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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연쇄살인마 오원춘' "내게 한 '첫 질문' 잊혀지지 않는다" [SC리뷰] ('옥문아들')

김수현 기자

기사입력 2021-09-01 00:42 | 최종수정 2021-09-01 06:50






[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박준영 변호사가 파란만장했던 인생에 대해 돌아봤다.

3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의 무죄를 밝혀내는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이 출연했다.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가장 핫한 분' 박준영 변호사가 반갑게 인사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였다.

박준영 변호사는 "드라마 영화 때문에 이미지 거품이 심해서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다"며 "제가 영화나 드라마 본 사람 기피하는 이유가 정의로운 역할로 나온다. 이미지와 같이 살고 있다. '무료 변론도 많이 하지 않았냐'는 말에 박준영 변호사는 "좋지 않은 일도 많이 했다. 묻혀져 있다"라고 고백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영화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박준영 변호사는 "지인들은 배우 정우와 굉장히 갭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적당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상우, 정우 씨의 공통점은 '몸짱'인데"라면서 자신의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다. 턱걸이 운동으로 근육을 키웠다는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많은 예능 섭외가 있었다"는 말에 박준영 변호사는 "끊임없는 편은 아니다"라면서 "로또 방송에서도 연락이 왔다. 재심승소가 어렵기 때문에 '행운의 상징'으로 불렀던 것 같다. 제가 집에서도 로또다. 아내가 자주하는 말이 '하나도 안맞는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는 "예능과 시사가 섞은 프로그램에 나갔었는데 '예능 나가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치고 나가야' 하는데 어렵고 리액션도 힘들었다. 제 방송을 본 아내가 '남 얘기 잘 들어야지, 자기 할 얘기만 생각한다'고 하더라. 제가 순발력이 좀 부족하다"라며 반성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다르지 않냐는 말에도 "그렇긴 하다"라며 위축된 박준영 변호사는 '옥문아'에 나온 이유에 대해 "아내가 결혼 전에 옥탑방에 살아서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무슨 일이 생겼다"라고 부끄러워 했다.


'눈이 부시게'가 인생드라마라는 박준영 변호사는 "'나는 내가 애틋해'라는 대사가 너무 감동이어서 '애틋하게 생각합니다'라는 게 내 사인이다"라고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는 "사람을 많이 못만나서 그런가? 우울감도 있다. 제가 그렇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사건이 몰려드는데 개인 역량의 한계가 왔다. 누워 있는 시간이 깨이었는 것보다 길었다"라며 무기력함을 고민했다. 이에 송은이는 "대중들의 기대가 힘드셨을 수도 있으니 기대 안하겠다"라 했지만 박준영 변호사는 "그래도 기대 하셔도 된다"라며 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졸 출신'이라는 박준영 변호사는 "고시촌에서 테이프 많이 들었다. 실강은 돈이 들어서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2배속으로 들었다. 저는 5년 공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법조인 하면 '모범생'을 생각한다. 저는 전혀 아니었다.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다 24살 때 인생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사법고시를 보자' 싶었다. 군대 갔다와서 정신차린 케이스다"라고 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제가 변호사 한다니까 다들 비아냥 댔다. 제가 종합 고등학교 취업반이었다. 정말 공부를 하나도 안했다"며 "연수원에서 성적이 안좋아서 취업이 안됐다. 대기업 로펌 지원에 다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연고가 없는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했는데 그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만약 대기업이나 로펌에 들어갔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다. 난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던 사람이다"라고 고백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사법 고시 준비할 때 '합격만 시켜주면 어려운 사람들 돕겠다' 생각하지만 합격 하고 나면 그런 시절 다 잊어버린다"면서도 "제 인생을 바꾼 건 '수원 노숙 소녀 살인 사건'이었다.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잡혔었다. 고등학교에서 여학생 시신을 발견됐는데 2명의 노숙인과 5명의 가출 청소년이 범인으로 지목돼 1~5년으로 옥살이하고 무죄로 다 풀려났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그 당시에는 소극적으로 변호했다. 노력은 했지만 최선의 변호는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조작 됐다'라는 강한 변론을 하기는 어려웠다. '굳이 검찰과 적이 될 필요가 있어?'라는 생각 때문에 1차에서 유죄가 났다. 충격으로 반성하게 됐다.





