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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해진(38)에게 '꼰대인턴'은 배우 인생 14년 만에 온 '쉼'이었다.
박해진은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꼰대인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꼰대인턴'은 박해진에게도 '꼰대력'을 자가겸열하게 만들었던 작품. 그는 "슬슬 꼰대력이 발동하고 있는데 성격이 소심해서 나 씹을까봐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후배들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사실 없다. 후배들과 동료의 입장에서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있으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지. '우리 때는 그렇게 안 했어'는 못한다. 그러면 큰일 난다"며 "굳이 그런 얘기를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현장은 무조건 빨리 가야 한다는 주의다. 리허설하고 슛가고 하면 스태프들이랑 인사할 시간도 없다. 스태프들 인사도 하고 얘기하고. 인사라기 보다는 몸을 푸는 거다. 그런게 좋다는 생각을 한다. 들을 '거리'를 안 만드는 편이다"고 말하며 '바른 생활 청년'의 모습을 자랑했다.
현실적인 꼰대를 표현했기 문일까. '꼰대인턴' 속 가열찬의 모습은 호감과 비호감을 넘나들기도 했다. 이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간직했던 박해진은 "정말 냉철하게 카리스마 있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열찬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열찬이는 조금 더 인간적인 인물, 드라마 속의 인물이다. 우리 곁에 있는 인물일 거라는 가정을 세우고 연기를 했고, 열찬이가 애초에 보여줬던 성격을 아예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부장이 되고도 '나는 완벽한 부장이야'보다는 완벽한 부장이고자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별거 아닌 걸로 앙갚음을 하는 것들이 열찬스럽지 않나 싶다"며 "조금 더 한 칼을 뽑으면 좋겠는데, 열찬이의 칼이 무뎠던 거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이만식을 다시 만난 거니까. 그게 더 예리했더라도 싸움이 안됐을 거 같다. 이만식 씨가 느꼈을 때 아직은 '너 할테면 해보라'로 받아줘서 관계가 형성이 됐지, 더 센 에너지로 갔다면 불편한 관계였을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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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극의 포인트'가 됐던 이만식과 가열찬의 케미도 화제가 됐다. 박해진은 김응수와의 호흡에 대해 "선배님이 리액션을 기가 막히게 해주셔서 웃다가 NG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감탄스럽다. 하시는 걸 보면. 근데 그게 계산이 전혀 없으시다. 현장에서 계속 연구한다. 그런 모습도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리액션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수많은 연구 끝에, 현장에 맞춰서 연구를 하는 모습들을 본받아야 하는 모습이다. 김응수 선배는 꽃 사진을 많이 보내주시는 '꽃대'다. 꼰대가 아니고. 저희가 사실 자연을 볼 일이 없는데 이렇게나마 꽃도 볼 수 있고 이런 게 처음에는 한동안 하고 마시면 말텐데, 하루라도 꽃이 없으면 섭섭하다. 아침에 꽃이 없으면 '무슨 일 있으신가' 싶다"고 말했다.
박해진은 "(김응수) 선배님과 언제든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영광이다. 언제 또 이런 역할로 만날 수 있을까요 영광입니다 라고 말했다. 특이한 케이스다. 아버지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역할로 만나겠지만, 또 이런 역할로 할 수 있을까 했다"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극중 이태리가 이만식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8회와 9회는 '역대급 반전'을 만들어낸 회차. 이에 시청자들도 '반전 때문에 정주행 한다'는 등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오며 호평을 받았다. 박해진은 반전에 대해 "그걸로도 상의를 많이 했다. 태리가 딸인 것을 일찍 할 것이냐 꽁꽁 숨길 것이냐. 숨기면 '식스센스급 반전'이 되는 거고 가열찬만 모르는 걸로 가져가면 조금 풀어먹을 서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쪽이 더 극적으로 봤을 정말 시청자들이 머리도 자르고 미친 거 아니냐고 하고, 뭔데 태리는 어리고 버릇이 없어. 하고 쌓다가 터뜨려서 '부녀라면 다 가능하네'가 돼서 결과적으로는 양쪽의 선택이었던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태리와 가열찬의 로맨스가 적어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던 바. 박해진은 "로맨스가 조금 덜 붙기는 했지만, 아쉽지만 이거보다 빨리 나와도 한 두회 정도였을 거다. 태리가 엽기발랄하고 저는 회사의 부장으로서 중심을 지키는 역할이니까. 붙었으면 재미있었겠다는 아쉬운 생각도 있다. 그래서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는 '준수(박기웅)랑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 골 때리는 캐릭터 둘이다 보니까. '그런가?' 했는데, 반대로 서운한 부분도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미묘하고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로맨스가 조금 더 나왔을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셨을까 싶다. 오피스물과 꼰대라는 얘기를 풀어갈 때에 있어서 필요한가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흐름상으로는 아쉽지만, 이정도 귀여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고 밝혔다.
