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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韓판 '빅뱅이론' 생각"…'너의 여자친구' 목표만 높았던 시대역행 청춘 로코물(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1-29 16:2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오랜만에 스크린에 찾아온 청춘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 하지만 진부한 캐릭터와 스토리, 시대를 역행하는 유머와 2%가 아니라 200% 부족한 완성도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인내심 제로 돌직구 양궁 선수와 사회성 제로 모태솔로 공대생의 유쾌하고 달달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 '너의 여자친구'(이장희 감독, 제이아트·A Story 제작).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이엘리야, 지일주, 허정민, 김기두, 이진이, 이장희 감독 참석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찾아오는 청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너의 여자친구'는 차세대 충무로를 책임질 청춘스타들이 의기투합해 눈길을 끈다. '보좌관', '황후의 품격', '미스 함무라비'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이엘리야와 '아르곤', '역도 요정 김복주'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지일주가 풋풋한 케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다. 영화는 웹드라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완성도로 영화를 보는 러닝타임 100분을 체감 시간 200분으로 만든다. 후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은 시종일관 먹먹한 음향은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영화에서 구사하는 철지난 유머와 말장난은 웃음은커녕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
배우 지일주와 이엘리야가 29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너의 여자친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너의 여자친구'는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혜진과 연애에는 서툰 모태솔로 공대생 휘소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렸다.
건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9/
하지만 그보다 더 한숨이 나오는 건 성의없이 구축한 영화의 캐릭터다. 각각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진 두 주인공의 설정부터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유치하고 전형적이기 짝이 없고 흘러가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널을 뛰어 도저히 공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지일주가 연기하는 남자주인공 휘소는 순수하면서도 어리숙한 모태솔로인 대학생으로 설정했지만,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주인공과 혜진(이엘리야) 첫 만남에서 자리에 일어나보라고 요구한다거나 첫 식사 장소를 끝없이 펼쳐진 계단 위로 설정하는 건, 어리숙한 게 아니라 멍청해보이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휘소 캐릭터는 그나마 멀쩡한 편. 나머지 주변 인물들의 설정은 더하다. 주변 인물들은 그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없이 가볍게 휘발돼 버린다. 그중에 최악의 캐릭터는 이진이가 연기하는 황하나 캐릭터다. 황하나는 이제는 과거 B급 비디오용 영화에서 그려질 법한 얼굴과 몸매만 내세우는 멍청하고 쓸모없는 금발 미녀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한다. 대학생인 황하나는 등장부터 업소 여성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들다. 시종일관 대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멍청함만을 강조한다. 다른 캐릭터들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설정이라는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다.


이장희 감독이 29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너의 여자친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너의 여자친구'는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혜진과 연애에는 서툰 모태솔로 공대생 휘소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렸다.
건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9/
하지만 시사회에서 전한 이장희 감독은 완성된 영화와는 전혀 달랐다. 이 감독은 "전체 영화를 만들 때 뻔하게 흘러가는 게 싫어서 안 뻔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됐는지 모르겠다. 장애인을 대할 때의 뻔함, 공대생을 표현할 때의 뻔함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뻔함을 지양하다 보니까 독특한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며 묘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 감독은 영화의 소재에 대해 "제가 19년 전에 서울시에서 하는 장애인 인식개선사업에 만드는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때 조감독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장애인 양궁팀을 실제로 본적이 있다. 그걸 가슴 속에 담고 있다가 10여년이 흐른 뒤에 그때의 일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공대생과 장애인 양궁선수의 청춘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중 공대생들의 생활 표현에 대해 "제가 빅뱅이론의 광팬이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공대생들의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녹여내고 싶었다. 장애인 양궁을 생각하니까 그 속에 굉장한 메커니즘이 있더라. 휠체어도 양궁 활도 기계더라. 그래서 공대생들이 이 휠체어 양궁을 만나면 굉장히 시너지를 나겠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지일주와 이엘리야가 29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너의 여자친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너의 여자친구'는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혜진과 연애에는 서툰 모태솔로 공대생 휘소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렸다.
건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9/

극중 주인공 혜진 역의 이엘리야는 "이엘리야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제가 기존에 해왔던 작품이 무겁고 어려운 게 많았는데, 그것에 비해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면 연기함에 있어서 영화를 찍는 큰 생각 보다는 정말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했다. 촬영을 하면 제 인생에서 예쁜 추억이 될 거라는 설렘이 있었다"며 이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전했다.

또한 이엘리야는 장애인 연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신경 쓴 점은 없냐는 질문에 "장애인 연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게 되더라"며 "저는 혜진이라는 인물을 만났을 때 그런 부분보다는 이 친구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삶을 밝게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공감이 됐다. 그런 부분을 연기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혜진이의 삶에 대한 밝은 의지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휘소 역의 지일주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청춘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좋았다. 그동안 해왔던 작품에 비해 밝은 느낌의 작품, 즐거운 느낌의 작품이었다.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엘리야가 29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너의 여자친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너의 여자친구'는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혜진과 연애에는 서툰 모태솔로 공대생 휘소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렸다.
건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9/
그러면서 그는 이엘리야와의 호흡에 대해 "이엘리야 씨와는 같은 학교 선후배이지만 학교에서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 '빠스켓볼'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반년 넘게 함께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엘리야는 "저는 지일주 배우님의 후배다. 후배 입장에서 봤을 때 지일주 배우님은 정말 열심히 하고 적극적인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빠스켓볼'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을 때도 지금보다 밝고 적극적이셨다. 이번 작품에서 선배의 밝은 모습 덕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길용태 역의 허정민은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청춘물이라고 생각해서 덥썩 출연을 응했다"고 출연 이유에 대해 전했다. 이어 "기두 씨와 친구로 나온다고 해서 흔쾌히 촬영했다. 기두 씨와 함께 우리 절친으로 나오는 영화 한편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런 작품을 만나게 돼서 20대 때 돌아간 것처럼 발랄하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엘리야가 29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너의 여자친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너의 여자친구'는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혜진과 연애에는 서툰 모태솔로 공대생 휘소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렸다.
건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29/
황하나 역의 이진이는 "어떤 작품인지도 모르고 제발 되라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다. 막상 오디션에 붙고 나니 밝은 청춘물이라서 행복하게 촬영했다. 또한 선배들이 잘 챙겨줘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고 이창길 역의 김기두는 "창길 역이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하고 싶은 배우들이 출연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너의 여자친구'는 이장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이엘리야, 지일주, 허정민, 김기두, 이진이 등이 출연한다. 12월 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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