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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정조대왕 이산과 의빈 성씨 성덕임의 러브스토리는 대부분 피로 얼룩진 조선왕조의 후궁사를 돌아봐도 가장 로맨틱한 이야기로 꼽힌다. 정조는 성덕임의 죽음 후 '칼로 베인 것처럼 아프다' '저승에도 갈 수 없다'는 등으로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때문에 자주 대중매체를 통해 다뤄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정조 이산을 누가 연기했는지, 또 성덕임을 누가 연기했는지도 관심거리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방송한 MBC드라마 '이산'에서 정조 역할은 배우 이서진이 맡았다. 이전까지 '다모' '불새'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산'을 통해 명실상부 톱배우의 자리를 꿰찼다. 그는 '이산'에서 명석한 두뇌와 따뜻한 성품을 두루 갖춘 성군으로서의 정조를 깔끔하게 그려냈다. 왕으로서의 고뇌보다는 로맨틱 가이로서의 이산에 집중한 캐릭터로 당시까지만 해도 사극에 특화된 배우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역사 드라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던 이서진은 '이산'을 통해 그 평가의 정점을 찍었다. 성송연으로 이름을 살짝 바꾼 의빈 성씨 캐릭터의 한지민과의 '케미'도 호평받았다. 덕분에 '이산'은 최고 시청률 33.3%(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를 찍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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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극의 판타지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복장이나 호칭 등에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다. 대사체 역시 현대 구어체 '~습니다' 대신 '~했나이다' '~사옵니다'를 주로 사용하는 등 리얼리티에 중심을 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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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산 캐릭터 역시 꽤 고증에 철저한 모습이다. 그동안 매체에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는 '효자'로서의 모습만 그려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행동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까지 등장했다. 또 이로 인해 편집증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게된 세손 이산의 모습이 단순히 로맨틱 가이가 아니라 더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조(이덕화)의 치매로 대리청정을 하며 군주로서의 결연한 표정과 단호한 어조로 "결정은 그들의 몫이지. 장차 나의 조선에서 살든가, 아니면 죽든가"라고 일갈하는 모습에서는 서서히 군주가 돼가는 위엄까지 드러냈다.
누구의 이산이 더 낫다고 단순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름의 개서잉 강한 각 작품속 정조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가수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이준호의 연기는 재평가해볼 만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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