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송하윤(38)이 악역으로 새로운 '얼태기'를 극복했다.
송하윤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킹콩by스타쉽 사옥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자신이 연기한 정수민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수민이를 얘기하다 보면 연기했던 감정이 아직은 남아 있어서 (눈물이 난다). 아직은 좀 못 벗어났다"고 했다. 송하윤의 말처럼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정수민은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지 않으면 어려웠을 캐릭터.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마음에는 결핍과 질투심이 가득한 인물이기에 송하윤의 연기력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도 있다.
송하윤은 촬영장에서도 철저히 자신을 고립시키며 정수민에 몰입했다고. 그는 "수민이는 사람들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느낌이라, 제가 이걸 표현하려면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혼자 많이 있었다. 송하윤으로서 건강하게 이 역할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1회에서 지원(박민영)이 집안에서 죽는 장면을 찍었을 때는 제가 건강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엄청나더라. 가짜였지만, 밀어서 깨지는 것까지 눈으로 목격하니 진짜 사고를 목격한 것처럼 바들바들 떨리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그 정도로 준비를 했음에도 충격을 받으니 이렇게 했다가는 16부까지 도저히 갈 수 없겠더라"고 했다.
정수민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프로파일러 등도 찾았다는 송하윤이었다. 송하윤은 "뒤의 내용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기문에 철저히 이성적으로 수민이의 자아를 만들었고, 제가 저를 설득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감정을 외워서라도 저를 괴롭혔다. 개인적 성향도 안 맞아서 거부했던 것 같다. 이걸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어도 대본을 못 넘기겠을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신과 선생님, 프로파일러를 만나 이런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봤다. 몸으로 부딪히면 병이 나니까. 그래서 자문을 구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
그렇게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얼굴을 발견해왔던 1년이다. 최근에는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오유라(보아)의 불륜을 목격하고 내뱉은 외마디 "와 씨"가 화제가 됐다. 얼굴 근육까지도 파르르 떨며 연기한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탄이었다. 송하윤은 "제가 그렇게 연기한 줄도 몰랐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장면을 보면 열이 받더라. 매장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못된 말을 쏟아내고 그러면서 살아본 적은 다들 없을 것이다.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진짜 바들바들 떨리더라. 지난 1년을 살면서 내 눈빛과 얼굴이 변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니 겁이 났다. 어르신들이 그러는데, 눈가에 주름이 생기면 얼굴에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는데, 그걸 수민이를 통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경험했다. 저도 눈이 돌면서 그렇게 연기하는지 몰랐는데, '나 이랬구나' 싶으면서 '수민이 좀 말려주세요'했다"고 말했다.
|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