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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오정세(42)가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를 돌아봤다.
'동백꽃 필 무렵'은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21일 종영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2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올해 방영된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에 해당한다.
오정세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프레인TPC 사옥에서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행복하게 촬영했다. 주변에서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얘기해줘서 찍는 사람들도 행복했고, 고맙게도 위안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노규태를 호감인 인물로 만든 비결은 뭐였을까. 오정세는 "스스로 찾은 답은, 노규태는 외로운 친구라는 거였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시작을 했고, 이 친구가 외로워서 동백을 사랑하고 향미를 사랑하고, 또 누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누가 툭 건들기만 하면 그쪽으로 훅 갔다가, 사람에게도 가고 식물에게도 가고 물건에게도 가는 사람인 거였다. 외로워서 했던 행동들이라 정당화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고, 혼날 것은 혼나야 하지만 '얘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이 친구는 2% 부족한 인물이었던 거다. 그렇게 설정해 불편하지 않은 캐릭터로 가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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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태의 의상도 오정세가 직접 준비한 것들이었다. 오정세는 "의상을 잡을 때 처음 한 것은 하이웨스트로 하의를 제작한 거였다. 또 멋스러운 옷인데도 규태가 입으면 과하거나 안 어울리는 옷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이웨스트에 멜빵을 착용했다. 집에서는 자유롭게 입으면 좋겠어서 제가 평소에 집에서 입는 옷을 펼쳐놓고 봤더니 콘셉트가 없더라. 콘셉트가 없는 것이 규태의 콘셉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게 규태의 실내복이 됐다. 드리프트를 할 때의 파란 점퍼도 가내복을 입고 나온 장면이었는데 제가 실제로 촬영장에서 입는 점퍼다. 원래는 카디건을 입고 나오려고 준비했지만, 리허설을 할 때 그 점퍼를 입은 것을 보고 감독님이 '의상은 픽스냐'고 묻더라. 그래서 곧바로 가내복에 패딩을 입고 촬영했다. 스타일상 조합이 안되는 룩이 탄생했던 거다"고 밝혀 남다른 디테일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이어 오정세는 "노규태가 실존 인물이라면, 친해졌을 것 같냐"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저는 나서는 사람은 불편해 한다. 저랑은 친해지지 못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저랑 안 맞는 사람일 수 있지만, 속이 다 보이는 순간부터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규태를 설정할 때 모티브가 됐던 것이 제가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만난 다섯 살 여자애였다. 그 여자애가 껌을 훔쳐가는데 껌을 가랑이 사이에 끼고는 어정쩡하게 걸어서 나가는 거다. 보면서 헛웃음이 나와서 '아유'이러면서 보는 정서가 있었다. 규태가 그런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수가 다 보이는 그런 인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같은 디테일 덕분일까. 오정세는 '오정세 필 무렵'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극 속에서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하찮은 매력 덕분에 '하찮미'부터 시작, '노큐티' '요정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별명을 섭렵할 수 있었다. 오정세는 "모든 수식어가 다 마음에 들고 다 부담스럽다. '하찮미'는 덜 부담스러운데 작품 덕분에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것들이 좋다. 댓글에도 다들 '너무 좋아요'가 있는데, 그 뒤에 '너무 좋아요 젠장'이라는 글자가 붙더라. 칭찬만 받는 것은 불편한데 '규태 좋아요'에 욕설이 붙으면 마음에 안심이 된다"고 말해 취재진을 폭소케했다.
오정세는 특히 "칭찬 뒤에 욕이 붙지 않으면 부담스럽더라"면서 최근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에도 "모든 정서가 다 좋지만 부담스럽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정세는 "클립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내주기도 하고, 실시간 반응을 보면서 방송을 봤는데, 그분들은 내가 어떤 대사를 바꾸는지 등을 다 안다. 내가 '당선'을 '당첨'으로 바꿔도, '적역'을 '저격'으로 바꿔도 다 알아봐준다. 마치 소통을 하는 것 같아 너무 웃겼다"고 말했다.
오정세는 당분간 이같은 작품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기대는 하고 있다. 섣불리 가까운 시기에 오는 것은 욕심일 것 같다.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느닷없이 오곤 한다. 늘 집에서 나올 때 '오늘은 좋은 사람들만 만나면 좋겠어'라고 생각하고 나오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사기꾼도 만나고,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행운같은 사람도 오는데,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기다리고 만나는 거 같다. 매번 좋은 사람만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저도 지치고 부담이 되더라"고 말하며 당분간 '동백꽃 필 무렵'을 넘을 작품이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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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는 마지막으로 '동백꽃 필 무렵'의 모든 스태프들을 '작은 영웅'에 비유했다. "'동백꽃 필 무렵'을 찍으면서 작은 선의가 뭉쳐 기적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런 장면과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주목받은 배우들도 있지만, 스태프들도 그 안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조명 감독님도 마치 막내인 것처럼 자신이 솔선수범을 해서 쓰레기를 치우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들이 작은 기적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울컥하는 것이 있다. 제작부도 갈등이 있겠지만, 새 대본이 나오면 풀리는 것을 보면 이런 것 하나 하나가 스태프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작업을 즐겁게 해준 것 같다. 스태프들의 노력이 생각이 많이 난다. '동백꽃'을 찍으며 작은 영웅들을 많이 만났다."
'동백꽃 필 무렵'으로 '오정세 필 무렵'을 완성한 오정세는 차기작을 일찌감치 정하며 촬영에 들어갔다. 그의 차기작은 SBS '스토브리그'로 극중 구단을 해체시키려는 계획을 가진 구단주 권경민으로 분해 극에 녹아들 예정이다. '스토브리그'는 12월 13일 첫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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