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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봉준호 감독과 함께 칸과 아카데미를 점령한 배우 이선균(48)이 이번엔 '봉준호 키드'와 의기투합, 본 적 없는 'K-공포'로 9월 극장가 문을 두드렸다.
이러한 '잠'은 올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그리고 제18회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연이어 초청되며 한국 공포 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이선균은 '잠'에서 잠들면 이상한 행동을 저지르는 남편 현수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음 날 아침 기억이 없지만 집안에 남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보며 점점 자신이 두려워지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얻고 있다. '잠'에 공포와 미스터리를 드리우는 당사자이자,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해 스스로가 두려워지는 이중 변신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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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을 겪는 캐릭터 현수에 대해서 이선균은 "나는 다정한 남편이라기보다는 아내 전혜진과 친구처럼 지낸다. 영화 속에서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가 없다'라는 가훈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 가훈 자체가 공포일 수 있다. 사실 결혼은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런 의지로 살아야 한다. 정말 결혼은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고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현수 캐릭터를 조금 무딘 남편처럼 보여야 하나 싶다. 그런데 내가 봐도 그 모습이 짜증 나니까 영화 속 수진(정유미)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며 "과거 이동진 평론가가 나에게 '짜증계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는데 요즘 보면 짜증 연기는 박정민이 너무 잘하더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서 박정민의 짜증 연기를 보고 너무 놀랐다. 나도 조만간 짜증 연기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요즘에 너무 안 했나 싶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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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소회도 특별했다. 이선균은 "처음에 '잠'을 가장 망설인 부분 중의 하나가 정유미와 내가 신혼부부라는 설정이라는 것이었다. 신혼부부 자체에서 많이 주저했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제일 큰 고민이었다"며 "정유미가 '잠'에 출연한다고 결정한 뒤 서로 신혼부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맡은 현수가 열심히 연극배우로 생활하다가 늦장가 가는 콘셉트로 가야 하나 싶었다. 애써 합리화하면서 만들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유미와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안 알려져서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 우연인지 정유미와 내가 맡아온 호흡이 모두 비슷한 결의 느낌이었다. 마치 장기 연애를 하다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느낌이랄까. 정유미는 촬영 때 솔직하고 과감하게 연기를 한다. 평소에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스타일인데 연기할 때는 누구보다 과감하게 한다. 연기할 때 정유미는 정말 재미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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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가족에게 칸영화제가 좋은 경험이 됐다. 레드카펫을 밟을 때 아이들이 정장도 차려입고 가야 하니까 '이런 걸 왜 해야 하나' 불만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후 레드카펫 밟을 때 많은 관심을 받으니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우리 가족들에게 흔치 않지 않은 기회였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또 없을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좋은 추억이 됐다"고 덧붙였다.
'잠'은 정유미, 이선균이 출연했고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