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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韓소리의 맛"…'소리꾼' 이봉근→김동완, 제2의 '서편제' 탄생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6-22 16:56


2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영화 '소리꾼'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는 조정래 감독과 주연 배우들. 자양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6.2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내 인생을 바꾼 우리의 소리!"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판소리 영화 '소리꾼'(조정래 감독,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작).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소리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지고지순한 소리꾼 학규 역의 이봉근, 학규의 사라진 아내 간난 역의 이유리, 학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북 치는 장단잽 대봉 역의 박철민, 학규가 길 위에서 만난 몰락 양반 역의 김동완, 그리고 조정래 감독이 참석했다.

'소리꾼'은 한국 영화의 전설인 임권택 감독의 명작 '서편제'(93)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정통 판소리 영화다.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이자 위안부를 소재로 한 '귀향'(16)으로 무려 358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조정래 감독의 신작 '소리꾼'은 가장 한국적인 한과 해학의 정서를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냄과 동시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천민 신분이었던 소리꾼들이 겪는 설움과 아픔을 그린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소리꾼들의 한(恨)과 흥(興)의 정서를 조정래 감독 특유의 진솔하면서도 따뜻한 연출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특히 '소리꾼'은 국악 명창 이봉근의 첫 스크린 데뷔로 화제를 모았다. 이봉근은 KBS2 음악 예능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판소리 명창의 면모를 드러내며 주목받은바, 이번 '소리꾼'을 통해 정통 스크린 연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확실한 첫발을 내디뎠다. 첫 연기임에도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소화한 것은 물론 절절한 감정을 노래에 담아 보는 이들의 공감을 높였다. 또한 '소리꾼'은 이봉근 외에도 악역의 새 지평을 연 이유리, 원조 연기돌 김동완, 믿고 보는 신 스틸러 박철민 등이 가세, 최고의 앙상블을 선보이며 '서편제'를 이을 또 다른 판소리 명작으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이날 조정래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기 전 방황하던 때 '서편제'를 보게 됐다. '서편제'를 통해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영화도 하고 우리 소리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그 이후 동아리 활동도 하고 학업을 하면서 우리 소리와 영화를 배웠다. 오래된 염원이 이뤄진 순간이다. 오래 전 만든 단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소리꾼'을 만들게 돼 영광스럽다. 이번에 큰 결심으로 함께해준 스태프,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썼던 단편 시나리오가 학규와 간난의 이야기다. 단편 시나리오를 쓰면서 1억짜리 예산의 영화를 썼냐고 교수님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나중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나를 잘 아는 분들은 나에 대해 '소리에 미친 사람이다'라고 한다. 우리 영화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학규와 간난의 서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리의 전통 소리도 좋지만 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22일) 극장에서 완성본을 처음 보는데 영화를 보면서 행복했다. 영화를 보면서 '심청가'를 이제 좀 깨달은 것 같다. 우리네 삶 자체가 고난의 순간인데 그 순간에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또 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존재가 있다는 게 행복이 아닐까. 오늘 새로 느낀 연출 의도인 것 같다"며 "또 인당수 장면은 주변 스태프들이 보고 만족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보고나서야 우리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알겠다는 반응이 많더라. 블라인드 시사를 통해서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 보는 장면이라는 평을 들어서 너무 뿌듯하다"고 뭉클한 소회를 전했다.

이봉근은 "판소리를 전공하는 소리꾼의 입장으로 우리 소리의 맛이 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배우로서는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한 이유리는 "오랜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나 또한 많이 부족하지만 보는 분들마다 관점이 다를 영화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를 통해 서민들이 어떻게 살았고 실제 판소리를 하다 죽음을 당한 소리꾼들도 많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유리도 이런 연기가 가능하다는 관점으로 봐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사극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는데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행복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많다.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긴장되고 설렌다"고 밝혔다.


반면 김동완은 "'연가시' 이후 처음으로 블록버스터를 촬영한 기분이다. 국악 영화라고 작은 영화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오셔도 될 것 같다. 조정래 감독의 '귀향'을 보면서 관심을 가졌는데 이번 영화도 역시나 그런 모습을 담아내 뿌듯하다. 이 영화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게 영광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극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고 돌이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의욕이 컸다. 그럼에도 오늘 결과물을 봤을 때 개인적인 불만족은 있다. 나의 불만족에도 이봉근의 절묘한 소리에 매료됐다. 이 영화에 들어와서 너무 다행이다. 시기가 이래서 극장에서 봐달라는 말을 잘 못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우리 영화를 극장에서 꼭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명창 이봉근을 발탁한 조정래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주인공은 소리꾼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실시했다. 물론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도 있었다. 좋은 배우들이 소리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소리 자체가 주인공이 아닐까 싶었다. 오디션을 시도했을 때 훌륭한 선생님이 많이 오셨다. 실제로 이봉근은 오디션 때 많이 떨었는데 그 모습이 학규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소리는 말 할 것도 없이 좋았다. 이봉근이 학규를 연기해서 감사했다"고 애정을 전했다.


이봉근의 소리에 대한 칭찬은 조정래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박철민은 "과거 연극할 때 판소리를 배운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이 '어디가서 나한테 배웠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네 추임새는 정말 좋은데 소리는 정말 아니다'라고 하더라. 촬영할 때 이봉근의 소리를 들으면서 주체 못할 감정이 느껴졌다. 이봉근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추임새가 많았다"고 이봉근의 소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봉근은 "많은 조언을 듣고 연기를 했는데 소니와 연극의 간극을 좁히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선배들과 스태프들의 응원을 많이 들으며 편하게 연기했다. 최근 무반주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영화 촬영 때 느낀 힘이 그 무대에서도 느껴졌다. '소리꾼'은 정말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소리꾼'은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박철민, 김동완, 김민준, 김하연 등이 출연했고 '두레소리' '파울볼'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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