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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BO와 허구연 총재는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체크스윙 판정, 어려운 영역이다. 팬들과 언론은 느린 중계 화면을 보고, 나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니 분노 지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현장에서 찰나의 순간 판정을 해야하는 심판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럽다. 정말 영점 몇 초 만에 지나가는 장면을, 사람의 눈으로 기계같이 정확히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감독들도 그 고충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화는 나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의 오심에 대해서는 참고 넘어가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누가 봐도 스윙인 걸 노스윙으로 판정하고, 누가 봐도 노스윙인 걸 스윙으로 콜하는 사례가 나오면 신뢰가 무너지고 불신이 깊어진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KBO리그는 이미 수차례 누적된 체크스윙 오심 판정으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불쾌지수 높았던 2일 잠실구장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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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류지혁의 방망이는 정말 선상에서 딱 멈췄다. 스윙은 아니지만, 스윙으로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이해하려 노력해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7회말 두산 공격. 김재환의 방망이가 1B2S 상황에서 나왔다. 스윙 후 급하게 방망이를 거둬들였다. 스윙 여부를 논하기 전, 류지혁과 비교하면 확실히 방망이가 더 많이 나왔다. 같은 이닝, 같은 좌타자. 그런데 김재환은 삼진이 아니니, 삼성과 박진만 감독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발생한 체크스윙 논란 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 특히 삼성에만 불리한 결론이 났으니, 박 감독의 분노를 모두가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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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도 억울하다. 자신들이 유리하게 판정을 내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피해를 본 적도 있었다. 5월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인호의 체크스윙 오심으로 9회 2사 충격의 동점포를 맞고 하마터면 질 뻔했기 때문이다.
이미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2군에서는 시범 운영중이다. KBO도 제도 도입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내년 시행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시즌 중 도입으로 혼란을 자초하느니, 준비를 잘해 내년부터 도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 10개 구단 단장들의 다수 의견이다. 시즌 중 규정을 바꾸면 형평성 문제도 있고, 완벽하게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이유다.
물론 비디오 판독 도입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주관적 해석의 영역이다. 같은 화면을 보고도 심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경기장 마다 카메라 각도가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장과 심판 사이 상호 신뢰다. 이렇게 믿음이 무너진 상태에서 경기가 계속된다면, 체크스윙 뿐 아니라 다른 모든 판정과 승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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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와 허구연 총재가 당장 제도를 도입하든, 현장을 진정시키든, 심판들의 집중력을 더욱 높이든 뭐라도 해야하는 상황이 된 듯 하다. 역대 최단 기간 700만명 관중 돌파에 마냥 기뻐하고, 환호만 할 때가 아니다.
후반기 당장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부글부글 끓는 현장의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오심을 최소화할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