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완의 전지적 기자시점] 물론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든 걱정이 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성+인물'은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AV(성인비디오) 배우들을 만나 성인문화 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때문에 성인물이 불법인 국내에서 AV산업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급기야 'TV동물농장'의 MC인 신동엽이 하차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는 선후관계가 명확치 않다. '성+인물'은 엄연히 19세 이하인 자는 관람불가인 영상물이다. 성인들만 봐야하는 콘텐츠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나. 몰래 시청할 수도 있다는 것은 시청할 수 없게 만들어야할 문제이지 MC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MC가 'TV 동물농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MC가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생각만 하고 산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MC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누가 "잘못했다"고 말 할 수 있나.
|
신동엽은 그동안 19금 선을 무난하게 잘 타는 MC로 이름이 높았다. JTBC '마녀사냥'이나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역시 이같은 신동엽의 능력으로 인해 화제를 모았던 예능들이다. '성+인물'의 MC로 발탁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신동엽은 국내 예능계에서 독보적인 '보물'에 가깝다. 19금 예능과 일반 예능의 선을 완벽하게 구분하고 진행력을 발휘하는 MC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TV 동물농장'은 신동엽의 동물들에 대한 애정으로 23년간 맡아온 MC자리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단순히 성 관련 콘텐츠에 출연했다고 하차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인물'의 연출을 맡은 정효민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마녀사냥'도 초반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분들이 모여서, 그 의견이 공통되게 된다. 그 안에서만 얘기를 나누며 매몰되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서로 얘기 나누고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좌표는 어디일까'를 얘기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나" "어떻게 이런 콘텐츠의 MC를 맡을 수 있나" "이런 콘텐츠의 MC를 맡은 이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야한다"는 식으로 담론을 발전시키다보면 우라 콘텐츠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됐나" "우리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나" "세상에는 많은 의견이 있구나"라는 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좀더 폭넓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