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상윤 "'VIP'로 배우인생 '최고' 악플받았죠"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상윤(38)이 'VIP'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악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상윤은 2007년 KBS2 '드라마시티-변신'으로 데뷔한 이후 MBC '에어시티' 등에 출연하며 연기경력을 쌓았다. 이후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 등을 통해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고, KBS2 '내 딸 서영이'(2012)로 인기를 얻었다. 또한 tvN '라이어게임'(2014), tvN '두 번째 스무살'(2015), KBS2 '공항 가는 길'(2016), SBS '귓속말'(2017) 등 다수 인생작을 남겼다. 고정 예능 프로그램인 SBS '집사부일체'에도 지난 2017년 12월 31일부터 함게하고 있다.

24일 종영한 SBS 'VIP'(차해원 극본, 이정림 연출)는 이상윤의 연기인생에서 의미가 깊은 작품. 그동안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바른 이미지가 있었던 그이지만, 연기를 통해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 극중 이상윤은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으로, 온유리(표예진)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 박성준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상윤이 출연한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 드라마로, 나정선과 박성준이 결국 이혼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그려지며 종영했다.

이상윤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VIP'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상윤은 'VIP'를 마치며 시청자들의 '욕'과 '국민 불륜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현장에서도 여자 스태프들이 성준이를 다 싫어했다. 성준이 입장에서는 몰입해서 연기를 했지만, 이미 상황 자체가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걸 더 나쁜 쪽으로 연기하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 그 속에서 흘러가는 상황이나 관점도 정선이의 관점이기 때문에 그쪽에 이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틀이 갖춰진 상태라 최선을 다해서 착하게 살려고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잊혀지고 이런 선택(불륜)을 하기 전까지도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만회하려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이상윤은 평소 바른생활 이미지이지만, 차해원 작가는 그런 이상윤의 모습을 보고 박성준이란 인물을 써내려갔다고 했다. 이상윤은 "저는 'VIP'를 재미있게 했다. 일부러 연기변신을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은 아니었고, 글이 좋았고 재미있었다. 저를 염두에 두고 작가님이 성준이라는 인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이든 저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셨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 글이 심지어 재미있었다. 그래서 꼭 연기변신을 하고 싶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었다"며 "'작가님 대체 날 어떻게 봤나' 생각을 해봤는데, 저에게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시청자들이 끝까지도 '아닐거다'고 기대를 했는데, 그걸 위한 거였던 것 같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성준이에게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았던 그런 부분들이었던 것 같다. 제 지인들도 '(불륜) 아니지?'라고 묻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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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륜남'이라는 수식어는 부담이 됐을 터. 이상윤은 "그런 얘기를 작가님이 쓰신 거고, 글이 재미있었다. 저는 그 이야기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걸 표현하는 연기자일 뿐이다 제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SNS로 메시지가 온다. '너무 싫다'고. 또 그중에 재미있는 것은 이런 거다. '좋아하는 연기자였는데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실망스럽다'고 하신다. 저는 '그런가?'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연기자가 이런저런 연기를 하면 재미있게 보고, 잘 소화하나 못하나,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재미있게 볼 것 같은데 어떤 팬분들은 항상 원하는 이미지의 연기만 하기를 바라시나 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실망을 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윤은 'VIP'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속임수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속임수를 많이 쓰는 연기였다. 내연상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을 때 감춰야 하는 연기를 했고, 모든 상황에 대해서 비슷하게 보이려고 했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드러난 후의 선택으로 갔을 때에도 과거의 상황을 연결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단순한 선택들을 연기하기보다는 상황적인 것들을 바탕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께 논의를 드리면 수정을 해주셨고, 온유리에게 가는 장면들도 초고와 느낌이 다르게 만들어서 갔다. 정선이 밉게 보일 수 있는 장면들도 있어서 협의 하에 뺄 것은 빼고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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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은 자신이 연기한 박성준에 대해 "정선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서도 "저는 또 한편으로는 이 사람의 사정을 알고 연기해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끔 정선이가 밀어낸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생각했을 때 내가 정선이가 돼서 보면, 그걸느끼지 못한다. 과거에도 그렇고 유산이 됐을 때 성준은 옆에서 묵묵히 안아주려고 노력하는데, 정선이는 가시를 세워서 찌르지않나. 그 와중에 성준에게도 일이 생기고 현재로 돌아와서도 잘못을 걸린 후에 성준은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어 하고 미안해하고 잘해보려 하는데, 조금만 뭐가 있으면 다시 날카롭게 하니, 사실 연기하면서도 답답했다. 잘못한 것은 알지만, 노력하는 것을 봐주지 않는 것 같아서. 똑같은 이야기도 어떤 시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평소 잘 보지 않았던 댓글도 체크했다는 이상윤이다. 그는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던지며 끌고 가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에 봤지만, 시청자 분들의 감정이 격해진 후로 한 2~3주째 댓글을 못보고 있다"며 "제일 안 좋은 것은 무관심이다. 욕을 해주신 분들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신 거다. 역대 최고로 악플을 많이 받아봤다. 박성준을 욕하시는 것은 좋지만, 이상윤까지 그 욕이 오지 않으면 좋겠고, 연기가 답답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냥 답답하게 연기를 한 거다. 그건 속상하더라. 답답한 인물이라 답답하게 연기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연기하느냐'하시면. 그냥 답답하게 써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윤은 'VIP'를 마친 뒤 오는 1월, 새 예능 프로그램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문지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