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인터뷰] "'동주' 부담감 망각하고 참여"…마법 같은 박정민, 마법 같은 '하얼빈'에 대해(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4-12-26 12:40 | 최종수정 2024-12-26 16:18


[SC인터뷰] "'동주' 부담감 망각하고 참여"…마법 같은 박정민, 마법…
사진=샘컴퍼니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마법 같은 순간을 더욱 마법같이 만드는 배우다. 올곧은 진심으로 독립군들의 숭고한 마음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뿜어낸 박정민(37)이 이번에도 '역시'나 '역시' 한 열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액션 영화 '하얼빈'(우민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에서 대장 안중근(현빈)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독립군 동지 우덕순을 연기한 박정민. 그가 26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조선과 만나 '하얼빈'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열정을 고백했다.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하얼빈'은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거대한 심리 드라마는 물론 그와 뜻을 함께한 동지들 사이의 진심과 신념, 고뇌와 의심을 둘러싼 갈등을 묵직하고 진중하게 다뤘다. 지난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개봉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 역대 겨울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고지에 진입하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하얼빈'에서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우직한 독립군 우덕순으로 변신한 박정민의 디테일한 열연이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고향도, 가족도 없는 자신을 거둬준 안중근과 함께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써온 인물 우덕순은 수많은 동지를 잃어 힘들어하는 안중근에게 힘이 되어주고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는 동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SC인터뷰] "'동주' 부담감 망각하고 참여"…마법 같은 박정민, 마법…
사진=샘컴퍼니
현재 첩보 액션 영화 '휴민트'(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 촬영차 라트비아에 머물고 있는 박정민은 "'하얼빈'의 흥행 소식을 멀리서 전달받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게 아니라 피부로 체감되진 않지만 휴일에 많은 관객이 봐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 많은 관객이 찾아와 봐주는 것 같다. 특히 '하얼빈'은 숫자로 말하기 조심스러운 영화다. 그럼에도 관객이 봐줘서 놀랍고 기분 좋다"며 "많은 관객이 우리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국가라는 것에 대해, 국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우리 영화가 긍정적인 어떤 생각을 나눌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과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뜻을 관객이 예뻐해 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박정민의 인생작 중 하나인 '동주'(16, 이준익 감독)의 송몽규에 이어 '하얼빈'의 우덕순으로 다시 한번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박정민은 "이 분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 상상에 기대 만든 캐릭터였다. 우덕순의 재판 기록을 찾아보고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봤는데 '하얼빈' 속 우덕순을 구체화하기엔 유의미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서 표현할 수 있는 우덕순이란 인물에 중점을 뒀다. 소설 '하얼빈'에 등장하는 우덕순도 읽어봤는데 그 부분이 내겐 지울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에 나온 우덕순을 똑같이 차용하려고 노력한 것은 아닌데. 내 뇌리에 남아 있어서 자연스럽게 소설 속 이미지가 조금 묻어난 것 같다"며 "우덕순은 안중근 옆에서 그의 일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 안에서 우덕순이라는 인물은 그 안에 녹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저 내 몫을 최대한 해야겠다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동주' 때 실존 인물에서 오는 부담감이 정말 컸는데 ('하얼빈'을 선택한 이유 중에) 그 부담감을 망각한 것도 있는 것 같다. '하얼빈'은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 모두 너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프로젝트인데 내 개인적인 부담감 때문에 이 작품을 포기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립군들은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였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해봤을까 충격도 있었다. 그동안 내게 독립운동가들은 영웅이었다. 그런데 이 영웅들도 사실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많이 느꼈다. 그래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마음을 보냈다.


