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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연기는 실제가 아니에요"..이상윤의 '공과 사'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12-25 13:14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상윤(38)이 연기와 실제 모습의 '공과 사'를 구분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상윤은 2007년 KBS2 '드라마시티-변신'으로 데뷔한 이후 MBC '에어시티' 등에 출연하며 연기경력을 쌓았다. 이후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 등을 통해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고, KBS2 '내 딸 서영이'(2012)로 인기를 얻었다. 또한 tvN '라이어게임'(2014), tvN '두 번째 스무살'(2015), KBS2 '공항 가는 길'(2016), SBS '귓속말'(2017) 등 다수 인생작을 남겼다. 고정 예능 프로그램인 SBS '집사부일체'에도 지난 2017년 12월 31일부터 함게하고 있다.

24일 종영한 SBS 'VIP'(차해원 극본, 이정림 연출)는 이상윤의 연기인생에서 의미가 깊은 작품. 그동안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바른 이미지가 있었던 그이지만, 연기를 통해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 극중 이상윤은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으로, 온유리(표예진)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 박성준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상윤이 출연한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 드라마로, 나정선과 박성준이 결국 이혼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그려지며 종영했다.

이상윤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VIP'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루며 유종의 미를 거둔 'VIP'에 대해 이상윤은 "시청률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주변에서도 드라마는 좋아하시고 저는 싫어하신다. 주변 지인들도 처음에는 재미있게 본다고 하다가 점점 제가 싫다고 하더라. 친구의 아내들이 특히 그랬다. 친구들이 많이 말해주는데 '같이 보면서 이렇게 격한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상윤의 말처럼 드라마는 사랑을 받았지만, 이상윤이 연기한 박성준은 '국민 불륜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이상윤은 "왜 그러는 것이냐"는 주변의 반응들에 대해 "작가님이 왜 그렇게 쓰셨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낸 뒤 "저는 (내연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고 들어왔지만, 이렇게까지 박성준이 많이 갈 것이라고는 몰랐었다. 그 후의 선택들이 이런 방향일 것이라고도 생각을 못했다. 제가 시놉시스를 보지 않고, 대본만 보고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상윤이 연기한 박성준은 백화점 부사장의 비리를 직접 해결해주는 동시에, 부사장의 숨겨진 딸인 온유리와 내연관계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 이에 비난의 시선도 이어졌지만, 이상윤은 박성준을 연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역할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제가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작가님이 써주신 인물이고, 제가 연기를 한 것이었다. 그 인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평하는지는 사실 모르겠다"면서도 "데뷔 후에 이런 반응을 받는 것도 처음인데 재미있다. 사실 이건 박성준을 향한 평이고, 어떤 평이 내려져도 재미있지만, 박성준을 연기하는 이상윤의 연기나, 이상윤의 사람 자체를 연결해서 하나로 묶어 욕을 하는 부분은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솔직히 밝혔다.

또 이상윤은 "사실 개인적인 욕까지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냥 '박성준이 너무 싫어'에서 연기를 한 연기자의 이름을 대서 말할 때가 있다. '장나라 너무 좋아'처럼 '이상윤 너무 싫어'로 가는 것은 박성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을 알지만, 가끔 '이상윤 원래 싫었다'고 나오거나, '이상윤 연기 원래 답답했다', '이상윤 자체가 답답하다'고 가면 '뭐지?' 싶은 마음이다. 저는 박성준을 연기하려고 그 인물로서 답답하게 인물을 표현하고 연기한 것 뿐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반응을 알겠지만, 또 사람인지라 '그런가' 싶은 마음도 있다. 생각보다도 그런 쪽으로 반응이 더 있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인간 이상윤과 연기자 이상윤에 대한 욕으로 이어지니 좀 그렇더라"고 말하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이상윤은 'VIP'를 마치며 얻은 것은 '욕'과 '사람들'이라며 웃었다. 그는 "얻은 것은 욕과 사람들이다. 드라마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너무 좋은 인연으로 남았다. 배우들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작가님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하나같이 다 너무 좋은 분들이라서 촬영팀도 좋았다. 또 '국민 불륜남'이라는 호칭도 얻었다"며 유쾌한 발언을 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평소 잘 보지 않았던 댓글도 체크했다는 이상윤이다. 그는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던지며 끌고 가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에 봤지만, 시청자 분들의 감정이 격해진 후로 한 2~3주째 댓글을 못보고 있다"며 "제일 안 좋은 것은 무관심이다. 욕을 해주신 분들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신 거다. 역대 최고로 악플을 많이 받아봤다. 박성준을 욕하시는 것은 좋지만, 이상윤까지 그 욕이 오지 않으면 좋겠고, 연기가 답답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냥 답답하게 연기를 한 거다. 그건 속상하더라. 답답한 인물이라 답답하게 연기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연기하느냐'하시면. 그냥 답답하게 써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상윤의 열연 덕분에 'VIP'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특히 현장의 스태프들과 배우들 사이에서도 '비혼 장려 드라마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고. 이상윤은 "저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다. 이걸 다 연기하고 보면서 '이럴거면 비혼을 추천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그 상황들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관'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상윤은 "결혼관보다는 '바람이라는 것은 절대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에게도 '바람은 절대 피우지 말아야 하고, 정말 실수로 바람을 피웠다면 죽을 때까지 걸리지 말아야 하고, 혹시라도 걸리면 미래는 없고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낄 때는 정말 희망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상윤은 앞서 인터뷰 등에서 결혼에 대한 의지와 함께 '지금 아이를 낳아야 환갑 전에 아이가 스무살을 맞는다'고 꾸준히 말했던 바 있다. 그는 결혼에 대한 생각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다. 앞으로도 모르는 일이다. 내년에만 낳아도 내 나이 환갑은 안 넘지 않겠나. 뭐든 가능성도 시간도 있다"고 말하며 결혼에 대한 가능성도 다시 열어뒀다.

이상윤은 인터뷰를 통해 '연기와 실생활의 구분'을 특히 강조했다. 'VIP'를 통해 욕도 많이 먹었다는 그는 실생활과 연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속 모습과 '집사부일체'의 모습은 다르다. 오히려 '집사부일체'에서의 모습이 저와 같고, 그게 저"라며 "작품 속에서는 제가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인물이고, 그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제 삶에서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공과 사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섞이게 되지만, 저는 사적인 인생은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윤은 'VIP'를 마친 뒤 오는 1월, 새 예능 프로그램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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