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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人 원학스님 "맑고 향기롭고 맛있어야, 차가 아니라 마음이"

기사입력 2025-07-02 16:48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수행자이며 다인(茶人)으로 유명한 원학스님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내 마음속 차 향기여! 해와 달을 품고 있네'(불광출판사) 출간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7.2
[불광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차 매개로 한 수양 다룬 조선 문인 이목의 '다부' 해설서 출간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스님들이 녹차, 다도를 커피 문화와 같은 반상에 올려놓고 있다는 자체가 저로서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라고 생각했어요."

수행자이며 다인(茶人)으로 유명한 원학스님은 어느 날 스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중에 몇 명이나 녹차를 마시냐고 물었더니 다수가 커피를 마신다고 답했다며 승가에서조차 커피가 일상화된 세태에 관해 2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원학스님은 차를 매개로 한 정신 수양의 자세를 기술한 조선 전기 문인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의 저서 '다부'(茶賦)를 알기 쉽게 해석하고 풀이한 '내 마음속 차 향기여! 해와 달을 품고 있네'(불광출판사)를 최근 펴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차와 커피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의 차에 관해 설명한 '동다송'(東茶頌) 저자 초의선사(1786∼1866)가 차의 핵심으로 '색향기미'(色香氣味)를 꼽은 것을 거론하며 차를 마시는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색향기미, 즉 탕색이 맑고, 향기롭고,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차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차를 통해서 나 자신, 내 몸과 마음이 그렇게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커피 한 잔 먹으면서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원학스님은 책에서 "찻잔을 다섯 번 비우고 나니 인간의 내면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성적 욕정인 마구니가 놀라 멀리 도망간다"고 차를 통한 수행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사회(속세)에서는 커피 문화가 만연했지만, 최소한 산사에서는 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수행법의 하나인 '끽다거(喫茶去·"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라는 의미)의 정신을 스님들이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원학스님은 참석자들에게 '사람이 죽을 때까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뭐냐'고 묻더니 "결혼, 재물, 명예, 좋은 음식 어떤 것도 영원히 즐거워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즐겁게 같이 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우, 차라는 벗"이라고 답을 들려줬다.

그는 '다부'에서 경계하는 다섯 가지 해로움, 이른바 오해(五害) 중 재물에 대한 욕심을 특히 조심하라고 현대인을 향해 조언했다.

"1억원을 목표로 재물을 모아서 그것을 달성하면 더 이상 욕심이 없어야 하는데 2억원, 3억원으로 계속 욕심이 늘어나는 것은 좀이 서서히 종이를 갉아 먹듯이 (욕심이) 우리의 맑은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것이죠."

그는 "결혼한 사람이 자기 부인이나 남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생각을 뺏기는 것도 좀벌레처럼 우리의 뇌를 갉아 먹는다"며 이성을 향한 뒤틀린 욕망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원학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총무부장 중앙종회의원, 봉은사·조계사 주지 등을 지냈으며 각계의 다인들과 함께 '초의문화제'를 만들어 초의선사의 다도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2014년에 초의선사의 '동다송'을 번역·해설한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를 출간했다.

sewonle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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