박해진은 또 한지은을 비롯한 후배 배우들을 칭찬하며 "한지은을 비롯해 배우들이 다 착하다. 미련한 만큼 착하다. 우리끼리 '으?X으?X' 할 수 있는데 힘든 현장에 갔을 이 친구들이 괜찮을까 걱저도 되고. 끝나고 '뭐해?'하면서 물어보기도 한다. 이번엔 조금 사이가 각별해서. 서로 안부도 묻고, 많이 아쉬웠다. 친구들이 오고 싶을 때 오는 거지.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하나. 이제 꼰대 자가점검을 하게 되는 거 같다. '꼰대'라는 단어가 사회의 좋은 현상을 일으켰지만,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거 같다. 이것도 꼰대인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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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은 "영탁 씨의 연기가 훌륭했다. 가수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카메오는 이미지를 사는 거 아니냐. 이미지를 상상하고 왔는데 전혀 다른 결을 갖고 왔더라. 썩 좋지 않았다면 '이런 이미지면 좋겠어요'했는데 당연히 이 결로 촬영을 했다. 차과장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잘 한다. 포인트도 편집점도 안다. 본능적으로 아는지 모르지만, 편집 포인트가 있는데 본인이 있더라. 끼가 분명하게 있다. 가수 분들이 자기 카메라를 보는데 그걸 딱 알더라.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않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진은 "실제로 현장에서도 잘하고, 무대를 하다 보니까 앵글을 넓게 쓴다. 드라마 연기를 하다 보면 항상 매너리즘에 빠지는데, 카메라가 타이트하게 들어오면 움직이지 않고 연기한다. 풀샷에서 보여줬을 때 액션도 있어야 하는데 로봇처럼 연기를 하는 게 많은데, 그런 것 없이 자연스럽게 해줘서 연기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영탁의 연기에 엄지를 들었다.
박해진은 지난 14년간 꾸준한 '채우기'를 해왔지만, 이제는 '비우기'에 한창이라고. 촬영이 끝나도 운동과 관리,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조금 더 자신을 위해 '힐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비우기'를 실천 중이기 때문에 연애에 대한 생각도 아직이다. 박해진은 "저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 할애할 시간이 아직은 없다. 제 시간을 나눠야 하는데 아직은 좀 부족하다. 그렇다고 제 모든 것을 줄 수도 없고, 제거 뭔가를 포기하면서 만나기에도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도 아직 모르겠다. 25세 때부터 5년 단위로 결혼 목표 나이를 갱신 중인데, 내년이 되면 또 다시 45세로 갱신하게 될 예정이다. 그 전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갱신의 한도가 계속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동안 '쫓기듯' 연기를 해왔다던 박해진에게 '꼰대인턴'은 잠깐의 '쉼'이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쫓기면서 해왔다. 캐릭터도 그런 역할을 했다. 비워내고 캐릭터에 인간미를 넣으니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꼰대인턴'이 연기를 성장하게 해준 작품임은 분명한 거 같다"며 "''꼰대인턴'은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해진은 지난 14년을 되돌아보며 "쉼없이 열심히 달려왔고, 숨 고르기를 할 법 한데. 그래도 지치지 않고 아직까지 달려와준 저 자신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해진은 '꼰대인턴'을 마친 뒤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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