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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방탄소년단이 2년 반 만에 홈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방탄소년단은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을 열고, 아미(공식 팬덤)를 만났다.
하지만 국내 팬들과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이후 처음으로 국내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 공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는 새 투어 시리즈다. 지난해 10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호기롭게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서막을 열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부딪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당시 텅 비었던 객석은 약 5개월이 지난 이후 1만 5000명 팬들로 채우게 됐다. 이날 공연은 팬데믹 시대의 국내 대형 오프라인 콘서트 포문을 여는 셈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만큼 방탄소년단과 팬들은 콘서트 내내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먼저 2년 반 만에 첫 선을 보인 무대는 '온', '불타오르네', '쩔어'였다. 히트곡 세 곡의 향연으로 현장의 열기가 후끈해졌다. 화이트와 레드로 나눠 무대 의상을 입고 나타난 방탄소년단은 이번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투어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구성과 편곡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온'은 국내 콘서트에서는 처음 공개하는 무대였고, '불타오르네'에는 플래시를 이용한 '찰떡' 퍼포먼스가 담겨 볼거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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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만난 만큼 팬들도 함성 대신, 공연 주최측에서 준비한 종이 클래퍼로 조심스럽지만 뜨겁게 화답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흘러나온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박자에 맞춰 클래퍼를 쳤던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자마자 모두가 약속한듯이 잠실을 클래퍼 응원으로 가득 채웠다. 또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으로 보랏빛 물결을 만들며 뜨거운 재회 현장을 장식했다.
넓은 주경기장을 활용한 무대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잠시', '윙스' 무대를 할 때, 이동하는 무대인 이른바 '토롯코'를 타고 나왔다. 본무대에서 1층 객석 앞까지 움직이면서, 비교적 멀리 앉아 있던 팬들과 구석구석 눈을 맞추면서 인사를 나누려했다. 또 지난해 LA 공연 때처럼 대형 LED를 설치해 관객과 거리를 좁혔다. 온라인 콘서트에서 빛을 발한 화려한 미술 세트나 소품, AR이나 XR 같은 고도화한 기술보다는 '대면 만남' 그 자체에 집중한 것. 관객과 멤버들이 무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것으로 풀이된다. 팬들은 앙코르 요청도 클래퍼로 대신했다. 방탄소년단이 '아이돌' 무대를 끝나고 들어가자, 주경기장 조명이 어두워졌다. 이에 팬들은 "앙코르"라고 외치는 대신, 클래퍼로 박자만 맞췄다. 1만 5000명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일제히 한 박자에 맞춰 클래퍼 소리를 냈다. 특히 전광판에 '소우주' 노랫말이 뜨자, 박수와 클래퍼로 응원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팬데믹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응원이었다.
다시 돌아온 방탄소년단은 앙코르 곡으로 '홈'을 택했다.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 무대가 열리는바, 팬들 또한 재등장한 방탄소년단의 '홈'을 다시 뜨겁게 맞이했다. 전광판에는 팬들 이름으로 채워진 자막 효과가 나와 감동을 더했다. 다시 말해, 방탄소년단의 '홈'이 팬 아미라는 것을 표현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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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뷔는 "오늘 미세먼지가 최악이더라.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아미분도 스트리밍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고 현장에서 보는 분들도 계신다. 기침이 많이 나오는데 양성 아니다. 오해를 풀고자 말한다. 미세먼지에 약해서 기침하는 것이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일단은 2년 반만에 하는 콘서트인데,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정말 신나게 놀아야겠다고 했는데 어땠느냐. 아미분들의 목소리 들으니 박수 들으니 다음에는 기필코 목소리를 들을테다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다짐했다.
"엔딩 멘트를 빨리 해야 한다. 뒤에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고 장난스럽게 말한 정국은 "2년 반만인데 체감은 한 23년인 것 같다. 사실 엔딩 멘트를 어떻게 할까 콘서트 날짜 잡히고 나서 2주 전부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누워있을 때 엔딩 멘트때문에 잠이 안 왔다. 교장선생님처럼 멋있는 말 하고 싶었다. 길게는 말 못하겠더라. 감동이 자꾸 이렇게 끊긴다. 너무 보고 싶었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여러분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저희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 행복한 날 많이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슈가는 "2년 반만에 다시 주경기장에서 보게 됐다. 잠시만 기다려달라했는데 그게 2년 반이 되다보니 죄송한 마음이 컸다. 꼭 다시 만날 때는 가득 채운 주경기장에서 뛰어 놀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있다. 아무쪼록 더 좋은 날이 있을 것 같다. 정말 오늘 즐겁게 즐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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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아까부터 하고 시었는데 발표를 하게 됐다. 저희가 콘서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 미국에서 먼저 한 큐시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한다고 해서 미팅을 온오프라인으로 했다. 멤버들의 고민도 있었다. 큐시트를 바꿀까하고 많이 고민했다. 이 큐시트로 눈으로 담지 못해서 크게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날씨도 굉장히 춥고 걱정이 많이 됐는데 따뜻하게 입고 오신 것 같아 다행인 것 같다. 건강 조심하시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번 공연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RM은 "지긋지긋한 거지같은 언택트. 몰랐다. 있을 때는 몰랐다. 사람들 보고 에너지 받고 같이 뛰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하고 점프하는 것이 있을 때는 당연한 것이었다. 정말 힘들었던 2년 반이다.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며 그간의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정말 영혼을 갈아서 하는 공연이었다. 많이 보실 수 없고 제한된 상황에서 하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 결연하게 올라왔다. 우리가 나머지 여백을 채우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그래도 비대면보다 훨씬 낫다. 아까 '홈'을 부른 게 의미가 있다. 정말 집에 왔기 때문에. 여기가 진정한 고향이다. 나중에 얼마나 웃기겠나. 그슌 말도 못하고 그랬다. 나중에 더 재밌게 놀 수 있다. 이런 콘서트가 있었다고 아들, 딸한테 말할 수 있을것이다. 최고의 안줏거리를 선사하고 역사적인 콘서트 즐겨주셔서 감사하다. 따뜻하게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무대 '퍼미션 투 댄스'는 이번 공연의 진정한 뜻을 되짚게 했다. 콘서트명이자 방탄소년단의 곡명이기도 한 '퍼미션 투 댄스'는 "우리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자유롭게 만날 것이라는 소망과도 같다. 방탄소년단과 팬들은 마지막 무대 '퍼미션 투 댄스'를 즐기며 공연 갈증을 해소해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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