 하면서 여유롭게 잡을 생각이었는데, 냉부가 확 뜨고 나니 마감 지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작품을 할 때는 행복해요. 내 본업은 역시 방송인이 아니라 작가라는걸 절실히 느끼죠."


'찌질의역사'는 방송인 아닌 작가 김풍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작품이었다. 2013년 말에 시작해 2017년 3월 완결을 지었다. 하지만 김풍은 이후 바쁜 방송 일정에 쫓겨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풍은 "독자 분들께는 여러모로 죄송하다"며 민망해했다.

'냉부해' 종영은 김풍에겐 꿀맛 같은 휴식이자 신작을 선보일 기회다. 내년초 선보일 예정인 신작의 장르는 뜻밖에도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르물, 휴먼드라마라는 힌트까지만 줬다. 소위 '일상 개그'를 벗어난 김풍의 도전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웹툰작가 겸 방송인 김풍이 13일 서울 상수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상수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1.13/
"(팬들 앞에)더이상 유예할 시간이 없어요. '찌질의역사' 끝난지가 3년이 다 되어 가요. '김풍이 이런 작품도 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머릿속에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준비중이에요. 쉬다보면 감이 떨어지고 날이 무뎌지거든요. 작가는 항상 감각을 예민하게 열어두고 살아야돼요.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꼰대'가 됩니다. 남들 눈치 볼 나이가 아니잖아요? 확장성을 잃고 나 좋아하는 일부 팬들과만 소통하게 될 수도 있어요. 작가에겐 독이죠. 창작자는 항상 청춘의 결을 맞춰가야 합니다."

김풍은 당분간은 신작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방송 출연 역시 기회가 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작이 내년엔 꼭 나올 거니까 기대해주시고, 즐거운 모습은 방송을 통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수동 ?냐テ岳【 만나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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