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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정려원(43)에게 만족이란 '졸업'을 안겨준 작품이다.
tvN 토일드라마 '졸업'(박경화 극본, 안판석 연출)은 대치동 학원가를 무대로 시험 스킬에만 매몰된 입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한편 서혜진(정려원)과 이준호(위하준)의 사랑을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는 진정한 어른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최종회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성장을 이루며 여운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종회는 수도권 평균 7.4% 최고 8.1%, 전국 평균 6.6% 최고 7.3%를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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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정려원은 자신에게 만족하기보다는 확인받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그는 "예전에는 저도 배우다 보니, 감독님의 오케이 컷을 받고 싶어하고, 감독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안 감독님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작품이 끝나고 '충분했어. 훌륭해. 고생했어'라고 한 작품인 것 같다. 그래서 인생작이라고 말했다. 늘 불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만족하게 됐고, 제 스스로도 이게 충분하다는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게 나의 인생작이구나. 운명처럼 왔는데 나의 불안을 졸업시켜주기도 했으니, 촬영이 끝난 마지막 날 내 인생작이 되겠다 싶었다. 내 인생작에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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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강사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서혜진의 모습도 정려원에겐 울림을 줬다. 그는 "서혜진은 일은 유능하게 하지만 사랑에서는 미완성인 부분이 있었다. 속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저 같은 경우는 서혜진은 케이스가 다르지만, 이것도 비슷하다. 자기 일을 잘 해내고는 있는데 자기 자신을 막상 응원하지는 않는 게 있었다. 근데 이번에는 응원하는 법을 정말 배우게 됐다. 나 자신을 응원할 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졸업'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명장면을 안겨준 작품. 정려원은 20대, 그리고 40대에 한 차례씩 인생의 명장면을 맛봤다고. 그는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처음으로 초대받은 날, 신인여우상 후보가 됐고 처음 도전이었는데 너무 떨려서 화장실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손이 떨리고 어쩔 줄 모르고 거울을 봤는데, '괜찮아. 너 말고 아무도 몰라' 하면서 거울을 5분간 쳐다보고 호흡을 내리면서 있다가 나갔다. 그래서 그 자리에 좀 맑은 정신으로 있을 수 있던 것 같다. 그때가 가장 떨렸다. '살을 받으면 어쩌지?' 생각도 했었다. '상받는 것 아니야?'했다가 '나 안되는데!'했다가. 그렇게 상을 받았는데 화장실에서 저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간 기억이 나더라. '너 말고 아무도 몰라. 너 떠는 것 아무도 몰라' 했던 거울 앞이 기억이 난다"고 ?다.
또 '졸업'의 마지막도 자신의 명장면이다. 정려원은 "처음에는 20대 때 제 자신을 다독인 것이라면, 40대가 되어 '졸입'을 찍고, 혜진이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너 잘했어. 충분했다. 고생했어'라고 해줬는데, 제 자신에게 '충분했어'라고 못했었다. 늘 '시간이 더 있었다면!'이라고 했지. '이너프!(enough)'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혜진이로는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