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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韓팬 고마움 잊지 않고파"…양준일 첫 팬미팅, 이유있는 꽃길 신드롬 (종합)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9-12-31 14:0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대세' 양준일이 이유 있는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31일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양준일의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팬미팅은 양준일이 데뷔 28년 만에 한국에서 갖는 첫 팬미팅으로, 티켓팅 개시 2분만에 전석 매진될 만큼 뜨거운 반향을 불러온 바 있다.

"다들 저 보러 오신거 맞냐"고 말문을 연 양준일은 "너무 놀랐다. 처음이다. 상상도 못했다. 너무 감사하다. 머리 속에 있는 나에 대한 내 이미지가 헷갈리는 상태다. 일주일 전만 해도 그냥 서버였기 때문에 여러분이 나를 보러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내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여러분이 나를 아티스트로 봐주시는 것을 받아들이며 점점 거기에 맞춰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손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셨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양준일은 1991년 '리베카'로 데뷔,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발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비자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간 양준일은 V2로 활동을 재개했으나 회사 계약 문제로 가로막혔다.

양준일은 "당시 한국어도 서툴고 그래서 어디에 가서 비자를 확인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나를 데려가주시는 분이 있었다. 그 분이 비자를 갖고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기다려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분은 못 만났다. 도장을 못받았다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게 싫대'라고 하셨다. 외국 사람이 한국에 들어와서 일을 하며 한국 사람에게서 일을 뺐는 것 자체가 싫다더라. 그런데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다. 무대에 서면 대한민국에 다시 못온다고 해서 포기했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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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상처도 있었다. 그럼에도 양준일은 여전히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수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영어를 가르치며 계속 한국에 있었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한국은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래도 다가가고 싶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돌아갈 때는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 살지 않는 게 낫다고 내 자신을 설득했다. 그래서 '슈가맨' 출연도 망설였다. 한국에서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지는 않았다. 노사연 누나, 민혜경 누나도 잘 해주셨고 제니하우스 원장님하고도 친하다. 그런 따뜻한 분들이 있었다. 미국인들에게 받을 수 없었던 따뜻함이 대한민국에서는 꼭 필요할 때 언제나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할 때 슬프지 않은 이유다. 그게 현실이었고, 사건 때문에 떠났지만 좋은 기억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셨던 그 분들의 따뜻함을 간직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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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근 SNS를 통해 시대를 앞서간 음악과 퍼포먼스가 1030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빅뱅 지드래곤을 닮은 훈훈한 외모로 '탑골GD'라는 애칭까지 생겨났다.


양준일은 "당시의 활동 모습을 보면 나 같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끼를 참은 적도 없다. 내 자신을 그냥 재미있게 볼 뿐이다. 앞서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한국과 안 맞는다고는 생각했는데 나를 바꿀 수가 없더라. 탑골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GD와 비교해도 나는 괜찮은데 GD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누가 마이클 잭슨과 나를 비교하면 내가 마이클 잭슨을 욕 먹이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GD와 비교한다고 GD 팬들이 싫어하신다면 충분히 이해한다. 나의 한면을 싫어하실 수 있다. 하지만 안티팬분들도 나를 개인적으로 한번 만나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리고 JTBC '슈가맨3' 출연을 계기로 양준일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양준일은 "방송 출연 후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상태였다. 그런데 음식점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다른 분이 전화를 대신 받았는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난리가 났는데 거기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셨다더라. 그래도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비행기 타고 들어오면서 다 알아봐주셨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냥 매일 적응하고 있다. 적응이 됐나 싶다가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를 보러 와주셨다는 게 쇼크다"라고 전했다.


신드롬이 불고 있는 지금도 양준일의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매력은 여전하다.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내가 감히 그것을 파악할 수 없다. 그걸 파악하려고 하면 공식이 생길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그 공식을 따라가려 할 것 같고, 그러면 그 공식조차 붕괴될 것 같다. 오히려 여러분께 묻고 싶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사건을 비롯해 미담도 이어지고 있다.

양준일은 "생각을 하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돌이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분들이 그것을 기억해준다는 게 고마울 뿐이다. 실제로 기억도 잘 안 나지만 내가 했을 행동같이 들리긴 한다"고 전했다.

50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 미모와 슬림한 몸매, 여전한 패션감각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서도 "먹는 걸 조절한다. 서빙할 때 14시간 이상 일 한다. 바쁜 날은 하루 16km를 걷는다. 그럴 때 뭘 먹으면 졸려서 하루를 마무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식한다. 그리고 체질 자체가 살이 안 찌는 체질이다. V2 때는 이미지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살찌는 단백질을 3000 칼로리씩 먹으면서 몸을 키웠던 거다. 패션은 타고난 것도 있고 내 몸을 잘 안다. 내 몸에 뭐가 어울릴지, 원하는 게 뭔지를 안다"고 답했다.


'슈가맨3' 출연 당시 양준일은 차별과 따돌림으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에도 여전히 순수함과 해맑음을 간직하며 자신의 인생을 성실하게 꾸려나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20대의 자신에게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라는 메시지를 전달,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양준일은 "모든 게 완벽하게 이뤄질 거라고 얘기한 건 이렇게 될 거란 뜻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원하는 그것을 내려놓으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고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다. 그게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당시에는 앨범을 내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 그런데 그렇게 다 하고 나니까 내려놓을 수 있었다. '판타지' 앨범을 만들 때 그랬다. 이게 마지막 앨범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원해도 갖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때의 상황과 아픔이 마무리되고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마음 속에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게 표현이 됐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영원하지 않고, 그걸 갖는다고 해도 행복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런데 더 이상 원치 않으니까 이뤄진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적응하기가 힘들다. 내려놓는 게 너무 힘들었기에 그것을 다시 원하는 게 옳은 건지도 헷갈린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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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양준일 팬미팅에는 혹한도 뚫고 팬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팬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양준일을 기다렸다. 가장 인상적인 건 팬들의 말이다. 이들은 '양준일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많이 꺼냈다.

이에 대해 양준일은 "팬분들이 나한테 미안해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면에서는 똑같이 미안하다. 그때 나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런 팬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다. 그런 것을 겪어내며 얻은 게 많다. 한 순간도 버리고 싶은 건 없다. 쓰레기 안 보석을 찾아내고 그것을 간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걸 베이스로 인생을 살아가고 풀어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이렇게 나를 환영해주시고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 자체가 옛날의 그런 것들을 다 잊어버리게 만들어주신다. 과거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게 해준다. 지금이 너무 기쁘고 고맙다. 내 스스로 그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고마움을 갖고 팬들과 대한민국을 감히 감싸고 싶다"고 밝혔다.

양준일은 앞으로 팬들을 위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양준일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 머릿 속에 있는 게 뭔지를 많이 궁금해주셔서 그것을 좀더 글로 표현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준비 중이다. 나도 너무나 놀라운 게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그렇게 고가로 팔린다더라. 가짜 음반이 팔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예전 곡들을 모아 재편곡과 재녹음을 해서 앨범을 새로 만들어보고 싶다. 예전에 냈던 노래들을 좀더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 그 다음에 새로운 노래를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정착 계획도 전했다. "연예 활동을 안한다고 해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그런 조건이 갖춰지면 한국에서 살고 싶다. 여러분이 나를 원하시는 동안 활동을 하고 싶다. 현실에 무릎을 꿇는 게 좋은 것 같다. 만약 '슈가맨'에 나왔을 때 나한테 실망하셔서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어도 받아들였을 거다. 그런데 나를 받아주셨다. 20대 때도 50대가 된 지금도 내 계획대로는 되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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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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