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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희토류…광물 확보 위한 미·중의 총성 없는 전쟁

기사입력 2025-05-2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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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기자가 쓴 신간 '광물 전쟁'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청동기 시대 이후 수천 년간 금속은 제국의 강력한 뒷받침이었다. 히타이트는 청동기와 철기 무기로 터키와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제패했고, 화승총은 유럽의 권력 지도를 변화시켰다. 서구 열강은 금속을 가공해 만든 강력한 무기로 세계를 제패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가의 국운이 쇠퇴했다. 그중에는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한 중국도 있었다. 아편 전쟁 이래로 '동네북'으로 전락한 중국은 서구의 무기에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며 오랜 기간 암중모색했다. 중국이 다시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과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 즉 광물이 필요했다.

중국은 지난 50년간 코발트와 리튬, 구리 등 산업에 쓸모 있는 금속들을 찾아 세계를 샅샅이 뒤졌다. 201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 중국 광업 기업들은 구리 매장 층을 개발하기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벌였다. 아프리카 콩고에선 코발트 광산을 사들이느라 수십억 달러를 썼고, 아르헨티나에선 주요 리튬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 당국의 오랜 노력이 이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가공의 90%를 장악했다. 여기에 리튬 가공의 59%, 코발트 가공의 73%를 움켜쥐었다.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200곳 중 148곳(약 78%)을 점유한 곳도 중국이다. 베이징 정부는 종종 광물 공급량을 조절하며 외교 무기로 '광물'을 활용한다.

뒤늦게 중국의 '포석'을 깨달은 미국과 유럽연합도 부랴부랴 광물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다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독점을 깨기 위해 그린란드 병합이라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 그린란드 동토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희토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기자인 어니스트 샤이더가 쓴 신간 '광물 전쟁'(위즈덤하우스)은 핵심 광물을 둘러싼 강대국의 치열한 경쟁을 다룬 책이다. 리튬, 니켈, 구리, 코발트, 희토류 등 5가지 광물을 놓고 벌이는 지정학적 경쟁을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이들 다섯 가지 광물은 현대 산업에서 필수적이다. 가령, 아이폰이 계속해서 가벼워지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건 리튬이온배터리 덕택이다. 아이폰의 햅틱(촉각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 구현을 위해선 희토류 자석이 필요하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다. 노트북, 전기차, 풍력 발전기와 전투기 등 다양한 산업·군사 분야에서 이들 광물이 사용된다.

중국만 이들 광물을 독점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도 상당한 양의 광물을 '땅속에' 보유하고 있다. 네바다주의 한 광산에는 1조4천600만t 규모의 리튬이 잠자고 있다. 애리조나주에는 구리가 풍부하고, 캘리포니아주에는 희토류 광산이 있다. 문제는 규제기관의 엄격한 환경 기준 탓에 회사들이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미국 연방 정부에서 광업 허가를 받으려면 10년 혹은 그 이상 걸리지만 캐나다에서는 보통 몇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최소 50년 이상 광물 확보에 매진한 중국과 환경 오염 문제 때문에 자국 내 자원을 채굴하지 못하는 미국. 두 나라의 '광물 전쟁' 결과는 어떻게 펼쳐질까. 광물 패권을 상실한 미국이 지속해서 세계 헤게모니를 움켜쥘 수 있을까. 저자는 속단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지역 주민, 주요 기업,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고, 미국이 광물 자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거대 미로 속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아울러 광물 자원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각축전 양상도 흥미롭게 전한다.

안혜림 옮김. 5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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