그는 "제가 무모했다. 갈수록 너무 쉽게 얘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재심 사건에서 피해자의 아픔과 억울함, 공권력의 문제점을 자극적으로 폭로했다. 그런데 이면의 시대적 상황들과 모든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 사건만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없는데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억울하게 옥살이 한 사람들의 불쌍함을 알리려고 너무 불행함을 강조했다. 그들의 동의 없이. 그것도 다 우월감이다. 실제 피고인이 초등학교도 못나왔고 말이 어눌하기도 했지만 굉장한 분이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한 것도 폭력이다 생각한다"라고 반성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집에는 큰 욕심이 없다면서도 "제가 강연해서 돈은 벌면 된다. 안그래도 집주인이 내년에 들어온다더라"라고 말해 MC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그는 "막상 집을 옮기려니까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제가 사법시험에서 1차는 높은 점수였는데 2차는 주간식이라 여러 번 떨어졌다. 주관식에 대한 약간에 위축이 있다. 문제를 잘 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뒤쳐치고 싶지 않고 어디가든 1등하고 싶다"라며 역심을 드러냈다.

갑자기 증인을 신청한 적도 있다고. 박준영 변호사는 "그걸 해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저는 해봤다. 완벽하게 게획된 비밀 증인으로 검찰과 재판장도 예상 못한 증인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삼례 나라슈퍼 사건 재심이었는데 하지만 사전 협의가 되지 않아서 재판 당일에 판사님께 가서 '이 법정이 진범이 나와있습니다'라면서 증인 신청을 했다. 보통은 사전 합의가 필요한데 급하게 한 이유는 진범에 대해 불신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장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검찰 쪽에서 이의를 제기했다지만 기자도 와있고 그래서 허용하게 됐다"라고 했다.

시사 프로그램의 관계자가 해당 진범과 연결해줬다는 박준영 변호사는 "진범과 만남이 부담스럽기도 해서 연락을 망설였는데 제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더라. 저를 만날 때 진범이 조카를 데리고 왔더라. 진범이 조카에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라고 했다더라. 자신이 진범이라고. 가족회의를 했는데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17년 동안 늘 괴로움에 시달렸다더라. 사람이 죄짓고는 못산다"라고 전했다.





성폭행범 혀 절단 사건의 피해자가 재심을 요청한 사건은 현재 재심 신청 자체가 기각 됐다고. 박준영 변호사는 "아직 항소 결과가 있지만 너무 안타깝다. 사건의 결론을 모르지만 할머님의 용기있는 투쟁은 1심을 기각됐지만 마음만을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살인마 오원춘을 변호하기도 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거부할 수도 있지만 범인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저는 수사 과정에서 변호를 했다. 오원춘이 저한테 처음 건넸던 말이 기억난다. '내가 조선족이라 불리한 재판을 받을 수 있냐'라 하더라. 제가 그 당시 '이건 나라 인종을 떠나 중대한 범죄다'라고 답했었다. 처음에는 황당한 질문이라 생각했다. 반성이 없나 했는데 나중에는 '도대체 어떤 차별을 받았길래 본인 범죄의 중대함보다 차별을 걱정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차별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또 사건이 벌어진 장소가 차도 옆 인도였다고. 박준영 변호사는 "주차된 차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걸 보고 범죄 사각지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또 여성 분이 납치됐을 때 기지를 발휘해 안방으로 도망갔다. 소란이 일었을 텐데 어떤 신고도 없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상한 소리 난다고 누가 신고만 한다면"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파산 변호사'라는 별명에 박준영 변호사는 "제가 안망할 수도 있었다. 그런 소리를 안들을 수도 있었다. 제가 능력이 없는 건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다"라면서도 "'나중에 변호사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학생들 보면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욕심을 내면 안되겠구나 생각이 든다"라며 사람들의 응원들의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이기도 한 박준영 변호사는 "저는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갖던 차별 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shyun@sportschosun.com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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