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20초 새벽이에 밀리셨어요"..'오징어 게임3' 조유리, 제2의 정호연 못된 이유

문지연 기자

translation

기사입력 2025-07-04 13:55


[SC초점] "20초 새벽이에 밀리셨어요"..'오징어 게임3' 조유리, …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뚜껑을 열어본 '오징어 게임' 속 제2의 정호연은 없었다.

저마다 제2의 정호연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투입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시즌3가 모두 공개됐다. 여성 배우들은 줄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뒤 글로벌 배우가 된 정호연의 뒤를 따르기를 원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제2의 정호연은 탄생하지 못한 분위기다. 박규영의 경우 서사의 빈약함이라는 방패라도 있겠지만, 222번 참가자로 등장해 게임 속에서 모든 인물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아이까지 낳은 뒤 아이를 우승시키는 중역을 맡았던 조유리의 경우, 실력 부족과 경력 부족, 그리고 매력 부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징어 게임'은 대표적인 K콘텐츠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물이다. 시즌2와 시즌3를 공개하면서 이 기록을 경신했고, 공개 첫 주,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첫 작품으로 역대급 흥행을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기대되는 것은 배우들의 글로벌 주목도. 이미 임시완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명기를 자신의 캐릭터로 완벽히 흡수했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인 상태다. 임시완은 심지어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악역이라는 비호감을 장착한 명기를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미친 연기를 보여주면서 화면 장악력을 자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짧게 등장한 뒤 명기의 손에 숨을 거뒀던 정의로운 캐릭터 현주 역의 박성훈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호평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서사가 집중된 캐릭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임산부의 몸으로 게임에 참여한 222번 준희가 그 주인공. 극중에서 출산을 하고, 금자(강애심)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주인공인 기훈(이정재)에게 도움을 받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여기에 명기와는 아이의 부모라는 설정이 부여되면서 다층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캐릭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된 작품 속 조유리의 연기는 칭찬보다는 아쉬운 목소리를 먼저 듣기 충분했다. 극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는 출산 장면을 허무하게 날린 탓에 표정 연기는 전무했고, 자신의 눈앞에서 현주가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서도 두려움이나 분노는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신체적인 핸디캡을 가진 채 게임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픈 건지, 슬픈 건지, 두려운 건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최후를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향해 수직낙하, 황당한 장면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SC초점] "20초 새벽이에 밀리셨어요"..'오징어 게임3' 조유리, …
이에 대해 조유리의 소속사 웨이크원은 "조유리는 '오징어 게임 시즌3'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자리매김 하고 있다. '준희'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직조하며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고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에 또 하나의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추가한 조유리의 연기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면서 칭찬을 늘어놨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은 얻지 못했다.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조유리 연기가 아쉽다", "표정이 '원툴'(하나뿐)이다", "현주가 죽을 때는 대체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다"는 혹독한 연기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조유리는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기 전 제2의 정호연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5회에 고작 20초 등장했던 새벽의 한 마디, 한 장면에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감만 남겼다. 시즌1 종영 이후 정호연이 연기했던 캐릭터 새벽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었고, 이 반응은 정호연을 세계적인 모델에서 세계적인 배우로 단숨에 올려두기도 했었다. 정호연은 시즌1에서 마음이 가는 캐릭터 새벽을 연기하면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흡수하는 글로벌 스타로도 거듭났다. 미국배우조합(SAG)이 수여하는 SAG어워즈에서 TV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알폰소 쿠에른 감독과의 '디스클레이머' 작업을 통해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딛기도 하면서 보폭을 달리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시리즈로, 잘 하는 신인 배우에게는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서사를 한몸에 부여받은 캐릭터를 부족한 연기력으로 날려버린 조유리에 아쉬움이 더해진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