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행'(16, 연상호 감독)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좀비 액션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 영화사레드피터 제작).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반도'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의 강동원,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 역의 이정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전직 군 간부 김노인 역의 권해효,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 소대장 황 중사 역의 김민재, 겉과 속이 다른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 역의 구교환, 새 삶을 위해 폐허의 땅을 찾은 정석의 매형 철민 역의 김도윤,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아이 준이 역의 이레, 남다른 생존력을 키운 아이 유진 역의 이예원, 그리고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반도'는 'K-좀비'의 바이블이 된 '부산행'과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16, 연상호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로 '부산행'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폐허가 된 반도로 되돌아온 자와 그곳에서 들개처럼 살아남은 자, 그리고 들개 사냥꾼을 자처하며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미쳐버린 자들까지. 지옥 같은 세상에서 더 지옥 같이 변해버린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면을 깊이 있게 다루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광활한 도심을 배경으로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 '반도'는 무더위를 잊게할 정도로 시원하고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진화해 더욱 공포스러운 좀비와 이에 맞선 살아남은 이들의 액션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역대급 액션으로 11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순삭한다. 지하철 입구에 갇힌 좀비떼의 등장은 소름을 끼치게 할 정도. 더불어 '반도'는 성별과 나이의 클리셰를 깨는 등 보는 재미 역시 업그레이드했다.
캐릭터들 역시 강화됐다. 강동원과 이정현은 화려한 액션으로 보는 맛을 더했고 '부산행'에서 악역의 끝판왕으로 등극한 김의성 못지 않게 '반도'에서는 김민재와 구교환이 새로운 '명존쎄'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악역의 새 지평을 열었다. 무엇보다 '반도'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일찌감치 예고한 것처럼 '부산행'의 마동석을 능가한 존재감을 뽐낸 이레의 하드캐리가 돋보였다. 재난 영화 장르의 전형에서 벗어나는 반전의 반전을 더한 스토리와 캐릭터로 '연니버스(연상호 감독+유니버스)'를 완성, 형보다 나은 아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이날 연상호 감독은 "처음부터 '반도'는 여름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터졌는데 그럼에도 예정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극장이 북적거리는 느낌을 받았고 대규모 언론 시사회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이 영화를 통해 침체된 극장가가 북적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러운 소회를 전했다.
그는 "어느덧 'K-좀비'라는 수식어가 생긴게 신기하다. 'K-좀비'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좀비물 특성 자체가 공간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부산행'은 KTX와 결합돼 좀 더 캐릭터화됐다면 이번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느낌이 나길 바랐다. 낯선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익숙해하고 이해하는 코드들이 잘 들어가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행'도 마찬가지였지만 '반도'도 엄청난 세계를 창조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처음은 시시한 인간으로 시작됐다. 엄청난 임무를 가진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부산행' 때도 그랬다. 다만 배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욕망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걸로 기획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부산행'과 달라진 좀비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좀비 등장의 신은 나름의 디자인이 들어갔다. 좀비에 대한 콘셉트가 필요했다. '부산행' 때 콘셉트가 안맞아서 떨어진 콘셉트가 이번에 쓰이기도 했다. 또 카체이싱 액션은 처음 기획할 때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 차를 타고 달리는 신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CG의 힘을 빌렸다"고 답했다.
그는 "'부산행' 때 초등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더라. 친구 아들들이 '부산행' 속편을 더 기다리고 있더라. 우리 가족들이 '부산행'에 대한 속편이 더 컸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내가 만든 영화를 전혀 안 볼 것 같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본 게 정말 신기했다. '반도'를 만들면서 그런 부분을 신경썼다. 보편적인, 전 연령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전 연령대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됐으면 좋겠다. 다 같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그는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합리적이지만 차가울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재난 상황을 맞아 인간에 대한 여러가지 실망감과 그러면서 염쇄적인 측면도 생겼을 것이다. 희망을 잃고 살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민정 가족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잘 훈련된 군인이지만 히어로는 아니다. 오히려 민정의 가족이 정말 히어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화려한 카체이싱 연기를 선보인 이레는 "미성년자라 직접 운전할 수는 없었다. 시뮬레이션이나 선배들의 도움으로 멋진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
|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보크 논란 "임기영이 상대를 속이려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