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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NCT 품은 하이브…이수만의 영광이냐, SM의 혁신이냐[SC초점]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23-02-10 13:55 | 최종수정 2023-02-10 15:34


BTS→NCT 품은 하이브…이수만의 영광이냐, SM의 혁신이냐[SC초점]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엔터업계 최대 공룡이 탄생했다.

하이브가 10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대주주 겸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8.46%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로 하이브는 SM의 최대 주주에 등극했으며 향후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 공개매수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이미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지코 등 K팝신 최고의 가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SM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보아 소녀시대 레드벨벳 에스파 등 다양한 K팝 인기스타들을 발굴 양성해온 K팝 최고의 기획사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하이브는 K팝 슈퍼 IP를 독점하게 된 것이다.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하이브와 SM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8조 8000억원, 2조 700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를 합하면 경쟁사 JYP엔터테인먼트(2조 6000억원)나 YG엔터테인먼트(1조원)를 크게 압도하게 된다.

하이브 또한 "SM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BTS→NCT 품은 하이브…이수만의 영광이냐, SM의 혁신이냐[SC초점]
슈퍼 공룡의 탄생으로 이수만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수만은 H.O.T, S.E.S, 신화 등 1세대 아이돌을 제작하며 한국 대중음악계의 지각변동을 만들어냈고 동방신기 보아 슈퍼주니어 등의 해외 진출도 성공적으로 이끌며 K팝의 태동을 알린 인물. 그러나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이 개입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얼라인은 이수만이 100% 지분을 소유한 라이크기획에 수익 배분이 몰려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이수만과 계약을 종료할 것을 강권했다. 결국 SM도 얼라인의 뜻을 받아들여 이수만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탈피한 'SM 3.0' 비전을 발표했다. 이수만은 이미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공식적으로 경영에서는 손을 떼고 임금도 받지 않았던 상황. 그런데 프로듀싱 영향력까지 상실하게 되면서 크게 분노했다.

분노는 사고의 전환을 불러왔다. SM을 매각하는데 있어 하이브는 후보군에 두지 않았던 이수만이었지만, SM 3.0 비전 발표에 카카오가 자신의 지분이 아닌 신주 발행 등으로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기까지 하자 결심이 흔들렸다. 이수만은 이수만과 얼라인 간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 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SM을 상대로 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 사태 속에서 방시혁이 내민 손은 매력적인 유혹이었다.


BTS→NCT 품은 하이브…이수만의 영광이냐, SM의 혁신이냐[SC초점]
사진 제공=어도어
실제 이수만은 하이브에게 지분을 넘기며 SM과 라이크 기획의 일몰조항도 포기했다. SM과 라이크 기획의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부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합의했으나 SM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SM 관계사들의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했다. 대신 SM 경영권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는 이수만 선배님이 개척하고 닦아오신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셔서 꽃길만 걸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상호간에 존중과 존경의 관계를 표명해왔다. 방 의장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글로벌 캠페인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지속가능한 K팝 영향력 활용을 함꼐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이수만을 치켜세웠다.

또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이수만의 비전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BTS→NCT 품은 하이브…이수만의 영광이냐, SM의 혁신이냐[SC초점]
그룹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이수만을 내보내면서까지 혁신과 변화를 다짐했던 SM으로서는 최대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더욱이 SM은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의 임기가 다음달로 끝나기 때문에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

SM은 "SM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뿐만 아니라 그간 SM이 아티스트들과 함께 추구하여 온 가치들까지 모두 무시하는 지분 매각 및 인수 시도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고 있다. SM은 수많은 SM의 아티스트들이 자랑스럽게 K팝을 선도해 온 회사이며, SM 3.0 시대를 통하여 다시 한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는 팬, 주주 중심의 회사로의 전환과 도약을 앞두고 있는 만큼, 모든 임직원, 아티스트와 함께 힘을 모아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이제 중요한 건 다음달로 예정된 주총이다. 주총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이수만의 원 지분율은 18.46%였던데다 소액 주주 지분율이 60%가 넘는 만큼 SM-얼라인-카카오 동맹이 판을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얼라인 또한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인 12만원은 SM이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기대되는 매출·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비영업자산·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효과를 감안할 때 너무 낮다. 이사회 장악을 위한 경영권 확보 목적이므로 25% 지분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전체에 대해서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며 "하이브는 SM과 동일하게 엔터테인먼트업을 영위하고 있어 추후 하이브와 SM 간에 다양한 사업적 교류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하이브가 SM의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게 되면 하이브가 SM의 의사 결정을 통제하는 가운데 SM의 일반주주와 하이브 주주들 간에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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