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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귀향'은 사명, '소리꾼'은 소명"…조정래 감독, 영화에 쏟은 진정성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6-24 16:3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제 인생에서 '귀향'은 사명이고 '소리꾼'은 소명이죠."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 사라진 아내 간난(이유리)을 연출한 조정래(47) 감독. 그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소리꾼'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전작 '귀향'(16)으로 358만명의 관객을 울린 조정래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소리꾼'. 한국 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93)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정통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은 가장 한국적인 소리로 7월 관객을 찾게 됐다.

특히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실제로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연출자다. 대학 시절부터 약 28년간 우리 소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소리꾼'을 준비했다는 조정래 감독은 '소리꾼'에 가장 한국적인 한(恨)과 해학의 정서는 물론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을 담아냈다. 여기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천민 신분이었던 소리꾼들이 겪는 설움과 아픔을 내면에 담아냈다.

조정래 감독은 극 중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지고지순한 소리꾼 학규 역의 이봉근부터 학규의 사라진 아내 간난 역의 이유리, 학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북 치는 장단잽 대봉 역의 박철민, 학규가 길 위에서 만난 몰락 양반 역의 김동완까지 최고의 앙상블을 구현할 수 있도록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었고 여기에 정직하면서도 담담한 자신만의 연출을 '소리꾼'에 투영해 보는 이들의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귀향' 이후 4년 만에 '소리꾼'으로 관객을 찾은 조정래 감독은 "이 작품을 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는 '서편제' 때문이다.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감동과 충격이 컸다. 특히 충격의 감정이 컸던 것 같다. 소리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오정혜 명창의 소리가 충격적이었고 서사를 이끄는 김명곤 선배의 열연, 서사들이 굉장히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작품에 빠져서 대학교 2학년 때 '서편제' 후속편을 혼자 쓰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임권택 감독이 '천년학'(07)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나만의 '서편제2'를 풀어냈다. 대학교 3학년 시나리오 수업 때 단편 시나리오로 판소리 영화 '회심곡'이라는 걸 썼다. 그 당시 1억짜리 단편 시나리오를 썼다고 교수님이 핀잔을 주셨는데 그럼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서편제'로 시작해 '회심곡'으로 이어진 셈이다. '서편제' 키드로서 그때 쓴 단편 에피소드가 이 시나리오에 왕창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경상북도 청송군 출신이다. 산골에서 태어났다. 물론 대구에서 유학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국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국악을 1도 들어보지 않았을 때다. 그런데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 인생이 극적으로 180도 변해버린 기분이었다"며 "내가 왜 '서편제'에 빠졌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살면서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서편제'를 뛰어넘기 보다는 또 다른 방식으로 판소리를 알리고 싶었다. 우리 영화로 새로운 음악 세계가 열리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국악으로 갇힌 무언가가 '서편제'로 열린 기분이었다.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여기까지 왔고 어느 정도 '소리꾼'으로 답을 찾은 기분이다. 정답은 음악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리가 주인공인 서사에 답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귀향'으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조정래 감독. '귀향' 이후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터. 그는 "'귀향'을 만들고 난 뒤 다큐멘터리 제작도 하고 '귀향' 당시 편집된 장면을 담은 감독판 같은 작품도 만들었다. 지금도 위안부 관련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내겐 '귀향'은 사명 같은 영화고 '소리꾼'은 소명 같은 영화다. 아내와도 '귀향'은 첫째 자식이고 '소리꾼'은 둘째 자식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나를 옛날부터 아는 사람들은 '귀향'을 만든 나를 뜬금없어 한다. 한마디로 '소리에 미친 놈'이 '귀향'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이상했나 보다. 오히려 첫 데뷔작인 '두레소리'가 당연한 일이었다. '귀향' 이후 '소리꾼'을 연출해 간극이 있다고 하지만 딱히 그런 것에 영향을 받는 캐릭터가 아니다. '소리꾼'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개발해왔다 실제로 '소리꾼'의 일부를 '귀향'에 넣기도 했다"며 "'귀향'에 나온 음악 전체가 국악이다. 그때 국내에서는 국악을 써서 좋았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는데 해외에서는 국악에 대한 반응이 정말 좋더라. 그런 반응이 신선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는 국악을 특별하게 느끼기보다는 음악으로 받아들인 것 같더라. 속으로는 어느 한 부분에 성공했다고 여겼다. '소리꾼'에서는 대놓고 한국 음악을 이야기하지만 그 소리 외에도 내용이나 정서를 더 깊게 받아들이길 바랐다. 그런 목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정래 감독은 '귀향'에 이어 '소리꾼'까지 연달아 휴먼 드라마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귀향'도 그렇고 소리꾼도 그렇고 착하고 밍밍한 영화라고 하지만 그 내면에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그 안의 현실은 보기 힘들 만큼 정말 잔인하고 고통스럽다. 착한 영화가 아니다"며 "오히려 나는 다른 자극적이고 장르적인 영화들을 보면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크다. 실제로 나는 마블 영화도 좋아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도 좋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은 10번씩 본다"며 "내 영화는 착한 영화처럼 보이고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뜯어보면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만드는 사람은 정말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앞으로 영화도 그런 내용일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국악인인 이봉근을 주연으로 파격 발탁한 이유도 남달랐다. 조정래 감독은 "2003년쯤 이봉근을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이봉근은 워낙 소리를 잘하는 명창으로 유명했다. 모험적인 부분일 수도 있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진짜 주인공은 소리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소리를 잘 구현할지, 또 이 소리를 통해 서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연구했고 그 주인공이 바로 이봉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소리꾼'의 학규 역을 연기하는 배우는 소리는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연기를 잘하는 분을 데려왔을 때도 소리를 배우면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소리를 기본으로 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오랫동안 해왔던 소리에 대한 감성을 녹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처음에는 주변에서 이봉근을 캐스팅한다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했다. 흔히 말해 톱스타를 섭외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고 나 역시 깊이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 결론은 이봉근 하나였다. 이봉근에게 현장에서 '소리를 버리고 연기를 택하라'고 계속해서 말을 했다. 이봉근은 이미 소리가 완성된 사람이니 소리를 넘어 연기적인 면모를 더욱 끌어내고 싶었다. 또 영화 안에 나오는 소리도 어떻게 보면 모두 다 연기다. 특히 엔딩에서 이봉근이 열연한 연기는 내가 소리에 미쳐서 살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소리 중 최고의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이봉근도 자신이 낸 소리 중 '이런 소리는 처음이다'고 하더라. 그때 나는 소리가 무엇인지 들은 것 같다. 정말 그때 모든 스태프가 이봉근의 소리에 다 울었다"고 이봉근을 향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소리꾼'은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박철민, 김동완, 김민준, 김하연 등이 출연했고 '두레소리' '파울볼'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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