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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박진영(31)이 찬란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완성했다.
특히 극 중 차분하고 이성적인 면모 뒤에 복잡한 내면과 고민을 지닌 변호사 이호수를 연기한 박진영의 열연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겉보기엔 단점 하나 없는 백조처럼 보이지만, 10대 시절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그저 '평범'을 위해 수면 아래 미친 듯이 물 갈퀴질하는 청춘 이호수로 변신한 박진영은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균열을 생생히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쌍둥이 자매 미지, 미래 역으로 하드캐리한 박보영과 풋풋한 로맨스까지 소화하며 시청자에게 '호수 앓이'를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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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훈훈한 외모도 '미지의 호수' 인기를 담당하는 큰 주축이 된 바, 박진영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전자라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어머니, 아버지가 워낙 미녀, 미남이다. 좋은 부분을 물려 받은 덕분이다. 사실 감독과 처음 이야기를 했을 때 호수는 최대한 안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최대한 멋 없는 모습이려 노력했고 많은 설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호수를 멋있다고 해줘서 놀랐다. 호수의 다른 부분을 봐준 것 같다. 호수라는 사람이 좋아서 외모까지 멋지게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명감독이 조명을 잘 써준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미지의 서울' 인기 때문인지 포털사이트 역시 국내 많은 박진영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배우 박진영이 검색되는 변화도 생겼다. 박진영은 "동명이인이 많다. 한국에는 너무 많은 박진영이 있는 것 같다. '미지의 서울' 전에는 포털사이트에 '박진영'을 검색하면 박진영 PD가 제일 먼저 검색됐다. 그런데 '미지의 서울' 이후 내 이름이 먼저 검색되고 있다. 아마 잠깐일 것 같다. 박진영 PD는 워낙 전설이지 않나? 나의 전 회사 프로듀서였기도 했고 순전히 박진영 PD를 보고 JYP 오디션을 봤기 때문에 박진영 PD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감히 내가 박진영 PD를 꺾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잠깐 좋은 시기에 전보다 더 사랑을 받게 된 게 포털사이트에 반영된 것 같다. 그래도 배우 박진영으로서 많이 알아봐준다는 방증인 것 같아 그것 또한 감사하다. 배우 박진영으로서 기억을 해주시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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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캐릭터로 자리잡은 호수에 대한 애정도 컸다는 박진영은 "대본을 읽다 보니 호수는 드라마 초반 분량이 많이 없어서 어떤 캐릭터일까 궁금하더라. 호수는 한쪽 귀가 안 들린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럼에도 누구보다 피해자와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성향의 캐릭터 설정이 너무 좋았다. 그런 모습에서 호수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미지(박보영)를 묵묵히 기다려 주는 모습도 좋았다. 요즘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힘들 때 이런 저런 말을 해주기 보다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곁에서 서포트해 주는 부분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잘 보여서 좋았다. 연기를 하다 보면 캐릭터 일부분이 나에게 남아 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호수처럼 좋은 사람이 되기 힘들겠지만 조금이라도 호수의 좋은 부분이 남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호수는 진짜 좋은 사람이더라.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반성했고 배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군 입대 후 달라진 느낌이 있는데, 연기 톤에 대한 부분은 크게 바뀌었다 생각은 없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내가 할 것만 생각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한 것 같다. 지금도 마음이 급했지만 예전에는 더 심했다. 내가 준비하고 외운 대사를 내가 생각한 그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를 못 한 것 같고 자책도 엄청 했다. 이번 작품을 하다 보니 너무 기라성 같은 선배가 많아서 한편으로는 '에라 모르겠다. 선배들이랑 같이 가보자' 싶었다. 그리고 전보다 더 들어보고 반응하려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지의 서울' 글을 보고 느꼈고 드라마로 표현됐을 때도 느낀 지점이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과 요즘 시대가 많이 반영된 드라마인 것 같다. SNS로 남의 인생을 봤을 때 좋아보이지만 그 내면은 모르지 않나? 호수도 변호사라는 직업이 대단하게 보이지만 그 안의 속은 다 곪아있다. 요즘 사람들이 가지는 딜레마인 것 같다"며 "나 또한 곪아 있는 부분이 있다. 어렸을 때는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성격이 싫었다. 텐션을 확 올려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왜 나는 남들보다 끓어 올리지 못하지?' '왜 나서지 못하지?' 괴로워하는 모습이 싫었다.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그때 나의 상황을 멤버들이 알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다 알아주고 있더라. 내 생각처럼 힘들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혼자 끙끙 앓았던 지점인데 멤버들을 통해 많이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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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호수가 언제부터 미래를 연기하는 미지를 알게 됐는지 드라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호수의 본능은 처음부터 미지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미지임을 의심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미지라고 단언을 못 한 게 아닐까 싶다. 미래인 척 하는 미지도 호수에게 날카롭게 말하지 않나? 미래는 실제로 호수에게 영혼이 없다. 이렇게 차가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혼이 없이 말을 한다. 호수는 이따금 자신의 본능이 틀렸다고 자제하려 하지만 미래인 척 하는 미지를 보면 훅 들어오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미지를 의심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둘째 친누나 이름 또한 박보영이라는 박진영은 "나와 피가 섞인 둘째 보영 누나는 따뜻한 미래 버전이다. 따뜻하긴 한데 티를 안 내는 스타일이다. '미지의 서울'을 보고 나서도 '재밌네' 정도 반응이었다. 그게 둘째 누나 나름의 큰 애정과 사랑이다. 특별히 보영이 누나가 배우 박보영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은 없다"고 머쓱해 했다.
박보영과 로맨스 열연에 대해서는 박진영은 "사실 나만 아는 디테일인데, 호수와 미지가 서로 모태솔로이고 서로 툭탁 거리면서 사랑 표현에 있어 어색한 부분이 있지 않나? 특히 미지에게 고백을 한 호수가 손을 살짝 흔들고 들어가는데 그 장면이 스스로 '저건 호수 같았다'라며 셀프 칭찬하기도 했다. 큰 감정도 좋았지만 뜯어봤을 때 보이는 호수만의 디테일이 좋더라"며 "아마도 미지는 그런 호수라 더 좋아했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해 잘 몰라서 더 풋풋한 것도 있다. 만약 '폭스(여우)' 호수였다면 미지가 호수에게 안 끌렸을 것 같기도 하다. 미지가 좋아하는 이상형은 요즘 유행어로 '에겐남(부드럽고 섬세한 남자)'이지 않을까? 실제 내 모습은 '에겐남' 보다는 '테토남(주도적이고 직설적인 남자)'처럼 상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진영은 "다음 작품에서는 편안한 작품을 하고 싶다. 드라마 흐름상 캐릭터가 상처를 받겠지만 빨리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사랑을 하고 싶다. '미지의 서울'도 그랬고 전작에서 힘든 사랑을 많이 했다. 미지와 호수는 손도 힘들게 잡지 않았나? 다음 작품은 상대의 마음을 빨리 캐치하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재치를 드러냈다.
'미지의 서울'은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 원미경, 임철수, 김선영, 장영남, 차미경 등이 출연했고 이강 작가가 극본을, 박신우·남건 PD가 연출을 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