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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사극에 성 소수자 이야기를 녹여내다니, 김혜수니 가능한 대단한 배짱이다.
'슈룹'의 김혜수가 지략과 결단력, 그 보다 더 원초적인 힘인 모성애로 아들 유선호를 지켜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피접으로 위장해 외부로부터 아픈 세자(배인혁 분)를 지키고 계성대군(유선호 분)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사랑의 힘이 그려졌다.
먼저 시강원에서 세자와 함께 동문수학할 배동 선발 초시가 개최되는 가운데, 세자의 상태는 날로 악화 중이었다. 이를 치료할 어의도,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중전의 손에는 세자가 기록해온 병상일지가 전부였다. 세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수록 안위에 대한 소문이 돌자 화령은 안전하게 치료에 전념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화령은 세자의 피접을 결정, 배동 시험기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국왕 이호(최원영 분)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궐 내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어막으로, 피접을 위장해 중궁전에서 집중 치료를 시작했다.
잠시 시간을 번 화령은 다음으로 계성대군을 살폈다. 배동 시험기간만큼은 폐전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계성대군의 비밀은 대비(김해숙 분) 귀에도 닿았다. 이에 화령과 대비의 두뇌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대비는 산책을 핑계로 국왕을 폐전각으로 안내하면서 화령도 동행하게 했다. 화령은 이 자리가 계성대군의 비밀을 만천하에 드러내려는 대비의 계략임을 간파하고, 동행에서 빠져나와 폐전각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이어 국왕과 대비가 폐전각에 당도하기 전 화령은 밀실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한발 앞서 폐전각을 불태워버렸다.
가까스로 위기는 잠재웠지만 계성대군의 가슴은 찢기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의 본 모습을 알게 된 어머니가 말도 없이 그의 세계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이 더없는 상처로 다가왔다.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는 계성대군을 데리고 궐 밖으로 향한 화령은 어느 화실에 멈춰 섰다. 어리둥절한 계성대군의 표정에 이어 종이 위에 미끄러지는 화공의 붓이 포착됐다. 붓끝은 어느새 선이 고운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를 완성, 주인공은 바로 여인의 모습을 한 계성대군이었다.
그림이 완성되는 동안 상궁(박준면)의 "화가 나지 않았냐"는 질문에 화령은 "생?箚걋 아들을 잃었다. 배동시험은 어떡하고"라고 걱정하면서도 계성대군을 향한 진한 모성애를 드러냈다.
이어 초상화를 품에 안고 나온 계성대군을 안아준 화령은 "누구나 마음속에 다른 걸 품기도 한다. 하지만 다 내보이며 살 수는 없어. 언제든 네 진짜 모습이 보고 싶거든 그림을 펼쳐서 보거라"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가장 아끼던 비녀를 건네주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딸이 생기면 주려했다"는 말로 계성대군의 성 정체성을 인정함을 대신 한 것.
이어 두 모자는 한 우산을 쓰고 궁궐로 돌아가는데, 화령이 우산을 아들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들고 자신은 비를 그대로 맞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슈룹'은 23일 오후 9시 10분 4회가 방송된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