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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에 갇힌 사람들…신간 '심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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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사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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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록펠러대 분자·세포 신경학 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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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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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신과 의사의 임상 사례 연구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니퍼는 30대 중반으로 평범한 중산층 집안 출신이었다. 예술에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예술학교에 진학해 사진을 전공하며 주변의 촉망을 받았다. 그러나 21세부터 편집증적 증세를 보였다. 게다가 환청도 들었다. 한 유명 영화배우는 제니퍼에게 일을 중단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조현병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제니퍼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몸이 굳어갔다. 침까지 질질 흘렸고, 오른손이 떨렸다. 파킨슨병이었다. 조현병과 파킨슨병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그를 진단한 정신과 전문의 앤서니 데이비드는 그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조현병은 도파민이 과다해서, 파킨슨병은 도파민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질병이어서 두 병이 동시에 발생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제니퍼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심연 속으로'(타인의사유)는 조현병, 우울증, 전환 장애, 긴장증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의 구체적 사례와 전문의의 임상 기록을 담은 책이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심연' 속에 빠진 다양한 환자들, 치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뇌하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은 교통사고로 입은 뇌 손상으로 자기 부인이 진짜가 아니라고 믿으며 동침까지 거부한 패트릭의 이야기를 비롯해 모든 건강 징후나 수치가 정상임에도 수년째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에마, 갑자기 쓰러져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에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전신이 마비된 크리스토퍼의 사연 등 다양한 실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환자의 증상뿐 아니라 환자가 살아온 삶 전체를 조명하고 나아가 환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까지 진단과 치료의 범주에 담아야 한다고 책에서 말한다. 또한 상담, 약물치료뿐 아니라 전기경련요법, 경두개 자기자극법 등 다양한 정신의학 치료에 관해서도 소개한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의학은 에이미의 종양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크리스토퍼의 마음속에 무엇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하지만 여러 난관에도 의사들이 미지의 병에 대해, 지금은 비록 손쓸 수 없더라도 계속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의학은 모든 영역에 걸쳐 신뢰를 회복하고 가끔은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지식을 찾아 언제나 심연 너머로 손을 뻗는다."

서지희 옮김. 28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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