[SC인터뷰] "'동주' 부담감 망각하고 참여"…마법 같은 박정민, 마법…
현빈, 조우진, 전여빈, 박훈 등 꿈의 캐스팅으로 호흡을 맞춘 소회도 특별했다. 박정민은 "내가 이 팀의 막내에 속하는 배우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계속 현빈 형 옆에서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봤다. 빈이 형과 영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현빈이라는 사람의 역사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았다. 많이 의지했는데 나중에는 좀 죄송하기도 했다.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의인을 연기하고 있는 현빈 형의 그 시간 동안 내가 과연 조금이나마 그에게 의지가 되었나 생각해 보면 떠오르지 않아 죄송했다. 한국 돌아가면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웃었다.


'하얼빈' 속 브로맨스를 펼친 김상현 역의 조우진과 호흡에 대해서도 박정민은 "우진이 형을 보며 많이 배웠다. 한 명의 배우가 영화를 대하는 오롯한 태도와 배우가 자신이 맡은 인물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진심을 생각하게 됐다.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그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우진이 형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다. 한번은 우진이 형이 내게 한 장면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서 같이 만들어보고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보통 후배에게 그런 말을 잘 안 하지 않나? 형의 그런 진심을 느꼈고 정말 감사했다"며 "실제로 우진 형과 리허설로 맞춘 장면이 너무 좋아 본 영화에 들어가기도 했다. 보통 본 촬영 전 가볍게 리허설하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감독도, 음향감독도 다 실제 촬영처럼 임했다. 그 덕분에 감정이 깊이 담긴 리허설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다음날 본 촬영으로 다시 찍기도 했지만 우 감독은 리허설 때 우리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아 그 장면을 본 영화에 쓴 것 같다. 마법 같은 순간이 정말 많았던 작품이다"고 곱씹었다.

독립을 위해 함께 하는 동지였지만 잦은 의견 충돌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운 이창섭 역의 이동욱도 빠지지 않았다. 박정민은 "이번에 처음 만나 호흡을 맞춘 배우였다. '하얼빈'을 통해 이동욱이라는 사람 자체에 반했고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배우가 상대 배우와 카메라 앞에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장면이 있을 때 상대 배우와 편하지 못하면 연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저 사람을 신뢰하고 어떤 것을 하더라도 다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의 감정 연기를 배우 개인의 반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이동욱에 대한 믿음이 컸다. 많은 장면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동욱이란 사람에 대해 믿음과 호감이 굉장히 생겨 감사하게도 내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SC인터뷰] "'동주' 부담감 망각하고 참여"…마법 같은 박정민, 마법…
'하얼빈'은 물론 전작들을 통해 브로맨스에 특화된 배우로 정평이 난 박정민은 "실제로 브로맨스에 특화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비교적 남자 배우와 같이 연기하는 기회를 많이 얻은 것 같다. 좋아하는 형님들과 같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 매일매일 감회가 새롭다. 내가 이런 작품에서 이런 선배들, 형님들과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매번 새롭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칭찬해 주는 날도 있다. '네가 열심히 연기 하는 바람에 이렇게 좋은 형님들과 촬영도 하는구나' '네가 열심히 했나 보다'라고. 그분들께 누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최대한 내가 가진 역량을 카메라 앞에서 쏟아내겠다 각오하고 현장에 간다. 그 점을 선배들도 예쁘게 봐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SC인터뷰] "'동주' 부담감 망각하고 참여"…마법 같은 박정민, 마법…
사진=샘컴퍼니
데뷔 이후 열일을 이어온 박정민은 내년 휴식기를 선언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럼에도 '하얼빈'을 비롯해 내년까지 꾸준히 신작을 선보이게 될 박정민은 "'활동 중단'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는데 어느새 '중단'이 되어버렸다. 휴식기는 개인적으로 조금 쉰다는 의미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창피하다. 내년 2월이 되면 또 신작이 나온다. 찍어 놓은 작품이 좀 있다. 관객은 내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여러모로 죄송하다. 하지만 어쨌든 내년에는 좀 쉬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휴식기가 오래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활동 중단 선언을 철회하는 순간이 오게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얼빈'은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그리고 이동욱 등이 출연했고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