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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오스카, 마음 굴뚝같지만"…한예리가 밝힌 #팀 '미나리' #윤여정 #美진출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02-23 13:5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를 대표하는 믿고 보는 배우 한예리(37)는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낯선 이민자의 나라에서 힘겹게 뿌리를 내린 모니카 그 자체가 된 그는 미나리와 같은 생명력을 무기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K-배우'의 저력을 입증했다.

휴먼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에서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 그리고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함께 미국 낯선 땅 아칸소에서 희망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엄마 모니카를 연기한 한예리. 그가 23일 오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나리'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삭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미국 이민 1세대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는 A24가 투자를 맡고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여기에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정이삭 감독과 함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해 총괄 프로듀서로 의미를 더했고 한예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윤여정의 참여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프로젝트로 국내외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열린 제36회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된 '미나리'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신드롬의 포문을 열었고 이후 전 세계 유수의 영화상 및 비평가협회상에서 무려 157개 노미네이트, 74관왕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미나리'에서 순자 역을 열연한 윤여정은 미국 내 영화상 및 비평가상에서 연기상 통산 26관왕을 달성하며 오스카를 향한 스퍼트를 끌어올리고 있다.

비단 윤여정뿐만이 아니다. '미나리'를 통해 첫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 한예리는 또 한 번 '인생작' '인생캐' 경신으로 호평을 얻었다. 낯선 땅, 이동식 주택에 살면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해야 하는 현실에 절망하는 이민 1세대 모니카로 변신한 그는 힘든 순간 엄마 순자를 통해 안정감을 찾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들을 지키며 더욱 단단해져 가지만 계획만큼 풀리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흔들리는 모니카를 완벽히 표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려내며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 한예리. 이런 그를 향해 '미나리'의 연출자인 정이삭 감독을 비롯해 '기생충'(19)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 또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한예리는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가 작성한 '올해의 위대한 연기(The Great Film Performances of 2020)' 기사에 언급됐고 미국 영화 전문지 콜라이더는 한예리를 오는 4월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기도 했다.


한예리는 '미나리'를 선택한 이유에 "처음 '미나리'의 번역본을 받았는데 첫 번역본이라서 그런지 정확하게 이 이야기를 알 수 없었다. 빨리 정이삭 감독을 만나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만난 정이삭 감독은 사람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 그의 어렸을 때 살아온 과정이 나의 유년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보통 가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공감대가 형성됐다. 너무 좋은 시나리오였고 혹시 내가 스케줄 때문에 출연을 못하게 된다면 나를 대신할 정말 좋은 배우를 추천해주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작품에 애정이 생겼다. 우리는 '미나리'가 작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정이삭 감독이 잘됐으면 좋겠고 그 사람이 잘 되는 것에 함께 일조하면 기쁠 것 같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민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민자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고 접근하지 않았다. 모니카의 감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모니카는 왜 제이콥을 사랑하고 여기까지 왔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오히려 이 벌어진 모든 상황을 모니카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나리'가 갖는 특별한 의미에 한예리는 "내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가장 큰 전환점으로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떠나 내 인생에 좋은 경험으로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또 이런 행운이 온다면 좋겠지만 이런 경험이 다시 안 올 것 같다. 이런 작품, 이런 우리의 과정을 또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별한 작품이었다"며 "관객에게는 개인적으로 '미나리'를 통해 '힘 있는 배우'라는 평을 받았으면 좋겠다. 모니카는 시나리오에서 두드러진 인물이 아니었다. 정이삭 감독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큰 힘이 생겼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이 '한예리는 어디다 가져다 놔도 자신이 할 몫은 충실하게 하는구나'라는 평을 받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첫 할리우드 진출 소감 역시 겸손했다. 한예리는 "윤여정 선생님은 '미나리'에 대해 '할리우드 작품이라고 하는데 할리우드의 'H'도 못 봤다'라고 하시곤 했다"며 "사실 나 또한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거창한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이게 나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고 소신을 밝혔다.


'미나리'가 들려주는 연이은 수상 낭보에 대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예리는 "'미나리'는 처음 선댄스영화제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고 그때 서로 함께 울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당시 뜨거웠던 느낌이 있다. 지금은 좋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깝게 있지 못하고 있고 함께 작업한 이들이 곁에 없어서 그 당시 만큼 뜨겁지는 못하다. 연일 좋은 소식이 들려 감사하긴 하지만 담담하게 보내고 있다. 다음 작업을 위해서도 지금 붕 뜨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좋은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또한 26관왕 전무후무 기록을 세운 윤여정에 대해 "윤여정 선생님이 최근 좋은 수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았나? 좋은 배우라는걸"이라며 "어쩌면 이제 그들이 선생님을 알게돼 아쉽기도 하다. 윤여정 선생님을 지금이라도 알게 돼 기쁘기도 하다"고 자부심을 전했다.

그는 윤여정과 호흡에 "윤여정 선생님과 작업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윤여정 선생님은 아시다시피 유머감각도 뛰어나시고 재치도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런 유머가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이고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며 "사실 이 작품에서 윤여정 선생님을 통해 용기를 배웠다. 윤여정 선생님의 나이에 모르는 사람과 이런 작업을 할 때도 전혀 걱정 없이 해내시지 않나? 하지만 나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이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그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겁이 밀려왔다. 그런데 윤여정 선생님은 당당했다. 하기 전부터 겁먹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선생님을 보면서 많이 뉘우치고 반성도 했다. 그리고 솔직함도 배웠다. 힘들면 힘들다고, 좋으면 좋다고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고 답했다.


한예리는 '미나리'의 메인 OST인 'Rain Song'을 열창,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려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곡의 작사는 내가 참여하지 않았다. '미나리'의 음악 감독이 가사를 쓰고 번역을 담당한 여울이 맥락과 분위기에 맞게 개사를 해줬다. 음악 감독이 처음 메인 OST를 들려줬을 때 너무 아름답더라. 그때 음악 감독이 '한예리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내게 제안했고 나는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너무 좋은 노래라 내가 할 수 있다면 너무 영광이다. 내가 해도 괜찮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후보까지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나와 경합이라는 기사 제목까지 나와서 너무 당황했다. 내가 부른 OST는 잘 부른 노래가 아니라 영화 분위기에 맞는 노래다. 신기했다. 사실 너무 쑥스럽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한 오는 3월 발표되는 아카데미 후보와 4월 진행되는 시상식에 대해 "아카데미 후보와 수상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 굴뚝 같다. '미나리'에게 좋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고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특히 정이삭 감독과 윤여정 선생님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심 나도 기대를 해보고 있다"며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은 성적을 낸 '기생충'의 봉중호 감독이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미나리'가 '기생충'을 이어 기대를 받고 있어 기쁘다.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구나' 싶다.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을 주축으로 국내 배우로는 한예리와 윤여정이 가세했다. 또 다른 한국계 미국 배우 앨런 김, 노엘 조가 출연했고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11일 미국 뉴욕과 LA에서 한시적으로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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