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프랭크 브루니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다. 백악관 담당 기자, 로마 지국장, 음식 평론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늘 잘나가기만 했던 건 아니다. 암을 경험했고, 어깨 염증으로 지독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그래도 일을 줄이지는 않았다. 그는 주당 50~60시간을 일했다. 삶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적절한 약을 구했고, 운동량을 조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자세한 병명을 알 수 없었다.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은 끝에 '비동맥성전방허혈성시신경병증'(NAION)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다. 혈압이 갑작스레 떨어지면서 시신경 일부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희소병이었다. 치료제도 없고, 수술도 할 수 없는 병이었다. 운동도 소용이 없었다. 잘 보이지 않다가 마침내 실명하는 병. 설상가상으로 왼쪽 눈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40%나 되는 두려운 병이었다. 읽고 쓰는 게 직업인 브루니는 절망에 빠졌다. 그는 절망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최근 번역 출간된 '상실의 기쁨'(원제: The beauty of Dusk)은 시력을 잃어가며 한때 절망에 빠졌던 인간이 삶의 기쁨을 다시 발견하고, 인생을 긍정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책은 인생의 황혼이 얼마나 역설적이고 풍부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병을 진단받은 후 저자의 삶은 바닥으로 수직 강하한다. 삶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 애인인 톰은 바람이 난다. 삶의 도락이었던 읽기는 쉽지 않고, 글쓰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임상시험에 참여해 고통스럽게 주사를 맞지만,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규칙적이고 정갈했던 삶은 엉망이 된 실뭉치처럼 뒤엉킨다.
상황이 달라지니 만나던 사람들도 달라졌다. 당대 주목받는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저자는 눈이 보이지 않거나 다른 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마주한다. 그는 파킨슨병에 걸린 친구, 눈이 먼 외교관 등과의 만남을 통해 "고난을 도전으로 재구성하는 삶의 태도"를 배운다. 그건 "내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에서 "내가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을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로 바꿔서 생각하는 자세다.
마음의 시각을 교정하자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역경도 그저 삶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삶이 무슨 패를 돌릴지 결코 알 수 없기에 그저 그런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물을 보는 시력은 계속 흐릿해져 갔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야는 오히려 넓어진 것이다.
"삶이 시다 못해 쓰디쓴 레몬을 내민대도 당신은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얻은 큰 배움이었다. 언제나 이웃집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는 것도, 구름의 저편은 늘 은빛으로 빛난다는 것도, 밤은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것도 비로소 깨달았다."
웅진지식하우스. 홍정인 옮김.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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