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찾은 하오밍이 로커스출판사 대표 인터뷰
"한국인들은 포기를 몰라…홍수환의 4전 5기가 가장 인상적"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도서전에 와 보니 1인 출판사들이 많고, 활력이 넘쳤습니다. 대형 출판뿐 아니라 창의적인 독립출판사들이 많아 다양한 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 출판문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하오밍이(67) 대만 로커스출판사 대표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초중고교를 부산에 있는 화교학교에 다녔다. 대만국립대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한 후 1978년부터 번역가로 일하며 출판계와 인연을 맺었다.
1988년에는 대만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중국시보출판사 대표 자리에 올랐고, 8년 뒤인 96년에 로커스출판사를 세워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다.
1996년 올해의 출판인 등에 선정되는 등 지금까지 각종 상을 받았고, 2005~2007년에는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45년간 출판계에서 일하며 대만 출판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오밍이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3~4년 전부터 한국 도서가 대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불을 지폈고,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등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K-북은 현지서 순항하고 있다. 이수지 그림책 등 아동 책도 최근 시선을 끌고 있다고 한다.
시장 변화에 예민한 사업가답게 그도 한국 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2003년에 이미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대만서 출판한 바 있는 그는 김동식 소설집 '회색인간', 전건우 에세이 '난 공포소설가', 홍칼리 에세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무당 일기' 등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는 8월에는 김보영 소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드라마와 영화의 배경 뒤에 책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책이 콘텐츠의 뿌리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책은 종류가 다양한 데다 장르별로 신선한 작품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환상적"이라고 했다.
하오밍이 대표는 "한국 책은 아동 책, 소설책, 만화책, 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이 많이 나온다"며 "매우 조화로운 생태계가 꾸려진 점이 한국 책과 출판시장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대만 등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는 단연 한국 콘텐츠라고 했다. 과거에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면, 지금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단시일 안에 한국이 세계적인 콘텐츠 국가로 우뚝 선 건 한국인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성실함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어린 시절 '새마을 운동' 노래를 들으며 등교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했죠. 한국에 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복서 홍수환 씨였어요. 4번 넘어졌지만 일어나 결국 상대를 때려눕혔잖아요. '홍수환의 4전 5기'가 한국인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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