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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고난의 시간 끝..합의 마친 '사냥의시간', 다시 넷플릭스로(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17 09:4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상업 영화 최초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추진, 이 과정에서 해외 배급 대행사와 이중 계약 논란에 휘말리며 법원으로부터 해외 상영금지까지 받게된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싸이더스 제작)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난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간다.

'사냥의 시간'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 초청으로 전 세계 첫 공개된 이후 곧바로 국내에 2월 26일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2월부터 국내에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 3월 중 개봉하려 했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되자 결국 한국 상업 영화 최초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와의 단독 계약을 체결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 '사냥의 시간'은 이달 10일 오후 4시(한국시각)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동시 공개를 선언,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를 뒤흔든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는 해외 배급 대행사인 콘텐츠판다(모회사 NEW)와 계약 철회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의 넷플릭스 공개 선언 당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이중 계약'이라는 날선 비난과 함께 법적공방을 시사하며 '사냥의 시간'을 둘러싼 '고난의 시간'을 예고했다. 그러부터 약 2주일간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는 1차 합의를 도출하려 몇 차례 긴급 회동을 갖기도 했지만 끝내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었고 '사냥의 시간'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그 결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콘텐츠판다가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제기한 '사냥의 시간' 해외 판매금지가처분 및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고 '사냥의 시간' 공개를 하루 앞둔 9일 넷플릭스는 울며 겨자먹기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공개 보류 발표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2월 개봉 연기, 넷플릭스 공개 선언, 이중계약 논란, 법원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인용까지 무려 약 두 달간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키며 표류한 '사냥의 시간'. 끝내 벼랑끝에 몰린 리틀빅픽처스가 콘텐츠판다에 무릎을 꿇고 공개 사과와 함께 '비공개' 합의금을 제시하면서 '사냥의 시간'은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가게 됐다.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는 지난 16일 오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배급사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수도 없이 고민했다. 넷플릭스로의 190개국 전 세계 동시개봉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와 제작진, 감독, 배우들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리한 진행으로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로, 1년여간 해외 판매에 크게 기여한 콘텐츠판다의 공로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했고 그 결과 해외 상영 금지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콘텐츠판다에 사과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보도자료 및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해 콘텐츠판다는 물론 모회사인 NEW의 기업가치를 훼손한 점에 대하여 콘텐츠판다 임직원들에게 사과한다"며 "다수의 피해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취지에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협상은 매끄럽지 못했고 과정은 서툴렀다. 동의해주고 이해해준 모든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사과를 동시에 전한다. '사냥의 시간'이 다시 넷플릭스에 공개될 수 있도록 한국 영화 산업을 위해 개별 바이어들과 신속하고 합리적인 협상은 물론 최소한의 비용으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배려한 콘텐츠판다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거듭 콘텐츠판다에 대한 배려를 언급했다.

콘텐츠판다 역시 같은 날 "콘텐츠판다는 지난해 1월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한 이후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맡은 바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왔다. 최소한의 상식적인 절차가 무시된 채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 콘텐츠판다의 적법한 권리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해외 바이어들과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과 그동안의 노력이 허위사실에 기반한 억측으로 인해 폄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콘텐츠판다의 정당한 권리와 의무 수행을 확인 받았다. 이후 최선을 다해 해외 바이어들과의 재협상을 마친 후 상영금지가처분을 취하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리틀빅픽처스와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콘텐츠판다는 이번 '사냥의 시간' 사태로 영화계에서 미운털이 박힌 불공정 논란을 의식한 듯, '합리적 비용'으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음을 강조했다. 콘텐츠판다는 "영화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사례를 방지하고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냥의 시간'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해외 30여개국 영화사들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이 모든 과정에서 콘텐츠판다에 대한 합당한 보상보다는 국제 분쟁을 예방하고 해외 시장에 한국 영화계가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존중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양사가 밝힌 원만한 합의에 이른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를 통해 언제쯤 보게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측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사냥의 시간'의 상영금지가처분 인용이 취하되고 내부적으로 적절한 공개 시기를 논의 중이다. 최대한 빨리 전 세계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전과 같다. 공개 시기가 정해지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다"고 알렸다.

이미 '사냥의 시간'은 전 세계 마케팅 비용만 추정 100억원 이상이 사용된 작품으로, 공개 시기를 4월 뒤로 미루기엔 넷플릭스에게 리스크가 상당하다.

'토르' 시리즈로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크리스 헴스워스 주연 영화 '익스트랙션'(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오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 '사냥의 시간' 역시 '익스트랙션'과 같은 날 개봉하거나 혹은 5월 1일 공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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