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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화면을 씹어 삼킨 악귀 지정신으로 제대로 빛을 낸 배우 이홍내(31)가 이번엔 스크린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성애 연기로 자신만의 변주를 이어갔다. 오랫동안 쌓은 이홍내의 내공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별 1일 차와 썸 1일 차 주인공들이 별다를 것 없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쿨하고 힙하게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퀴어 로맨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김조광수 감독, 레인보우팩토리 제작). 극 중 이별 1일 차 밀당러 취업준비생 하늘을 연기한 이홍내가 9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메이드 인 루프탑'를 출연한 계기부터 영화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에피소드까지 모두 털어놨다.
특히 '메이드 인 루프탑'은 OCN 시청률 최고 기록을 경신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 지청신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홍내의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전작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홍내는 남자친구 정민(강정우)에게 헤어지잔 말을 밥 먹듯이 던지다 진짜 이별까지 겪게 된 취업준비생으로 완벽 변신, 기나긴 취준 생활에 찌든 요즘 청년들의 모습과 현실적인 연애 갈등을 리얼하게 녹여 공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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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메이드 인 루프탑' 속 하늘이 처한 상황이 나와 너무 닮아 있었다. 언젠가 내가 느꼈던 지점을 연기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하늘이가 처한 현실이 내 현실과 같았다"며 "나 역시 배우라는 일을 하고 싶어서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왔을 때 제일 힘든 부분이 의식주였다. 지낼 곳이 없었고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이 부담되는 시간이 있었다. 또 20대에는 매 순간 눈을 뜨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나는 배우다'라는 생각을 하며 했던 것 같다. 촬영한다 생각하면서 일을 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건설 현장에 갈 때도, 식당에서 서빙할 때도 늘 연기한다 생각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 시간이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막연하지만 배우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메이드 인 루프탑' 속 첫 등장부터 하늘이의 그런 부분이 끌렸다. 주거 환경이 없고 남자친구 집에 머무는 하늘의 상황이 비슷했다. 나도 과거 옥탑방에 사는 친구의 집에서 얹혀 지냈다. 또 지금 청년들 모두가 고민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나에겐 배우로서 작품을 하는 게 취직인데 그런 부분이 같은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하늘이의 대사에 많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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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스로도 동성애자라는 개념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혹여 이 촬영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 역할이 편해질까 걱정했다. 너무 편해져서 별생각 없이 연기하는 순간들이 올까 봐 그 부분을 경계하고 조심하려 했다. 결코 쉽게 연기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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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메이드 인 루프탑'은 '경이로운 소문' 지청신을 맡기 전 촬영했다. 감사하게도 '경이로운 소문'으로 강렬할 수 있는 역할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었고 곧바로 '메이드 인 루프탑'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연기 변신이라는 지점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늘 새로운 걸 하고 싶고 늘 도전하고 싶다. 배우라는 일을 하는 것도 그런 내 성격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연기 변신이라기보다는 늘 새롭게 연기하려는 것 같다. '경이로운 소문'부터 '메이드 인 루프탑'까지 변신보다 새로운 도전인 것 같다. 지청신과 하늘은 180도 다른 캐릭터다. 그런 부분이 관객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것 같다. 지청신이라는 날카롭고 날이 서있는 친구였다면 하늘은 정 반대의 친구다. 늘 투정 부리고 예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뾰족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는 하늘이라는 캐릭터를 관객이 즐겁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주변에서 '긴 시간 무명 시간이 힘들었겠다'라는 말을 해주지만 사실 힘들지 않았다. 실제로 나를 비롯해 매 순간 짧게 나오는 역할을 위해 고민하는 배우들이 많다. 배우인 순간보다 다른 일 하는 순간이 많은 동료나 선배들이 있는데 그들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늘 고민한다.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만끽하기에는 아직 어렵다. 더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이제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내 연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지만 연기라는 게 좋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쓴다. 촬영을 즐기기보다는 책임감이 많이 생겨서 좀 더 잘하려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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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엣나인필름,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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