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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태리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
김태리는 드라마 종영 전 스포츠조선과 만나 "결말에 대해서 주변에서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가 절대 답하지 않고 있다"며 "결말에 대해서는 제가 만족, 불만족을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시청자로서의 저의 입장은 너무 슬프다. 너무 안타깝고 '잉'하는 마음이다"라며 눈물을 흘리는 시늉까지 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나희도는 자신의 행보에 늘 당당하고 편견이 없는 인물.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기도. 김태리는 "희도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인물이잖나. 배우로서 제가 그 아이를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멋진 캐릭터고, 희도는 정말 좋은 캐릭터다"라며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줄 정말 상상도 못했고, 너무 감사한 일이다. 원래도 결과를 기대하고 하지는 않지만, 상상을 못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희도를 이렇게 사랑해주실 줄은. 이만치 사랑해주실 줄 알았다면, 상상을 했다면 더 연기를 재미있게 잘 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 정도로 너무 큰 사랑을 주셨다. (시청자들이)너무 든든한 아군이잖나. 이 사람들은 희도가 뭔 짓을 하더라도 다 사랑스럽고 '어우! 귀여워!'해주는 부들이다. 내가 만약 미래를 다녀왔다면, 더 재미있게 좋은 장면들을 구성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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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인물' 나희도를 연기하며 배워간 것도 많았다. 김태리는 "희도는 자격지심이 없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아이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나의 잘못을 심하게 찾고 땅굴을 판다. 그런데 희도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비난을 하면 '맞아!'하고 인정할 건 인정한다. 저는 인정을 너무 심하게 해서 그렇지, 희도는 인정을 하면서 '근데 그건 아니지 않아?'하는 얘기를 던진다. 근데 그게 자격지심에서 나온 게 아니다. 저는 그걸 배우려면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평생 (저는)이렇게 살 것 같아 막막하다"고 하기도.
올해로 서른 셋. 김태리는 열 여덟으로 시작해 스물 하나, 그리고 스물 둘이 되는 나희도의 모든 순간을 폭넓게 표현해냈다. 그는 "10대를 연기한다는 것이 저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딩은 이래야 돼!'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하진 않았다. 그래서 너무 즐거웠고, '내가 고등학생을 어떻게 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장난으로 '제가 고등학생을 해야 하거든요! 열 여덟살이 돼야 하거든요!'하면서 지인들과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다"며 "그래도 피부과를 열심히 다녔다. 촬영기간 중에는 너무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갔고, 펜싱 연습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피부과에 가려고 노력했다. 그게 나름의 부담이라기 ?塤 '이 정도는 준비를 하자!'는 느낌이었다. '열여덟 살의 피부는 만들자. 최대한 가까이 가보자!'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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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단했던 김태리에게 조금은 내려놓는 법을 알려준 작품이다. 김태리는 "이제는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내려놓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려움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늘상 진심인 사람은 힘들다. 특히 배우로서 어떻게 늘상 진심일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벽에 부딪히나. '내가 이 제품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광고하겠냐. 며칠만이라도 써보고 광고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라 못한다'고 하고, '이 멘트?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고쳐주세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요새는 그게 힘에 부친다.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힘드니 '어느 정도는 내가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려놓는 게 두려운 것은, 내가 그걸 내려놓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좀 싸우고 있다"고 했다.
김태리는 또 "저는 확실히 단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만큼 최악의, 빛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무너질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이, 이전에도 이 작품 저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것을 저는 절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이 정도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내가 원하는 것 그 이상에 근접할 수 있는 사람은 못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베테랑이 되면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다. 휴식시간이 하루라도 있어서 복기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판단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그런 점도 심사숙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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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김태리는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연기를 해나갈 예정이다. 그는 "배우로서 고민과 사람 김태리로서의 고민이 연결되는 것 같다. 구분 짓지는 않는다. 연기를 하는 게 저는 되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가 처음 연기를 하고자 했던, '평생 직업으로 삼겠어!'라는 동기는 재미였다. 그런데 늘 재미있지 않고, 너무 어렵고, 그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진다. 내가 몇 작품을 더 한다고 해서 편해질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힘든 걸, 이렇게 스트레스받는 일을 내가 어떻게 떼어놓고 봐야 할지. '이건 내 직업이야!'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내가 너무 사랑했고 하고 싶던 재미를 찾아가야 할지에 대한 퀘스천마크(물음표)가 붙은 상태다"라면서도 용기를 채워 돌아올 것임을 약속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3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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