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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32년을 강력계 형사로 살아온 김복준이 조폭 부두목과 있었던 검거썰로 모두를 아찔하게 했다.
본격적인 그의 썰. 김복준 형사는 "여름날 누군가 따라올 때 같은 쎄한 느낌이 들더라. 자꾸 뒤를 확인하다 방심하고 걸어가는 도중 누가 슥 스쳤는데 옆구리가 뜨끔한 거다. '나 찔렸다' 싶어서 보니까 칼을 맞았다. 금방 알아보겠더라. 4년 전에 강도상해죄로 내가 잡았던 범죄자였다. 교도소 출소 후 나와 보복을 한 거다"라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를 보면 칼로 찌르면 빼고 싸우는데 다 거짓말이다. 경찰학교에서 제가 가르칠 때 흉기 대처법을 꼭 말해준다. 찌른 손을 놔주면 죽는다. 계속 들어온다. 잡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다. 왼손에 흉기를 잡고 오른손에 멱살을 잡고 뒹굴었다. 지나가는 분들이 신고해줘서 검거를 했다"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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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런데 부두목이 안잡히는 거다. 답답했다. 부두목을 잡아야 끝인 거다. 단골 술집, 애인집, 부모님 집, 부두목집에 가서 잠복근무를 하는데 기가막히게 안나타나더라. 그날도 허탕을 치고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을 하고 집에 가려고 나오는데 소변이 보고 싶은 거다. 지금 그렇게 하면 큰일 나지만 다리 위에서 볼일을 보는데 옆에 누가 붙었다. 옆을 봤는데 제 목 위에 날카로운 게 느껴지더라. 애타게 찾아 헤매던 부두목이었다. 날 먼저 알아보고 칼을 들이밀었다"라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 김복준 형사는 "대치 상태는 길지 않았다. 형사가 쪽팔리게 쫄면 안되지 않냐. '자식이 건방지게 이거 안 치워? 빨리 치워. 최대한으로 잘해줄테니까 치워' 했는데 '왜 나만 악착같이 쫓는 거야?'라며 덤비더라. 죽겠더라. 이거 진짜 창피한 이야긴데 그 순간에 구두 밑창이 뜨뜻해지더라"라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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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소변을 본 거다. 죽기 직전이라 생각하니까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오더라. 그 장면 중에 가장 아팠던게 하나 뿐인 딸. 딸이 태어날 때도 근무하느라 3일 만에 갔고 말 배울 때에도 크는 과정을 제대로 못 봤다. 딸의 얼굴이 떠오르더라. '난 여기서 끝났구나' 싶었다. 5분 남짓의 시간이 50시간처럼 느껴졌다"라 속상해 했다.
김복준 형사는 "바로 그때 대치하는 맞은편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의문의 차량이 이쪽으로 돌진하는 거다. 조폭이 목에 칼은 대고 있지 차는 달려오지 칼에 죽거나 차에 치여 죽겠구나 싶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저는 하나의 행동밖에 할 수 없었다"라 해 모두의 궁금증을 높였다.
딸 이야기에 울컥했던 김복준 형사는 "딸이 클 때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한 번은 오랜만에 집에 갔는데 도망가면서 '저 아저씨 누구냐' 하더라. 그러다보니 위험한 순간에 딸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며 딸을 향해 영상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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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상태에서 수갑을 채웠는데 아프다고 죽는 소리를 하더라. 꾀병인줄 알았는데 갈비뼈 2개가 부러졌더라. 그때 만약 제가 판단을 제대로 못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당시 달려오던 차는 음주운전 차량인 걸로 추후에 밝혀졌다. 음주운전 차량이 난간을 세게 박아서 차주도 바로 검거됐다"라면서 "사실 제 입장에선 고마웠다"라 너스레도 떨었다.
그러면서 "그때 제가 검거했던 부두목은 개과천선해서 지금은 아주 잘 살고 있다. 제가 검거하러 갈 때마다 부두목 어머니가 부탁을 하셨는데 이후에 새사람이 됐다. 저한테 잡힐 운명이었던 거다"라며 누구보다 치열했던 형사썰을 마무리 했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