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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있기 전 'K-콘텐츠' 'K-배우'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린 진정한 '월드 스타' 김윤진(49). 녹록하지 않았던 할리우드의 철옹성을 12년 전 허물로 한국 배우로서 최초의 금자탑을 세운 원조 월드 스타의 품격은 '종이의 집'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특히 '종이의 집'은 미드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원조 '월드 스타' 김윤진의 출연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냉철하고 강단 있는 성격의 협상가 선우진으로 변신, 최고의 협상 전문가다운 면모를 살리기 위해 많은 정보를 담은 대사의 전달에 특히 공을 들였다. 또한 머리카락이 떨어지면 중요한 협상에서 방해가 된다는 전문 협상가의 인터뷰를 참고해 교수와의 통화 전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묶는 행동으로 사실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원작의 라켈 무리요(이치아르 이투뇨) 경감이 펜으로 머리를 틀어 올리는 버릇을 오마주 하는 디테일을 보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이끌어 가면서도 현장 밖에서는 딸과 엄마 그리고 여자로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보이며 '명품 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김윤진의 활약 덕분일까. 지난 24일 공개된 한국판 '종이의 집'은 28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오늘 한국의 톱 10 시리즈 1위는 물론 전 세계 통합 3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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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던 '종이의 집' 리메이크. 그럼에도 김윤진이 마음을 굳힌 이유는 바로 '원작의 힘'이었다. 김윤진은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의 힘을 믿었다. 류용재 작가가 쓴 대본도 마음에 들었고 김홍선 감독의 전작을 재미있게 봐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또 넷플릭스 플랫폼도 관심이 있었다. 12년 전 과거의 작품 중 '로스트'라는 드라마가 전 세계 100개국에 방영됐는데 그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알고 있다. 현재 'K-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을 때 한국어와 한국 스태프들과 함께한 작품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는 게 너무 의미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금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부분에서 너무 기쁘다.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대에 '로스트'라는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국어로 작품을 찍어 OTT 플랫폼을 통해 우리 작품이 소개된다는 것 자체를 당시에는 상상 못했다. 2004년도에 '로스트'에 캐스팅됐을 당시였다. 채널 ABC의 관계자가 내게 '미국 드라마에서 주요 인물 중에 아시아 배우를 2명 캐스팅한 것은 최초다'고 말하더라.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놀랐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빠르게 K-콘텐츠가 성장할 것이라곤 꿈에도 못 꿨다.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이런 기회가 온 것도 너무 기쁘다"고 곱씹었다.
무엇보다 "K-콘텐츠 열풍이 계속 지속돼 좋은 감독, 배우, 작가들이 전 세계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로스트' 당시 언론에서 격려해 주는 차원에서 내게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그때는 몸 둘 바를 몰랐다. 너무 큰 기대에 등에서 땀이 나고 불편하기도 했다. 이제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수식어가 내게 격려해준 것이란 걸 알게 됐다. 이후 진정한 '월드 스타'가 되려고 노력했다. 아직 '월드 스타'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우리 드라마,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작품 안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격려해준 만큼 끝까지 달려가려고 한다. '종이의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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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종이의 집'을 향한 호불호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김윤진은 "넷플릭스 작품은 이번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 이렇게 빨리 순위권에 올라온 게 처음이라 감사하다. 큰 순위라고 들었다. 이 열기가 계속 이어져 '종이의 집'을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사실 나는 작품이 공개되기 전 먼저 작품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는데 물론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한국판 '종이의 집'의 호불호를 예상했다는 김윤진은 "리메이크에 대한 아쉬움은 100% 예상했다. 나 역시 원작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이러한 반응은 '분명히 나올 것이다'라며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의 반응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시즌1과 시즌2를 압축해서 12부로 표현해야 했다. 캐릭터의 감정이 쌓여가는 부분에서 섬세하게 못 보여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2022년에 맞는 호흡으로 보여주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 한국적인 매력을 어떻게 보일지, 또 어떻게 신선하게 보일지에 중점을 뒀다. 실제로 동남아 지역에서는 원작을 많이 못 봤다고 들었다. '한국 리메이크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전달하면 큰 공감을 가지지 않을까?'란 기대도 있었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관심을 못 받으면 허무하고 아쉽다. 애정이든 애증이든 배우로서 모든 평가가 감사하고 뜨거운 열기가 계속 이어가서 파트2에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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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