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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우리가 몰랐던 배우 송혜교(43)의 새로운 얼굴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로맨스 퀸'으로 사랑 받던 그가 'K-오컬트' 장르의 '뉴페이스'로 떠올랐다.
24일 개봉한 '검은 수녀들'은 지난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두 수녀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해결사', '카운트'를 연출한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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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는 극 중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유니아 수녀는 나라면 할 수 없는 강인하고 용감한 선택을 하는 여성이라 멋있었다. 수녀님이기 전에 사람 아닌가. 큰 용기를 갖고 행동으로 바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멜로 장르 위주로 많이 해왔는데, 사랑과 이별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봤을 땐 딱 하나이지 않나. 그런 걸 표현함에 있어서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니까 나도 그렇고 보시는 분들도 지루함을 느끼셨을 것 같다. 연기하는 사람도 재미가 없는데, 보시는 분들은 당연할 거다. 그러다가 '더 글로리'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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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달리, 영화에서는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수녀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송혜교는 "수녀 분들이 항상 베일을 쓰시는지가 궁금했는데, 주무시기 직전까지 쓰신다고 하더라. 그런 점들이 놀라웠다"며 "촬영할 땐 계속 베일을 쓰고 있다 보니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편했다. 수녀복을 입으면 뭔가 캐릭터에 장착된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멜로를 촬영할 때와는 가장 큰 차별점도 짚었다. 송혜교는 "장르물을 찍을 때는 반사판을 아예 안 해주시더라. 영화에 맞게 톤을 조절해 주셔서 역할에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외모로 승부를 볼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해서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그래도 광고 촬영과 공식 석상에서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빡세게 꾸미는 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검은 수녀들'을 통해 생애 첫 흡연 연기에 도전한 소감도 전했다. 송혜교는 "평소 술은 마시는데 살면서 몸에 안 좋은 건 딱 하나만 하고 싶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흡연 신이 꽤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하필 유니아 수녀는 첫 등장 신부터 흡연을 하지 않나. 흡연하는 분들은 가짜로 피우면 바로 알아차린다고 하더라. 촬영 들어가기 6개월 전부터 담배 연습을 했는데, 안 피우다가 피니까 목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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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데, 10년 사이에 홍보 방식이 많이 달라졌더라. 사실 어린 친구들은 내 작품을 '더 글로리'부터 알지 않겠나. 그래서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게 됐다.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중에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용기를 내게 됐다"고 전했다.
또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는지 묻자, 그는 "댓글은 안 본 지 꽤 됐다. 나를 위해서 안 보는 편"이라며 "영상이 공개되면 '반응이 좋을까'하고 걱정도 됐는데, 강민경 씨가 브이로그에 너무 예쁘게 담아줬더라. '요정재형'도 재형 오빠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처음엔 촬영하는 느낌이었는데 샴페인을 한 잔 마시니까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촬영 막바지에는 살짝 취했다(웃음). 막상 다 찍고 나서 집에 오니까 '이상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런 모습까지 예쁘게 담아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데뷔 30년 만에 가장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 송혜교는 "일부러 신비주의를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예전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그 사이에 많이 바뀌어서 요즘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는 거다. 민경 씨가 만든 브이로그의 경우는 내 본래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 민경 씨가 단독으로 날 찍었고, 카메라를 아예 나한테 맡겨놓고 찍으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왔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