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JTBC '런 온' 임시완이 동료 후배 폭행에 대해 언론에 자진 폭로했다. 단단하게 마음을 굳힌 그의 시선의 끝엔 그를 걱정하고 응원했던 신세경이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이 완벽한 가족사진의 실체를 선겸의 입장에서 꿰뚫어본 이는 바로 오미주(신세경)였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동생으로 사는 삶이 익숙하다는 그를 떠올리며, "익숙해서 괜찮다는 건 원래 안 괜찮았다는 것"인지 걱정된 것. 그리고 귀갓길, 사전 연락도 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선겸을 만났다.
기은비의 말마따나 이날 가족모임도 '개판'으로 끝나고, 선겸의 발길이 무작정 닿은 곳은 바로 그녀의 집 근처였다. 미주는 먼저 화가 난 아버지가 집어던진 와인잔 파편에 맞아 상처 난 선겸의 얼굴에 연고를 발라줬다. 쓸쓸하게 돌아갈 집이 없다는 그에겐 "집이 없으면 비슷한 거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마음에 난 생채기에 연고를 발랐다.
사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 선겸은 징계위에 출석했다. 남자들끼리 치고받은 걸로 일 크게 만들지 말자는 위원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듯 폭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대표팀 감독은 후배 김우식(이정하)이 제출한 폭행 증거를 무시했다. 자신도 처벌받았으니, 우식을 때린 그들도 처벌을 받을 것이란, 너무나도 당연한 걸 보여주고 싶었던 선겸의 의지는 그렇게 꺾였다. 원칙대로 처리됐다면,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어야 할 선겸의 마음이 내내 무거웠던 이유였다.
습관처럼 나가서 뛰며 힘든 일도 없는 셈 치며 살았다던 그는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미주는 "극복이라는 게 꼭 매 순간 일어나야 되는 건 아니에요"라며 힘들면 힘든 대로, 하기 싫으면 하기 싫은 대로 넘겨보라는 응원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전지훈련이 언론에 공개되던 그날, 미주는 트랙 위에 선 선겸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트랙에 혼자 남겨진 것도 같고, 트랙을 다 가진 것도 같고, 달리지 않는 순간에도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아버지가 폭행 사건을 돈으로 무마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한 선겸은 결단을 내렸다. 무조건 스타트를 해야 하는 육상 룰을 어기고, 달리지 않는 걸 선택한 것.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겐 "못 뛰겠어서요. 저 동료 후배들을 폭행했습니다"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리고는 자신을 응원해 준, 그리고 각성시켜준 미주를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바라봤다.
'런 온' 4회는 오늘(24일) 목요일 밤 9시 JTBC에서 방송된다.
supremez@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