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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어려운 영화?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사랑영화입니다." 시네아스트 장률(58)이 그려낸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 해효(권해효)와 제문(윤제문), 그리고 귀신같은 한 여자 소담(박소담)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작품으로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관계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공간, 시간, 성별, 연령,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행기 속에 한중일 3국의 관계에 대한 담론을 담아, 혐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의 가운데 놓인 한중일 3국에 서로가 돌고 도는 관계의 미로 속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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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윤동주 시인께서 후쿠오카에서 돌아가시지 않았나. 윤동주 시인이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부하시고 일본 후쿠오카에서 돌아가셨다. 윤동주 시인의 그런 동선에 대한 관심도 컸다"고 전했다. 또한 장 감독은 후쿠오카라는 일본식 이름보다 복강(福岡)이라는 한자식 이름을 더 좋아한다며 "복 복(福), 언덕 강(岡) 아닌가. '행복의 언덕'이라는 느낌인데, 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시인이 돌아가신 곳에 시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라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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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소담은 헌책방을 자주 다니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내 성장과정에 있어서 서점이라는 공간은 너무 중요하다. 사실 헌책방이라는 공간은 현대 주류는 아니지 않나. PC방 같은 공간이 주류라면 헌책방은 비주류, 옛날의 정서를 가진 공간이다. 그런 헌책방을 찾는 젊은 여성인 소담은 옛 정서와 현대의 정서를 모두 가진 인물이다"라며 "그런 소담이 옛 정서에 머문 해효와 제문 두 사람이 가진 깊은 앙금과 문제를 연결해주고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군산'에 이어 '후쿠오카'까지 박소담, 윤제문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장률 감독. 박해일 등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와 항상 다시금 호흡을 맞추는 그는 "한번 작품을 했던 배우는 다시 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사실 그런 것도 있다. 영화 촬영할 때 배우들이 '다음 작품도 함께 하자'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나. 그냥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걸 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밀어붙였다. 근데 이제서야 예의 차리는 것과 약속하는 걸 구분하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번해 권해효 씨와도 마찬가지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는데 '감독님, 기회가 되면 같이 영화를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영화를 하게 됐다. 그 친구 실수한거다"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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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은 연출자가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설정과 소품 하나하나에 철저한 속뜻과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영화 속에 언급되는 한국의 윤동주 시인, 중국의 장편 소설 금병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을 사용한 의미에 대해서 묻자 "시인이나 소설가는 작품을 만들때 설정 하나 소품 하나 모두 치밀하게 설정하는데, 영화 감독들은 현장에서 즉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모두 현장에서 눈에 보인 것들이 우연한 기회에 사용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 관객에게 다소 난해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냥 모든 이야기를 일상처럼 생각한다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나는 어렵게 말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렵게 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현실을 더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고, 다른 사람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생각도 많이 하지 않나. 영화는 그런 걸 보여주는 것 뿐"이라며 "나는 그런 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마치 내 영화는 어렵고 분석해야 한다는 건 '영화는 멋져야 한다'는 관념에서 오는 서로간의 오해인 것 같다. 나는 현실에서 영화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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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이기에 늘 영화마다 '아이덴티티' '정체성' '경계인의 이야기' 등으로 해석되는 장률 감독의 영화.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정체성을 이야기를 하려고 의도를 갖고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영화를 찍을 때마다 그런걸 일일이 생각하지 않지만, 나의 출신이라는 건 숨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후쿠오카'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hschosun.com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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