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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윤여정이 지난 58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느낀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이날 액터스 하우스에는 배우 윤여정이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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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선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한다(웃음). 다들 뭘 그렇게 많이 해달라고 하더라. 일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상 타고 왔더니 '상금 없어요?'라고 묻더라. '없다'고 했더니, 그 상이 왜 이렇게 유명한 거냐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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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표작에 대한 물음에 "대표작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내가 내 대표작을 어떻게 꼽겠나. 평론가들은 내가 얼마나 더러운 감독과 일하고 고생했는지 잘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가끔 생각해 보면 내가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은 게 용할 정도다. 기존에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게 잘 맞지 않았다. 항상 연기하는 스타일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받아본 적 없고,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아왔다"며 "얼마나 더러운 감독과 일하고 고생했는지가 기억에 남는다. 평론가들이 꼽은 대표작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윤여정은 지난 1971년 故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화녀'에 대해 "김기영 감독한테 선택을 받아서 저주를 퍼부었다. 어릴 땐 뭘 모르지 않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책으로 배운 인생과는 또 다르다. '화녀'를 찍고 다신 영화배우를 안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천재적인 감독을 만나 발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돈으로 고급이 아닌,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 놀아야 발전한다.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놀아야지 그렇지 못한 사람과 놀면 아무것도 없다"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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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윤여정은 '미나리' 정이삭 감독을 가장 인품이 좋았던 감독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정이삭은 자신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 거에 대해 미안해했다. 그걸 보면서 한국 종자가 서양 교육을 잘 받아서 성숙이 되면 이런 인종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굉장히 학벌을 따지는 세대인데, 좋은 결실을 본 것 같아 그를 보면서 기뻤다"며 "내가 참 욱하는 면이 있어서 배우를 하는 것 같다. 독립영화 현장에서 그가 받는 대우는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현장에 모니터도 없더라. 너무 욱해서 '아이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정이삭 감독이) 나한테는 정말 세련되고 서양 문화와 한국 종자의 좋은 융합 그 자체다. 그 이후로 코리아 아메리카를 물색없이 좋아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더라.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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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연기를 잘하는 방법은 없다. 그냥 많이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음식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지 않나. 우리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도 '연기는 김혜자가 잘하지'라고 하셨다. 근데 저는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모든 배우들이 특출난 연기를 하는 김혜자 선배처럼 되려고 하면 안 된다. 나는 나 다워야 하고, 나만의 길이 필요하다"며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에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10일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영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폐막작은 '영화의 황제'(감독 닝하오)가 선정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