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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현욱(40)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던 '원경'과 이별하는 중이다.
첫 사극이었던 '원경'은 이현욱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제일 신경 쓴 부분은 고증과 역사적 인물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의 신중함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어떤 연기를 하고, 한 작품을 하는 것보다 실존인물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기에 그런 부분에서 집중을 했다. 또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과의 간극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극에서 그려지던 태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원경왕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이에 감정이입을 했던 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태종의 행동에 '하남자스럽다'는 비판을 더하기도. 이현욱은 이에 대해 "사실 저는 역사적인 인물이다 보니, 악인으로 느끼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역사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인물이기에 안 좋은 쪽, 악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으실 거라고 예상했기에 당황했고 괴로웠던 것 같다. 원경왕후의 관점이다보니까 사실 역사 속에서는 후궁이나 이런 것들이 당연했던 일들인데 시대적, 정서적으로 지금은 용납이 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부각되다 보니 태종이란 인물이 유명한 왕 중에 하나인데, 그 이면적인 부분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카리스마가 있고 남자답다는 선입견이 셀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원경'은 극 초반 수위 높은 정사신으로 논란이 됐던 작품이다. 티빙을 통해 공개된 회차에서 신체 일부가 적나라하게 공개돼 화제가 됐었다. 해당 장면을 두고 배우 소속사가 편집을 요구했지만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등의 오해를 키우면서 더 논란이 됐다. 결국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배우와 소속사에 단계적 확인을 거쳤으며 이미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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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현욱은 "(방송을 보고) 많이 울었다. 괴롭기도 했다. 제가 해왔던 연기에 대해서 의심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래서 사실 인터뷰가 무서웠다. 밖에서 사람들이 '너무 잘 보고 있다'고 하시지만, 저의 내면에는 혼란스러움이 있기도 했다. 엄청 힘들었다. 회복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너무 다행히도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그래야지 저도 '원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이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 그 마음이 남아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원경' 때문에 고생한 분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SNS에도 '고생했다'고 남겼다. 마무리를 제대로 짓고 싶었다"고 했다.
말도 탈도 많았던 '원경'이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이별을 하는 중. 이현욱은 "어떤 작품을 했을 때보다도 진심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많이 느낀 것 같고 아쉬움도 더 많이 남는 것 같다. 누가 되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도 하고,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기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다.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수 있을지, 시각과 관점을 확장해서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작품이다. 여러 의미로 성장통이 15년 째인데, '원경'을 잘 보내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