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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마법 같은 순간을 더욱 마법같이 만드는 배우다. 올곧은 진심으로 독립군들의 숭고한 마음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뿜어낸 박정민(37)이 이번에도 '역시'나 '역시' 한 열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하얼빈'에서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우직한 독립군 우덕순으로 변신한 박정민의 디테일한 열연이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고향도, 가족도 없는 자신을 거둬준 안중근과 함께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애써온 인물 우덕순은 수많은 동지를 잃어 힘들어하는 안중근에게 힘이 되어주고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는 동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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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동주' 때 실존 인물에서 오는 부담감이 정말 컸는데 ('하얼빈'을 선택한 이유 중에) 그 부담감을 망각한 것도 있는 것 같다. '하얼빈'은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 모두 너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프로젝트인데 내 개인적인 부담감 때문에 이 작품을 포기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립군들은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였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해봤을까 충격도 있었다. 그동안 내게 독립운동가들은 영웅이었다. 그런데 이 영웅들도 사실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많이 느꼈다. 그래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마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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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속 브로맨스를 펼친 김상현 역의 조우진과 호흡에 대해서도 박정민은 "우진이 형을 보며 많이 배웠다. 한 명의 배우가 영화를 대하는 오롯한 태도와 배우가 자신이 맡은 인물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진심을 생각하게 됐다.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그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우진이 형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다. 한번은 우진이 형이 내게 한 장면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서 같이 만들어보고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보통 후배에게 그런 말을 잘 안 하지 않나? 형의 그런 진심을 느꼈고 정말 감사했다"며 "실제로 우진 형과 리허설로 맞춘 장면이 너무 좋아 본 영화에 들어가기도 했다. 보통 본 촬영 전 가볍게 리허설하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촬영감독도, 음향감독도 다 실제 촬영처럼 임했다. 그 덕분에 감정이 깊이 담긴 리허설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다음날 본 촬영으로 다시 찍기도 했지만 우 감독은 리허설 때 우리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아 그 장면을 본 영화에 쓴 것 같다. 마법 같은 순간이 정말 많았던 작품이다"고 곱씹었다.
독립을 위해 함께 하는 동지였지만 잦은 의견 충돌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운 이창섭 역의 이동욱도 빠지지 않았다. 박정민은 "이번에 처음 만나 호흡을 맞춘 배우였다. '하얼빈'을 통해 이동욱이라는 사람 자체에 반했고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배우가 상대 배우와 카메라 앞에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장면이 있을 때 상대 배우와 편하지 못하면 연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저 사람을 신뢰하고 어떤 것을 하더라도 다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의 감정 연기를 배우 개인의 반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이동욱에 대한 믿음이 컸다. 많은 장면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동욱이란 사람에 대해 믿음과 호감이 굉장히 생겨 감사하게도 내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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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모로 죄송하다. 하지만 어쨌든 내년에는 좀 쉬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휴식기가 오래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활동 중단 선언을 철회하는 순간이 오게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얼빈'은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그리고 이동욱 등이 출연했고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