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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너갔던 구운몽도·백동자도 병풍, 보존처리 마치고 첫 공개

기사입력 2025-06-23 09:50

왼쪽은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1폭), 오른쪽은 양소유가 용왕의 딸 백능파를 만나는 꿈을 꾸는 장면(6폭)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품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13년 종묘 영녕전 춘향대제 때 남은 음식을 기록한 문서로 구운몽도의 배접지에서 발견됨 [고창문화재보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황 직물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발견돼 화면을 넓혀 그림이 드러나도록 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품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고궁박물관·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展

보존 처리 통해 본래 모습 가깝게 복원…종묘 문서·옛 신문 등 발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 문인 김만중(1637∼1692)이 쓴 소설 '구운몽'(九雲夢)은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불도를 수행하는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부터 '양소유'로 환생해 8명의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내용은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인간의 욕망과 번뇌, 깨달음을 10폭 병풍에 담은 그림이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오랜 시간 떠나 있었던 고국 품으로 돌아와서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이달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의 '구운몽도 병풍', 덴버 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 병풍'을 다룬 전시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 및 활용을 지원하는 사업의 하나로, 2023년 10월부터 약 1년간 보존 처리한 성과를 국내 관람객에 처음으로 소개한다.

구운몽도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 부모로부터 선물 받은 뒤, 귀국할 때 가져간 것으로 전한다.

이후 처치가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가족이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 병풍은 그간 여러 차례 보수하면서 일부가 변형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병풍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1913년 종묘 영녕전에서 춘향대제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기록한 문서,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소설의 내용과 다르게 그림이 배치된 부분을 바로잡고, 기존의 직물을 참고해 병풍이 제작됐을 당시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또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일부 그림도 드러날 수 있도록 병풍 폭을 늘렸다.

함께 보존 처리를 마친 백동자도 병풍은 동자, 즉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평화롭게 노는 장면을 화폭에 담은 작품이다.

백(百)은 풍족하고 많다는 의미로, 아이들은 자손 번성을 바라는 의미를 지닌다.

화려한 전각을 배경으로 지혜를 상징하는 원숭이와 즐겁게 놀거나 관리가 행차하는 모습을 흉내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덴버미술관은 1970년 뉴욕에 있는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샀으나 언제, 어떤 경위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병풍 속 틀에 바르는 종이로 일본에서 발행된 1960년 신문이 발견된 점을 볼 때 19∼20세기에 제작되고 1960년 이후 수리한 뒤 미국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병풍 곳곳에 남은 오염을 제거하고, 본래 칠했던 천연 안료가 아닌 인공 안료로 덧칠한 부분을 떼어내 옛 모습에 가깝게 되살렸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왕실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사랑받았던 우리 옛 그림이 국외에서도 그 빛을 발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볼 수 있다.

ye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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